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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DA의 길을 묻는다 2강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9월 8일부터 5회에 걸쳐 '한국 ODA의 길을 묻는다' 시민강좌를 진행합니다. 두번째 시간으로 '개발원조가 부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역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의 강연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강의 정리는 자원활동가 송유림 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개발원조가 부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역설
강사: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기후변화는 ODA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이다. 때문에 최근 환경문제는 ODA보다 더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지만 두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 ODA의 길을 묻다’ 두번째 시간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진우 상임연구원과 함께 ‘개발원조가 부른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역설’이라는 주제로 ODA와 환경문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섯 가지 기후변화의 특성을 살펴보다
기후변화는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문제이다. 지금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20~30년 후에나 피해가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빈곤타파만을 추구하는 개발협력현장에서도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배출량 등등에 대해 철저하지 못하다. 기후변화의 특성을 다섯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1. 복합성: 기후변화는 경제성장을 위한 자원의 감소, 음식문제, 환경문제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 이렇게 지구의 위기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접근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기후변화를 단순하게 환경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2. 확장성: 환경파괴는 생태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토지 및 산림을 과도하게 개발하면 자원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석유의 고갈과 같은 자원 위기에 봉착한다. 이는 물가인상으로 이어져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와 경제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 같은 에너지문제는 사회 혹은 국가 간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3. 단계성: 기후변화는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때문에 어느 단계에 얼마만큼 지원할 것인가를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면 미봉책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4. 가속성: 지난 140년간의 기온변화를 살펴보면, 1700년대 산업혁명 이 후 꾸준히 변화가 일어났고 최근에 더욱 급격히 변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5. 국제 사회의 인식: WEF(World Economic Forum)는 2007년 기후변화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선정했다. 단순히 환경론자들의 문제제기를 넘어서 정치인, 기업인들까지도 금세기 최대 이슈로 기후변화를 뽑았다는 것은 그 복합적인 파괴력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상기후가 일상기후가 되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0.8도 정도 올라가 이상기후가 일상기후가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질병의 확산, 수자원 문제, 농업생산량의 감소 등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으며 빈번한 홍수, 폭염, 사막화, 해안지역 침식 등도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를 하게 되는 환경난민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법적으로 이들을 보호할만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사회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제3세계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의 양상대로라면 식량난이 찾아와 2080년까지 기아인구가 60%이상 증가하고 아프리카 경작면적의 3분의1이 축소될 것이며 10억명의 인구가 물부족, 폭풍, 산불 등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UN은 새천년개발목표를 만들었다. 이 8가지 목표는 모두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통념적인 개념으로 보더라도 기후변화는 모든 면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기후변화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권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 선진국과 저개발국 그리고 부유층과 저소득층간의 차이가 크다.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 기본권이나 다름없다. 라오스에 있는 아이들이 저녁에 책을 못본다고 하여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지원했는데 결국 아동들의 학습권이 보장됐다. 효율적인 에너지ODA를 통해 인간의 소중한 권리가 실현된 셈이다.
또한 기후변화는 세대 간 불평등 문제도 낳는다. 현 기성세대는 에너지의 풍요를 누리고 그 책임은 다음 세대가 지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핵 발전이다. 핵 폐기장 유지를 위해 엄청난 유지비를 들이고 있지만 이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핵심기제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때문에 국제분쟁이 생긴 예도 있다. 수단의 북쪽에 있던 아랍계 민족이 가뭄으로 힘들어지자 농경생활을 하며 석유를 채취할 수 있는 남쪽으로 이주하며 아프리카계 민족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인종과 종교문제까지 결부되면서 인종 말살분쟁으로 번졌다. 에너지를 공동체적으로 사용하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당장은 불편하고 어렵겠지만 해야만 한다.
에너지 불평등과 기후부정의(불의)를 확산하다
나사에서 밤에 찍은 사진을 보면 북미와 유럽, 동북아시아가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불타는 숲이 있는 곳을 찍은 사진을 보면 제3세계가 많다. 지구의 두 얼굴이다. 주요국 1인당 에너지 배출량을 보면 호주가 제일 많은데 호주인 한 명이 쓰는 에너지는 챠드에서 600명이 쓰는 에너지와 같다. 태국 짜오프라야강에 도시에서 쓸 물을 공급하기 위해 다섯 개의 다목적댐이 지어져서 해안가 지역에 강물이 공급되지 않고 오히려 바닷물이 해안가쪽으로 범람하여 인근어업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에너지 불평등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생업과 터전을 위협받는다. ODA가 동반하는 환경문제는 쉽게 줄여지지 않는다. 사회구조가 고착화 돼 있고 인류의 개발에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이렇게 진행이면 제3세계의 에너지사용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빈곤퇴치를 위해서 저개발국을 현대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생각해보게 된다. 저개발국에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능사인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ODA사업의 실패 사례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까리안 댐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는 세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우선 수몰지역이 넓기 때문에 생태계가 아예 바뀌어버리는 것. 썩은 물 때문에 생겨난 모기에 의한 질병 확산, 유량부족으로 인한 토양염류 현상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강제퇴거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ODA사업 수행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OECD DAC가이드라인을 보면 전략환경평가를 하고 국가전략을 세움에 있어서 환경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논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고질적인 무관심이 원인이다. 우물을 하나 지어도 지속가능하게 관리,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전수나 교육을 진행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경제성장 지상주의적 개발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모두 환경, 기후부정의 문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위해 행동해라
기후정의는 윤리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지인에게 단순히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상의해야 하고 모든 영향이 공평하게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요즘 국제개발협력의 화두는 개발효과성이다. 이는 원조를 넘어서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중요한 영역인 무역, 정책, 농업, 노동과 이주, 인구와 여성, 환경 등 다양한 정책들간의 일관성과 연계성을 중요하게 고려한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크로스커팅이슈들이 ODA를 통해 실행되는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논하는 지표인 셈인데 이를 기준으로 21세기 지구에 닥친 가장 큰 위기인 환경문제를 평가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풀잎 하나, 꼬마 아이 하나도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