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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2강 : 사회적 딜레마
7월 5일부터 여름학기 강좌로 [정태인의 착한 경제학]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진화심리학)를
바탕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프리즘으로 경제학과 현실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강좌소개 보기>>
2강의 정리후기는 자원활동가 박우용(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이번 강의의 핵심 질문은 “인간은 언제 협력하는가”이다. ‘이기적 인간’만 존재하고 있었다면 우리 사회는 벌써 붕괴되어 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딜레마’의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시장 실패’는 ‘사회적 딜레마’의 자본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딜레마
1) 공유지의 비극
예를 들어 여러 농민들이 함께 양을 키우는 공유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각각의 농민이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을 키우면, 결국 공유지는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로 현대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사적 소유’(각자에게 공유지를 적당히 분할한다), 2>‘국가의 통제’ (예를 들어 공유지 사용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등)가 있을 수 있으나, 전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사적 소유’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물이나 공기와 같은 ‘분할할 수 없는 자원’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국가의 통제’의 경우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는 다국적 문제의 해결(‘지구 온난화’ 등)에는 적용될 수 없는 방법이다.
인류는 그동안 ‘공유지의 비극’을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연구한 사람이 오스트롬(Ostrom, 여성으로는 최초로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이다. 그녀는 전 세계 문헌을 수집, 분류하여 공유지의 문제와 관련된 ‘일반 규칙’을 정리했는데, 이를 요약하면 ‘공동체의 자율적 규제’로 말할 수 있다.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점점 더 강한 처벌을 가하는 것도 규칙의 일부이다.
이 밖에도 2) 공공재 문제, 3) 죄수의 딜레마, 4) 집단 행동의 논리(‘거리의 고장 난 공중전화는 아무도 고치지 않는다’ - 이와 비슷했던 상황이 참여연대가 벌였던 ’소액 주주 운동‘이다)가 사회적 딜레마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들이다.
게임 이론을 통해 본 사회적 딜레마
1) 죄수의 딜레마 (위피키디아 설명보기>> )
| 상대방 | ||
나 |
| 협력 | 배신 |
협력 | (3,3) | (1,4) | |
배신 | (4,1) | (2.2) |
위의 표를 보자. 가로 안의 숫자는 각각 나와 상대방이 얻는 이득을 가리킨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의 경우,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나는 ‘배신’을 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상대방이 협력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탐욕’ 때문에, 상대방이 배신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공포’ 때문에, 나는 결국 ‘배신’을 택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사교육’ 문제가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상대방이 사교육이라는 배신을 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누구나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FTA 체결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자국과 FTA를 맺게 여러 국가들을 경쟁시켰다. 결국 ‘다른 국가는 다 맺는 FTA를 우리만 안 맺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 사슴 사냥 게임 (위키피디아 설명보기>> )
| 상대방 | ||
나 |
| 협력 | 배신 |
협력 | (4,4) | (1,3) | |
배신 | (3,1) | (2.2) |
이는 ‘함께 사슴을 잡기로 약속하고 기다리는데, 내 앞에 토끼가 지나가는 상황’에 비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약속을 지켜 사슴을 잡던지, 아니면 당장 눈앞에 있는 토끼를 잡던지 선택해야 한다.
‘죄수의 딜레마’와 다른 점은 상대방이 ‘협력’을 택한다면, 나도 '배신'보다는 ‘협력’을 택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나와 상대방이 함께 ‘협력’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치킨 게임 (위키피디아 설명보기>> )
| 상대방 | ||
나 |
| 협력 | 배신 |
협력 | (3,3) | (2,4) | |
배신 | (4,2) | (1.1) |
치킨 게임은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던 차 중, 끝까지 방향을 틀지 않는 차가 승리하는 게임’에 비견할 수 있다. 치킨 게임에서 이기는 법은 상대방에게 나를 ‘미친 놈’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핵무기 경쟁과 같은 상황이 치킨 게임이라 하겠다.
남북 관계의 경우, ‘햇볕 정책’은 사슴 사냥 게임의 상황을 만들었고, MB의 ‘상호주의 원칙’은 반복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만들었는데, 후자의 상황에서는 TFT(Tit for tat)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이는 쉽게 말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과 관련한 실험에서는 TFT 전략대로 바로 직전에 상대방이 택한 선택지를 따라 가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런데 ‘반복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는 맹점이 있다. ‘한 번 배신이 시작되면 계속 배신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유 있는 편이 한 번 협력을 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북한의 경우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넘어서 ‘치킨 게임’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일련의 경색국면이 그것이다. 결국 이렇게 대립적인 남북 관계는 ‘바보와 미친 놈의 싸움’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인간 협력의 다섯가지 규칙
사회적 딜레마의 해결책은 ‘이타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상황을 ‘사슴 사냥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희망적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개체의 희생’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예를 들어, 여왕벌을 지키기 위한 일벌의 희생이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물음이었다. 생물학자 노박(Nowak)은 <Five Rules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라는 논문에서 협력을 가능케 하는 5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1) 혈연 선택
협력의 정도는 '혈연관계', ‘근친성’에 따라 좌우된다는 법칙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 법칙의 일반론이라고 볼 수 있다.
2) 직접 상호성
A와 B가 상호적으로 (이득을 주고받으며) 협력한다는 법칙이다. TFT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한 번 협력을 취하게 된 양자가 계속 협력을 택하게 되는 상황이 바로 이와 같은 경우이다.
3) 간접 상호성
A가 B에게, B가 C에게, C가 D에게, 이와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되는 협력 관계를 말한다. 이 경우 ‘평판(reputation)'이 주요한 협력 동기가 될 것이다.
4) 네트워크 상호성, 5) 집단 선택
세부적인 내용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협력자들의 그룹이 배신자들의 그룹을 이긴다’는 명제를 담고 있다. 개인 간에는 ‘배신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보다 상위 층위인 ‘집단’ 수준에서는 협력자들의 그룹이 배신자들의 그룹을 이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사회 규범’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제의 핵심은 ‘신뢰’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 가치 조사(World Value Survey)에서 청소년들의 ‘신뢰’ 수준이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런 세대가 성장할 경우, 소송이 남발되는 비효율적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며, 청소년들이 이렇게 신뢰를 잃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경쟁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