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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인문학 1강, ‘지금 다시 생각해보는 우리의 집’ 후기
8월 30일부터 가을학기 강좌 [집의 인문학 : 아파트 공화국에서 다시 집을 생각한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단순히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의 집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삶이 엮이는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주택정책과 가족의 의미까지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1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이현정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재산증식 아닌 성찰하는 공간으로 바라볼까?
2011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 가을강좌 ‘집의 인문학’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고 한다. 의, 식, 주. 입고, 먹고, 거처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주, 즉 집이란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하게 강하다. “주거문화, 부동산 문화를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면 좋겠다”는 느티나무의 바람에 100% 동의하며 집의 인문학을 소개한다. 1강은 건축가이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민현식 교수가 맡아주셨다.
공간, 생각을 부추기다
거주하는 곳은 모두 집이다. 생활하는 곳, 일하는 곳, 영화를 보는 곳 등 길게 혹은 잠시 거주하는 곳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집(공간)은 단순하게 머무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공간이다. 생각하도록 부추기는 공간일 수 있다. 건축가 꼬르뷔제는 “건축을 통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꼬르뷔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인 프랑스 롱샹의 롱샹교회, 리용의 라 뚜레뜨 수도원을 건축한 사람이다. 꼬르뷔제는 프랑스 파리 세느강에 있는 구세군 건물도 건축했다. 구세군 건물은 노숙자를 위한 숙소이다. 그는 공간을 거치는 동안 (노숙자들이) “나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세군 건물을 설계했다.
사유하게 만드는 건축의 대표는 수도원이다. 꼬르뷔제는 수도원 건축을 의뢰 받았을 때 신부로부터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르 또로네 수도원을 가보라고 권유받았다. 중세 수도원인 르 또로네를 방문한 꼬르뷔제는 이 공간에 감동을 받아 ‘진실의 건축’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공간에 사유(思惟)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라 또로네 수도원 내부 모습의 일부.
출처 = www.anupark.net 동영상 보러가기
문을 열면 자연과 관계를 맺고
우리나라 집은 지형과 행복한 관계가 되도록 했다. 산, 들, 강이라는 공간 안에 집, 절, 서원같은 사람이 만든 공간을 넣었다. 우리나라 방은 ‘풍경’이라는 짝이 있었다. 방문이 닫혀 있으면 모르지만 방문을 여는 순간 방과 공간이 관계를 맺는다.
명재고택(윤증고택) 누마루에서 창을 열고 바라보는 모습은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준다. 절에 갔을 때 “부처님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둘러보면 좋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루, 정 등은 위대한 자연을 보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공간이었다. 경상북도 안동 천등산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이다. 봉정사 극락전은 건축 자체는 훌륭하지 않다. 눈여겨 볼 곳은 암자이다. 암자가 우리를 사유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하회마을의 병산사원의 만대루 역시 그런공간이다. 병산서원은 아침에 낙동강을 따라 걸어가면 좋다.
▲ 8월의 명재고택 사진출처 = www.myeongjae.com
이 외에도 멕시코 멕시코시티 둔덕에 지어진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의 집, 루이스 칸이 건축한 미국 샌디에고의 소크(salk)연구소도 사유하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루이스 바라간의 집은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게 지었고 소크 연구소에서는 태평양만을 바라볼 수 있다.
남진이 원망스러운 이유
남진의 노래가사 중에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부분이 있다. 그림 같은 집은 밖에서 보는 집이다. 집에서 밖을 보는 그림이 중요하다. 그래서 가끔 남진이 원망스럽다. 요즘 집은 자본의 논리에 놀아난다. 돈, 재산 축재만 있고 사유가 없는 집이다. 축재보다는 나를 성찰하게 만드는 집에 관심이 있을수록 사회도 나아질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는 ‘집’
부동산에서 자유로우면 여러 곳에서 살 수 있다. 우리는 집을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극복하면 집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커진다.
참고
① : 꼬르뷔제가 건축한 건물이 보고 싶다면 http://www.anupark.net/corea/web/co_a02-13.htm를 들려도 좋다. 롱샹교회, 라 뚜레뜨 수도원은 물론 그가 감명을 받았던, 르 또로네 수도원 모습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참고 ② : 민현식 교수의 건축한 건물로는 신도리코 기숙사, 대전대 기숙사, 로열앤컴퍼니가 있다. 로열앤컴퍼니 옥상은 잘만 이야기하면 방문도 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