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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복지는 동행이다(복지국가 6강)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6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6강 성장과 복지, 세계화와 복지는 상극인가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경제학 / 참여정부 정책실장
분배와 성장, 이 두 가지는 복지에 관련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와 관련된 가장 익숙하고 (또 거의 유일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섯번의 강의를 들으며 복지를 선택하는 것이 곧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성장과 더 친숙할 것 같은 경제학자는 또 어떠한 진실을 전해줄지, 기대와 설렘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파이(pie)를 언제 맛보나?
이전 역대 보수정부는 성장이란 토끼만 잡으러 다녔다. 분배, 복지 토끼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학계나 시민단체가 분배, 복지를 가끔 꺼냈는데, 무시당했다. 항상 선성장 후분배를 말했다. 성장을 먼저 하고 그 다음 파이가 커질 터이니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나누면 파이가 안 커지니 성장이 안 돼 다 가난해진다, 사회주의가 그래서 망했다는 논리다.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수준 낮은 주장이지만 이 주장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처럼 박혔다. 떡을 키운 후 갈라먹자는 이야기는 그럴듯해 진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쉽게 국민들의 머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성장도 낮고 분배도 개선되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고 말한다. 주로 쓰는 두 마리 토끼론이다. 성장과 분배 중 한 마리 토끼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우리의 머릿속을 붙잡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게 한 이 논리는 과연 진실일까?, 설득력이 있는가?
복지국가 담론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것이 98년 환란이 오면서 실업자도 많이 생기고,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따라서 상당한 복지 확충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많이 일어났다. 의약분업도 그 때 생겼다. 200여개로 쪼개진 의료보험조합을 건강보험으로 통합한 것도 그 때 일이다. 국민의 정부가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드는데 공로가 많다. 이어 참여정부 때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분배에 민감한 한국사회
이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는 복지가 한국 정치 현장에서 어떠한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보수언론에 ‘분배주의’라고 분류(?)되면서 비난받았다. 없는 말을 만들어서 참여정부를 분배주의라고, 또 좌파라고 공격했다. 그는 전공이 경제학 중 분배론/불평등론이다. 삼십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그의 전공 때문에 좌파분배주의로 몰기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분배에 좀 더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 전 보수정부에 비해 복지예산을 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분배주의, 좌파로 부를 만한가.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분배/복지가 약하다고 본다. 당시 중앙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이 참여정부 시작 때 20%였다. 경제예산은 28%였다. 참여정부 말에는 그 숫자가 우연히도 거꾸로 된다. 복지예산이 28%, 경제예산이 20%였다. 이걸 가르켜 분배주의, 좌파라고 온갖 비난을 했다. 정말 과한 것일까? 정말 좌파적인가? 그것을 보려면 다른 나라를 봐야 한다.
OECD 평균 경제예산은 10% 대이다. 복지예산은 평균 55%이다. 10대55로 비교가 안된다. OECD 국가 중 미국은 가장 덜 복지국가이고, 가장 후진적인 복지국가이다. 하지만 미국도 중앙정부 예산을 보면 OECD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예산이 복지예산보다 많았다. 나머지는 행정, 국방 등이었다. 유독 우리나라만 기형적인 예산구조를 가진 것이다. 다들 우리보다 다섯배 정도 쓰는데 우리는 반대했다. 이걸 조금 바꾼 것이 참여정부의 28%이다. 이게 과다한 것일까. 참여정부가 한 30~40%로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우리의 복지수준은 굉장히 늦고 너무나 빈약해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를 정상화하려는데 분배주의/좌파라고 한다. 이런 보수언론 가진 것과 함께 학자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보수이다. 9할이 보수 경제학자이고 보수이다. 분배복지에 대한 식견이 없다.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단순히 분배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수언론 말을 막연히 맞다고 믿고 있다. 경제학자조차 이러니 국민이 이걸 믿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
성장과 분배와 복지, 그들은 정말 삼각관계인가?
그러면 실제로 성장과 분배 복지의 관계가 발목 잡는 관계인가, 그렇지 않다. 보수 언론의 구호인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틀렸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재분배 요구가 많고 따라서 세금을 많이 걷어 소득을 재분배해야 하는데 그러면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배가 불평등하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해 외국의 투자가 안 들어오고, 그래서 성장을 저해한다. 세 번째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문제이다.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가난한 집의 인재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지나친 불평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 연결통로가 있다. 지난 20년간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압도적 다수 의견이 분배 개선은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분배가 나쁠수록 성장에는 불리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때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하려고 글 쓰고 강연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2005년 2년 반 일하고 나올 때 글 하나를 남겼다. 다른 것은 알아서 맡겨도 걱정이 안되는데 분배론은 보수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지만 안에서 잘 아는 사람 없어서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최성수의 노래 동행의 가사를 인상깊게 들었고 이것을 따와서 “성장과 분배는 동행이다”, 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최성수의 동행 이야기를 하면서 성장과 분배도 동행이라고 설명했다.
‘세 가지 메커니즘인 조세재분배, 인적 자본, 정치 불안정을 이야기 했다. 경제학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더 이상 흔들지 마라, 보수는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라, 말도 안되는 낡은 레코드를 계속 틀지 마라, 발목 잡는다 하지 말고 자신을 가지고 분배 복지 강화 정책을 계속 해달라’고 남기고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복지국가 논쟁이다. 그때는 성장분배, 지금은 복지국가로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 지금도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다. 분배 복지는 성장의 발목, 복지는 성장을 저해한다, 복지국가는 재정이 나빠져 위기가 오고 국가부채는 늘어난다, 국가 부도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유럽의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네 나라가 국가신용부도를 맞았다. 그래서 구제금융을 받고 그랬는데, 이들 국가를 호재로 삼아 복지국가를 격하는데 써먹고 있다. 복지를 너무 해서 국가 부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배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언술이 틀렸듯이 복지국가가 성장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틀렸다. 이들 국가가 복지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복지 후진국들이다. 유럽국가들의 복지 발달 정도는 위도가 높을수록 복지 잘되고 낮을 수록 낮다는 게 정설이다. 북유럽은 세금 많이 걷고, 복지지출 많이해 웬만한 의료 보육 학교 급식 등은 무상이다. 이를 탈상품화 사회라고 한다. 그리고 중부유럽이 그 다음이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이들은 2등급 복지국가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예외인데, 위도는 높지만 복지는 실제로는 낮다. 정말 복지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면 제일 먼저 북유럽이, 그다음 중부유럽, 그다음 남부유럽 순이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이 지진나기 전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됐다. 이는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었다. 일본 자민당 집권시엔 괜찮다가 민주당이 복지 한다더니 망하지 않더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가 부채가 너무 커서이다. GDP 200%로 엄청 높다. 이 부채가 민주당 집권 일이년 사이에 온 것은 불가능하다. 약간 늘었을 뿐 일 것이다. 대부분 국가부채는 50년 장기집권 자민당의 작품이다.
일본의 별명은 토건국가이다. 토건국가는 복지국가의 반대말이다. 댐 도로 다리 놓고, 과잉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본은 토건족이 있고, 이들의 이익 위해 정부는 충실히 경제정책을 운영한다. 건설회사들과 유착된 정치가와 관료들이 있고 이들을 토건족이라고 한다. 한국은 판박이다. 한국에도 있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건설경기 부양을 주장한다. 우리도 50년을 그래왔다. 참여정부 때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잠시 주춤했지만 그전에는 토건족이 원하는 데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는 토건족을 위한 4대강 사업에 엄청난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 토건국가를 탈피해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데 이를 막는 게 4대강이다. 22조원를 썼고 2012년에 끝나는데 성과가 없을 것 같으니 지류를 정비해야 한다고 또 20조원을 쓰겠다고 나온다. 이건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 임기 끝나는 정부가 거대사업을 또 시작할 권리는 없다. 다음 정부에 물어보고 해야 한다. 사실 한다면 지류를 먼저 하는 게 맞다. 홍수는 4대강에서가 아니라 지류에서 난다. 애초부터 순서가 틀린 것이다. 한다면 하천 지류 정비부터 해야 했다.
세계에서 토건 비중 제일 높은 나라 1,2등은 한국과 일본이다.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이 한국은 18%, 일본은 17%이다. OECD 다른 국가들은 절반 정도이다. 우리는 과잉 비대한 토건업 가지고 있고. 이것을 줄여서 복지로, 보건, 의료, 교육, 보육으로 투자해야 정상국가로 간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고 토건비중을 줄이지 않겠다고 한다.
모처럼 참여정부가 복지지출을 늘이고 첫걸음 뗀 것이었는데, 그나마 다른 나라의 절반정도 간 것인데, 더 가야 하는데 못했다.
우리의 파이는 복지를 통해 커진다.
복지국가에 대해 우리나라 보수에서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가 복지국가 위기론이고 한 때 잘나갔지만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복지 안하는 나라가 먼저 복지를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는 복지를 안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에 문제가 있고, 노동이나 창의력,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게 있어 성장을 죽이고 효율 줄인다면 제일 많이 하는 북유럽이 후퇴를 제일 많이 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렇지 않고 여전히 복지국가로 건재하다. 보수당이 집권을 안했을까. 스웨덴의 보수당은 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면 보수당이 집권했으니 복지가 후퇴해야 하지 않을까? 집권구호가 복지국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91년 한 때 복지삭감을 보수당이 시도했지만 결과는 3년 뒤인 94년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안다. 보수당도 복지삭감 후퇴 공약을 하지 않는다.
보수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복지는 작은 복지와 큰 복지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큰 복지라고 말한다. 이건 교묘한 신조어이다. 전에는 선성장 후분배로 세뇌를 했다. 그러다 복지국가 위기론을 말했다. 이제는 성장이 큰 복지고 복지는 작은 복지라고 한다. 이 말은 선성장 후분배를 교묘히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성장하면 온 국민이 다 혜택을 받지만, 복지는 일부 가난한 계층만 혜택을 준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 해 보인다. 따라서 큰 복지가 좋게 보이고 세뇌 받기 쉬운 셈이다.
복지국가는 거대한 세계화의 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계화와 복지국가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임금이 싸야 투자가 들어오지만 복지국가는 세금도 많은데 어느 기업이 들어오려 하겠냐는 것이다. 세계화와 복지는 상극이란 것이다. 그럴 듯한데 실제 자료로 검증하면 맞지 않는다. 유력한 가설이 경주가설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주, 위가 아닌 밑으로 내려가는 경쟁이 있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를 삭감한다. 그래서 외국자본에게 매력이 있는 투자처로 보이게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면 복지국가가 안 된다는 것이 아래로의 경주가설이다. 그럴 듯한데 검증하니 맞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도 복지국가가 후퇴한 것은 별로 없다. 후퇴한 것은 약한 복지국가이다. 강한 복지국가는 후퇴 안한다. 또 하나 외국자본이 어느 나라에 투자 하는가를 결정할 때 복지국가가 어느 정도 돼 있냐, 법인세가 높으냐 낮으냐, 이런 것은 별로 보지 않는다. 크게 중요한 요인이 못된다. 또 중요한 사실은 복지국가에 가보면 다국적 외국자본이 이들 복지국가에 투자하면 복지국가처럼 행동하고 저임금 저복지 3류 수준 나라에 투자하면 3류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높은 길과 낮은 길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세계화로 자본 이동이 활발하다고 복지국가가 쇠퇴할 이유가 없다. 검증하니 강한 복지국가는 전혀 후퇴가 없고, 약한 복지국가는 일부 후퇴했다. 높은 길은 더욱 높은 길, 낮은 길은 더욱 낮은 길로 간다. 한국은 전형적인 낮은 길을 걷고 있다. 밑으로의 경주가설에서 제일 타당한 가설은 수렵클럽 가설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강한 복지국가끼리 모이고 약한 복지국가는 원래 약한데다 더 약해지는 쪽으로 수렴돼 각각 자기들끼리 노는 클럽이 있다. 어느 클럽 속하는 게 중요하다. 그 클럽 중 복지국가는 복지국가 클럽끼리 놀면서 세계화의 영향을 안 받는다.
분배와 성장, 이 두 가지는 복지에 관련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와 관련된 가장 익숙하고 (또 거의 유일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섯번의 강의를 들으며 복지를 선택하는 것이 곧 성장을 늦추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 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성장과 더 친숙할 것 같은 경제학자는 또 어떠한 진실을 전해줄지, 기대와 설렘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파이(pie)를 언제 맛보나?
이전 역대 보수정부는 성장이란 토끼만 잡으러 다녔다. 분배, 복지 토끼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학계나 시민단체가 분배, 복지를 가끔 꺼냈는데, 무시당했다. 항상 선성장 후분배를 말했다. 성장을 먼저 하고 그 다음 파이가 커질 터이니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나누면 파이가 안 커지니 성장이 안 돼 다 가난해진다, 사회주의가 그래서 망했다는 논리다.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수준 낮은 주장이지만 이 주장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특히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처럼 박혔다. 떡을 키운 후 갈라먹자는 이야기는 그럴듯해 진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쉽게 국민들의 머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성장도 낮고 분배도 개선되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고 말한다. 주로 쓰는 두 마리 토끼론이다. 성장과 분배 중 한 마리 토끼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우리의 머릿속을 붙잡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게 한 이 논리는 과연 진실일까?, 설득력이 있는가?
복지국가 담론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것이 98년 환란이 오면서 실업자도 많이 생기고,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따라서 상당한 복지 확충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많이 일어났다. 의약분업도 그 때 생겼다. 200여개로 쪼개진 의료보험조합을 건강보험으로 통합한 것도 그 때 일이다. 국민의 정부가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드는데 공로가 많다. 이어 참여정부 때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분배에 민감한 한국사회
이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었다. 그래서 그는 복지가 한국 정치 현장에서 어떠한 민감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보수언론에 ‘분배주의’라고 분류(?)되면서 비난받았다. 없는 말을 만들어서 참여정부를 분배주의라고, 또 좌파라고 공격했다. 그는 전공이 경제학 중 분배론/불평등론이다. 삼십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그의 전공 때문에 좌파분배주의로 몰기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분배에 좀 더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 전 보수정부에 비해 복지예산을 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분배주의, 좌파로 부를 만한가.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분배/복지가 약하다고 본다. 당시 중앙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이 참여정부 시작 때 20%였다. 경제예산은 28%였다. 참여정부 말에는 그 숫자가 우연히도 거꾸로 된다. 복지예산이 28%, 경제예산이 20%였다. 이걸 가르켜 분배주의, 좌파라고 온갖 비난을 했다. 정말 과한 것일까? 정말 좌파적인가? 그것을 보려면 다른 나라를 봐야 한다.
OECD 평균 경제예산은 10% 대이다. 복지예산은 평균 55%이다. 10대55로 비교가 안된다. OECD 국가 중 미국은 가장 덜 복지국가이고, 가장 후진적인 복지국가이다. 하지만 미국도 중앙정부 예산을 보면 OECD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오랫동안 경제예산이 복지예산보다 많았다. 나머지는 행정, 국방 등이었다. 유독 우리나라만 기형적인 예산구조를 가진 것이다. 다들 우리보다 다섯배 정도 쓰는데 우리는 반대했다. 이걸 조금 바꾼 것이 참여정부의 28%이다. 이게 과다한 것일까. 참여정부가 한 30~40%로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우리의 복지수준은 굉장히 늦고 너무나 빈약해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를 정상화하려는데 분배주의/좌파라고 한다. 이런 보수언론 가진 것과 함께 학자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보수이다. 9할이 보수 경제학자이고 보수이다. 분배복지에 대한 식견이 없다. 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단순히 분배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수언론 말을 막연히 맞다고 믿고 있다. 경제학자조차 이러니 국민이 이걸 믿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다.
성장과 분배와 복지, 그들은 정말 삼각관계인가?
그러면 실제로 성장과 분배 복지의 관계가 발목 잡는 관계인가, 그렇지 않다. 보수 언론의 구호인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틀렸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재분배 요구가 많고 따라서 세금을 많이 걷어 소득을 재분배해야 하는데 그러면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분배가 불평등하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해 외국의 투자가 안 들어오고, 그래서 성장을 저해한다. 세 번째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문제이다. 분배가 불평등할수록 가난한 집의 인재가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지나친 불평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세 가지 연결통로가 있다. 지난 20년간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다. 압도적 다수 의견이 분배 개선은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분배가 나쁠수록 성장에는 불리해 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때 이 부분에 대해 강조하려고 글 쓰고 강연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2005년 2년 반 일하고 나올 때 글 하나를 남겼다. 다른 것은 알아서 맡겨도 걱정이 안되는데 분배론은 보수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지만 안에서 잘 아는 사람 없어서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최성수의 노래 동행의 가사를 인상깊게 들었고 이것을 따와서 “성장과 분배는 동행이다”, 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최성수의 동행 이야기를 하면서 성장과 분배도 동행이라고 설명했다.
‘세 가지 메커니즘인 조세재분배, 인적 자본, 정치 불안정을 이야기 했다. 경제학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더 이상 흔들지 마라, 보수는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라, 말도 안되는 낡은 레코드를 계속 틀지 마라, 발목 잡는다 하지 말고 자신을 가지고 분배 복지 강화 정책을 계속 해달라’고 남기고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복지국가 논쟁이다. 그때는 성장분배, 지금은 복지국가로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 지금도 낡은 레코드를 틀고 있다. 분배 복지는 성장의 발목, 복지는 성장을 저해한다, 복지국가는 재정이 나빠져 위기가 오고 국가부채는 늘어난다, 국가 부도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유럽의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네 나라가 국가신용부도를 맞았다. 그래서 구제금융을 받고 그랬는데, 이들 국가를 호재로 삼아 복지국가를 격하는데 써먹고 있다. 복지를 너무 해서 국가 부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배 복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언술이 틀렸듯이 복지국가가 성장 발목을 잡는다는 말은 틀렸다. 이들 국가가 복지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복지 후진국들이다. 유럽국가들의 복지 발달 정도는 위도가 높을수록 복지 잘되고 낮을 수록 낮다는 게 정설이다. 북유럽은 세금 많이 걷고, 복지지출 많이해 웬만한 의료 보육 학교 급식 등은 무상이다. 이를 탈상품화 사회라고 한다. 그리고 중부유럽이 그 다음이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다. 이들은 2등급 복지국가이다. 아일랜드와 영국은 예외인데, 위도는 높지만 복지는 실제로는 낮다. 정말 복지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면 제일 먼저 북유럽이, 그다음 중부유럽, 그다음 남부유럽 순이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이 지진나기 전 신용등급이 한 등급 강등됐다. 이는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었다. 일본 자민당 집권시엔 괜찮다가 민주당이 복지 한다더니 망하지 않더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국가 부채가 너무 커서이다. GDP 200%로 엄청 높다. 이 부채가 민주당 집권 일이년 사이에 온 것은 불가능하다. 약간 늘었을 뿐 일 것이다. 대부분 국가부채는 50년 장기집권 자민당의 작품이다.
일본의 별명은 토건국가이다. 토건국가는 복지국가의 반대말이다. 댐 도로 다리 놓고, 과잉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본은 토건족이 있고, 이들의 이익 위해 정부는 충실히 경제정책을 운영한다. 건설회사들과 유착된 정치가와 관료들이 있고 이들을 토건족이라고 한다. 한국은 판박이다. 한국에도 있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건설경기 부양을 주장한다. 우리도 50년을 그래왔다. 참여정부 때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잠시 주춤했지만 그전에는 토건족이 원하는 데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는 토건족을 위한 4대강 사업에 엄청난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 토건국가를 탈피해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데 이를 막는 게 4대강이다. 22조원를 썼고 2012년에 끝나는데 성과가 없을 것 같으니 지류를 정비해야 한다고 또 20조원을 쓰겠다고 나온다. 이건 다음 정부에 넘겨야 한다. 임기 끝나는 정부가 거대사업을 또 시작할 권리는 없다. 다음 정부에 물어보고 해야 한다. 사실 한다면 지류를 먼저 하는 게 맞다. 홍수는 4대강에서가 아니라 지류에서 난다. 애초부터 순서가 틀린 것이다. 한다면 하천 지류 정비부터 해야 했다.
세계에서 토건 비중 제일 높은 나라 1,2등은 한국과 일본이다.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이 한국은 18%, 일본은 17%이다. OECD 다른 국가들은 절반 정도이다. 우리는 과잉 비대한 토건업 가지고 있고. 이것을 줄여서 복지로, 보건, 의료, 교육, 보육으로 투자해야 정상국가로 간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고 토건비중을 줄이지 않겠다고 한다.
모처럼 참여정부가 복지지출을 늘이고 첫걸음 뗀 것이었는데, 그나마 다른 나라의 절반정도 간 것인데, 더 가야 하는데 못했다.
우리의 파이는 복지를 통해 커진다.
복지국가에 대해 우리나라 보수에서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가 복지국가 위기론이고 한 때 잘나갔지만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복지 안하는 나라가 먼저 복지를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는 복지를 안 줄인다. 진짜 복지국가에 문제가 있고, 노동이나 창의력,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게 있어 성장을 죽이고 효율 줄인다면 제일 많이 하는 북유럽이 후퇴를 제일 많이 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렇지 않고 여전히 복지국가로 건재하다. 보수당이 집권을 안했을까. 스웨덴의 보수당은 올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면 보수당이 집권했으니 복지가 후퇴해야 하지 않을까? 집권구호가 복지국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91년 한 때 복지삭감을 보수당이 시도했지만 결과는 3년 뒤인 94년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안다. 보수당도 복지삭감 후퇴 공약을 하지 않는다.
보수 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복지는 작은 복지와 큰 복지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큰 복지라고 말한다. 이건 교묘한 신조어이다. 전에는 선성장 후분배로 세뇌를 했다. 그러다 복지국가 위기론을 말했다. 이제는 성장이 큰 복지고 복지는 작은 복지라고 한다. 이 말은 선성장 후분배를 교묘히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성장하면 온 국민이 다 혜택을 받지만, 복지는 일부 가난한 계층만 혜택을 준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 해 보인다. 따라서 큰 복지가 좋게 보이고 세뇌 받기 쉬운 셈이다.
복지국가는 거대한 세계화의 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계화와 복지국가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임금이 싸야 투자가 들어오지만 복지국가는 세금도 많은데 어느 기업이 들어오려 하겠냐는 것이다. 세계화와 복지는 상극이란 것이다. 그럴 듯한데 실제 자료로 검증하면 맞지 않는다. 유력한 가설이 경주가설이다. 아래로 향하는 경주, 위가 아닌 밑으로 내려가는 경쟁이 있다.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해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를 삭감한다. 그래서 외국자본에게 매력이 있는 투자처로 보이게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면 복지국가가 안 된다는 것이 아래로의 경주가설이다. 그럴 듯한데 검증하니 맞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도 복지국가가 후퇴한 것은 별로 없다. 후퇴한 것은 약한 복지국가이다. 강한 복지국가는 후퇴 안한다. 또 하나 외국자본이 어느 나라에 투자 하는가를 결정할 때 복지국가가 어느 정도 돼 있냐, 법인세가 높으냐 낮으냐, 이런 것은 별로 보지 않는다. 크게 중요한 요인이 못된다. 또 중요한 사실은 복지국가에 가보면 다국적 외국자본이 이들 복지국가에 투자하면 복지국가처럼 행동하고 저임금 저복지 3류 수준 나라에 투자하면 3류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높은 길과 낮은 길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세계화로 자본 이동이 활발하다고 복지국가가 쇠퇴할 이유가 없다. 검증하니 강한 복지국가는 전혀 후퇴가 없고, 약한 복지국가는 일부 후퇴했다. 높은 길은 더욱 높은 길, 낮은 길은 더욱 낮은 길로 간다. 한국은 전형적인 낮은 길을 걷고 있다. 밑으로의 경주가설에서 제일 타당한 가설은 수렵클럽 가설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강한 복지국가끼리 모이고 약한 복지국가는 원래 약한데다 더 약해지는 쪽으로 수렴돼 각각 자기들끼리 노는 클럽이 있다. 어느 클럽 속하는 게 중요하다. 그 클럽 중 복지국가는 복지국가 클럽끼리 놀면서 세계화의 영향을 안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