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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가?(복지국가 5강)
3월 14일부터 [복지국가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는 복지국가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두려움을 넘어, 복지국가를 통해
시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서구의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시민의 상상력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5강의 후기는 자원활동가 김현민 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5강 복지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가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도덕적 해이는 마치 유령과도 같다. 실체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져다 준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정책과 비용의 확대를 반대하게 하는 꽤 근거 있는 이유로 제시된다. 복지국가의 도덕적 해이 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근거로써의 도덕적 해이
첫 번째는 비용문제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특히 70년대 많이 제기됐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다른 것보다 특히 실업급여와 관련된 지출이 커지며 재정적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날에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복지 재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령화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나라는 네 명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스웨덴과 일본이 있다. 하지만 같은 고령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다. 스웨덴은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복지 비용 문제가 일상적인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도덕성의 문제이다. 오늘 이야기할 도덕적 해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복지의존성이 커지면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안한다는 것이다. 복지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 한다.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개입해 의존하게 하면 가족구성원간 결속력과 책임의식이 약화되어 가족해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혼해도 빈곤하지 않으므로 이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안한다는 논리이다. 도덕성을 가지고 복지국가를 비판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경영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이야기할 때 주로 관료화를 지적한다. 시장에서처럼 바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적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서비스의 속도가 늦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화는 일선에서 필요한 복지서비스 실태를 모르고 책상에 앉아서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저호응성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면서 복지수효가 다양화되면서 복지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네 가지가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핵심논리이다.
이번 강의는 두 번째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반복지 논리와 도덕적 해이, 반복지 논리는 19세기 말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전형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다. 복지가 발전하기 이전의 논리이다. 주로 세금을 가지고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이야기를 한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기업이 투자할 돈이 없다. 정부가 가져가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자원이 된다. 그래서 세금을 가져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더군다나 복지는 낭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가면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또 높은 조세를 통한 복지가 이뤄지면 일을 안하려 하고 게을러지며 이에 따라 인적 투자 기피의 문제가 있다고 경제학자 린벡은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 복지혜택을 주면 저임금 노동을 기피한다는 주장이다. 일정 수준의 복지가 제공되니 임금이 크게 높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하지 않으려 하는 복지의존성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게 경제학자 조지 길더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대체적으로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나온 논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도 논의되고 있다.
그 다음 다른 논리는 복지 개입을 하면 결국 공공부문이 확대되고, 확대되면 민간투자 자원을 흡수해 민간부분 노동력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등 민간부문 노동력 고갈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최근에 등장한 논의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경제적으로는 복지국가가 여러 자원의 왜곡현상을 불러일으켜서 경제적으로 엉망인 상태로 될 수밖에 없다. 시장중심 경제시스템과 국가 재분배 경제시스템은 경제성과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그들’의 논리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통칭해서 한마디로 최근에 도덕적 해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도덕적 해이는 특수한 개념이다. 주로 보험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화재보험의 예를 들자. 화재보험을 드는 이유는 화재가 났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응하는 방식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에 들면 가입자가 불조심을 덜한다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해 행동패턴이 부주의하게 달라지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복지와 관련시키면, 예를 들어 실업보험의 경우 실업을 해도 적극적으로 취업을 하려는 노력을 안하고 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할 경우를 도덕적 해이라고 지목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실업보험이 잘 된 나라에서 취업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아야 정상이 된다. 그래서 복지가 발달된 나라는 국가 실업률이 높아지고 과도한 실업급여로 비효율적 경제자원에게 재정이 집중돼 비효율적인 경제체제가 된다. 경제성장이 안 이뤄지고 그럼에 따라 일자리는 더 적어지는, 경제적으로 악순환의 상황이 예상된다.
또 안 배운 사람과 배운 사림이 비슷하게 복지혜택을 받아 생활을 영유하면 굳이 공부를 안하려 할 것이고, 대학진학률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역시 도덕적 해이의 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복지국가에선 대학 진학률이 감소할 것이다. 또 당연히 실업급여에 의지해 실업률이 높아져도 일을 안하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떨어진다. 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에 이 또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업에선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사람을 뽑으려 하는데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구인난이 발생하고 결국 실업률이 증가해 구인구직의 불균형 상태를 맞는다. 이런 등의 여러 가지 예측을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 그것이 정말 진실인가?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보자, 앞서 말한 그들의 논리는 정말 진실일까?
2009년 OECD 국가별 대학진학률을 살펴보자. 주로 4년제 대학진학률을 보여준다. 한국은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폴란드가 83%, 스웨덴이 65%, 미국이 64%,이다. 주로 유럽의 경우 덴마크 59% 등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과 스웨덴, 덴마크가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을 안해도,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스웨덴, 덴마크는 살수 있는데 왜 그런 복지국가에서 대학진학률이 미국과 비슷할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라고 본다.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아실현 등은 경제학에서 중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학진학과 관련해서도 주로 비용을 가지고 설명하고 교육에 투자할 때 얼마의 수익률, 교육투자회수율 등을 가지고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선택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자기 잠재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사회현상에 대해 경제학은 제한적인 설명력을 가진다. 그런데 많은 복지국가 비판담론은 경제학적 가정과 인간관에 기초해 현실과 다른 설명을 한다.
두 번째는 2008년 OECD 국가 취업률이다.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복지국가는 일 안해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취업률이 높겠는가, 당연히 사람들이 일을 안하려 하고 취업률도 낮을 것이다, 라고 생각된다. OECD 국가 15~64세 평균 68%가 일을 한다. 미국이 71.8%, 영국이 72.3%, 스웨덴이 78.6%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한국은 63.9%이다. 덴마크는 거의 80%대에 이르고 있다. 사실 미국보다 너 높은 비율로 복지국가들의 취업률이 높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통적인 방식의 설명은 교육받는 사람이 많으면 취업률이 떨어진다. 교육받는 비중이 커지면 일하는 사람 비중은 떨어진다는 방식으로 이런 것을 설명하려 했다. 미국도 대학진학률이 높고 한국, 일본도 높다는 부연설명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러한 차이는 7~8% 취업률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2~3%는 가능하지만.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가 발전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일을 안할 것이다, 란 주장은 경험적 현상과 맞지 않다. 물론 취업률이 다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음으로 2000~2007년 OECD 국가 고용률의 변화를 살펴보자.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증가세를 보였고 이탈리아는 하락했다. 대체적으로 늘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줄었다. 전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국가마다 늘었는데 미국은 반대로 감소 추세이다. 미국의 고용률과 복지국가로 불리는 나라의 고용률 차이도 있지만 추세의 차이도 있다. 미국은 사실 오리혀 떨어지는 국가로 도덕적 해이 논의와 반대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복지국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고용율 하락세는 경기와 관련돼 있다. 도덕적 해이라는 한가지 변수로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문제는 경제사이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시기 전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동화 등도 고용률에 변화를 촉발시킨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년대~90년대 초는 복지국가가 가장 잘 발달된 시기이다. 유럽에서 복지국가가 완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이른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 역사적으로 유일한 시기이다. 전쟁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복지국가는 이 시기에 안착했다. 50년대~70년대 실업률이 대체적으로 낮았다. 덴마크는 2.6%, 프랑스는 2.0% 수준이었다. 스웨덴 경우 거의 완전고용이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실업률에 포함된 마찰적 실업 이외에는 구조적 실업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비해 이 시기 미국은 4.5%로 상당히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그러다 1974년, 1979년 두차례 걸쳐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해 자원을 무기삼아 유가가 4배가 올랐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높아졌다. 덴마크도 7.6%에 이르렀다. 많은 나라에서 7%대 실업률을 보여 전후 최초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이 경제위기를 둘러싸고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 후보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복지병을 영국병이라고 선언하고 선거에 나섰다. 노동자파업과 더불어 노동당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담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집단이 등장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카터 정부를 향해 공화당 레이건 후보는 복지지출이 많아서 일을 안하고 복지에만 의존하고, 그래서 실업률이 높다고 공격했다. 반복지, 감세반대를 앞세워 복지정책을 만성적 빈곤의 덫에 빠트리는 정책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만들어 민주당 정책을 공격했다. 그러나 사실 이 시기 핵심문제는 앞서 말한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불황이었다. 외부적 충격이 팩트였지만 그럼에도 국내 정치에서 집권당을 공격하는 정치담론으로 만들어져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는 검증되지 못한 채 선거에 이기기 위한 공세가 이뤄졌다. 그 바탕에는 신보수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축소, 감세확대를 이야기 한다.
이 시기 스웨덴의 실업률은 2.3%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치 공세는 과학적 근거에 따르기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그것은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위기의 이유는 모른 채 눈에 보이는 정치공세에 표를 던졌다. 당장 생활이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
한국사회에서 복지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제학자 중 구체적 통계를 모르고 한국의 공공부문은 크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미 작은 정부인 줄은 모른다. 더 이상 줄이려면 경찰을 줄여야 할 상황일 정도로 한국의 정부는 작은 정부이다. 한국은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조금 이상한 경우이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고용문제가 집중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성이다. OECD 평균 56.7%의 경제참여가능 여성인구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나라는 가톨릭 국가인 독일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특수한 맥락에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여성 고용문제와 정부의 규모들을 배제한 체 단순 비교를 통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관이란 노동기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왜 복지국가들에서는 그런 행동 방식이 보이지 않을까. 스웨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핵심적인 정책원리 중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막는 것이 노동시장정책의 중요한 이념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자주 일자리를 옮긴다는 이야기다. 복지라는 것이 심리적 차원에서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국가가 도와주는 것을 노동시장 정책의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른바 산업민주주의 문제가 있다. 이것이 70년대 스웨덴에서는 큰 문제였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를 요구했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입법화했다. 그래서 경영참여라는 것이 제도화됐다. 노동자 대표가 중요한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산업민주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선 거의 이야기가 안된다. 그런데 이 일 자체가 권위주의적 기업 조직 체제 아래 일방적인 명령으로 이뤄지는 기업조직에서 일이 즐겁지 않은 상황을 개선시킨다.
그런 점에서 일이라는 게 돈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의 인격이 걸린 문제이고, 대접받고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이 된다면 일을 기피하고 복지의존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하려하고 재교육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실업률이 낮은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복지국가를 지적하는 논리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
신광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도덕적 해이는 마치 유령과도 같다. 실체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가져다 준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정책과 비용의 확대를 반대하게 하는 꽤 근거 있는 이유로 제시된다. 복지국가의 도덕적 해이 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근거로써의 도덕적 해이
첫 번째는 비용문제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특히 70년대 많이 제기됐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다른 것보다 특히 실업급여와 관련된 지출이 커지며 재정적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날에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복지 재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령화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나라는 네 명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스웨덴과 일본이 있다. 하지만 같은 고령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는 일본이 안고 있다. 스웨덴은 큰 문제가 없다. 여기서 복지 비용 문제가 일상적인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도덕성의 문제이다. 오늘 이야기할 도덕적 해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복지의존성이 커지면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안한다는 것이다. 복지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 한다.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개입해 의존하게 하면 가족구성원간 결속력과 책임의식이 약화되어 가족해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혼해도 빈곤하지 않으므로 이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안한다는 논리이다. 도덕성을 가지고 복지국가를 비판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경영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를 이야기할 때 주로 관료화를 지적한다. 시장에서처럼 바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적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서비스의 속도가 늦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화는 일선에서 필요한 복지서비스 실태를 모르고 책상에 앉아서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저호응성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면서 복지수효가 다양화되면서 복지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네 가지가 복지국가를 반대하는 핵심논리이다.
이번 강의는 두 번째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반복지 논리와 도덕적 해이, 반복지 논리는 19세기 말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전형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다. 복지가 발전하기 이전의 논리이다. 주로 세금을 가지고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이야기를 한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기업이 투자할 돈이 없다. 정부가 가져가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자원이 된다. 그래서 세금을 가져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더군다나 복지는 낭비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가면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또 높은 조세를 통한 복지가 이뤄지면 일을 안하려 하고 게을러지며 이에 따라 인적 투자 기피의 문제가 있다고 경제학자 린벡은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 복지혜택을 주면 저임금 노동을 기피한다는 주장이다. 일정 수준의 복지가 제공되니 임금이 크게 높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하지 않으려 하는 복지의존성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게 경제학자 조지 길더의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대체적으로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나온 논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도 논의되고 있다.
그 다음 다른 논리는 복지 개입을 하면 결국 공공부문이 확대되고, 확대되면 민간투자 자원을 흡수해 민간부분 노동력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등 민간부문 노동력 고갈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최근에 등장한 논의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경제적으로는 복지국가가 여러 자원의 왜곡현상을 불러일으켜서 경제적으로 엉망인 상태로 될 수밖에 없다. 시장중심 경제시스템과 국가 재분배 경제시스템은 경제성과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그들’의 논리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통칭해서 한마디로 최근에 도덕적 해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도덕적 해이는 특수한 개념이다. 주로 보험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화재보험의 예를 들자. 화재보험을 드는 이유는 화재가 났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다.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나름대로 대응하는 방식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에 들면 가입자가 불조심을 덜한다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해 행동패턴이 부주의하게 달라지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불렀다.
이것을 복지와 관련시키면, 예를 들어 실업보험의 경우 실업을 해도 적극적으로 취업을 하려는 노력을 안하고 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할 경우를 도덕적 해이라고 지목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실업보험이 잘 된 나라에서 취업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아야 정상이 된다. 그래서 복지가 발달된 나라는 국가 실업률이 높아지고 과도한 실업급여로 비효율적 경제자원에게 재정이 집중돼 비효율적인 경제체제가 된다. 경제성장이 안 이뤄지고 그럼에 따라 일자리는 더 적어지는, 경제적으로 악순환의 상황이 예상된다.
또 안 배운 사람과 배운 사림이 비슷하게 복지혜택을 받아 생활을 영유하면 굳이 공부를 안하려 할 것이고, 대학진학률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역시 도덕적 해이의 한 현상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복지국가에선 대학 진학률이 감소할 것이다. 또 당연히 실업급여에 의지해 실업률이 높아져도 일을 안하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떨어진다. 다른 사회적 안전망이 있기에 이 또한 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업에선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사람을 뽑으려 하는데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구인난이 발생하고 결국 실업률이 증가해 구인구직의 불균형 상태를 맞는다. 이런 등의 여러 가지 예측을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 그것이 정말 진실인가?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보자, 앞서 말한 그들의 논리는 정말 진실일까?
2009년 OECD 국가별 대학진학률을 살펴보자. 주로 4년제 대학진학률을 보여준다. 한국은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폴란드가 83%, 스웨덴이 65%, 미국이 64%,이다. 주로 유럽의 경우 덴마크 59% 등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과 스웨덴, 덴마크가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을 안해도, 고등교육을 받지 않아도 스웨덴, 덴마크는 살수 있는데 왜 그런 복지국가에서 대학진학률이 미국과 비슷할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기적이라고 본다.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자아실현 등은 경제학에서 중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학진학과 관련해서도 주로 비용을 가지고 설명하고 교육에 투자할 때 얼마의 수익률, 교육투자회수율 등을 가지고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선택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자기 잠재능력을 발휘하고자 한다. 사회현상에 대해 경제학은 제한적인 설명력을 가진다. 그런데 많은 복지국가 비판담론은 경제학적 가정과 인간관에 기초해 현실과 다른 설명을 한다.
두 번째는 2008년 OECD 국가 취업률이다.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복지국가는 일 안해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취업률이 높겠는가, 당연히 사람들이 일을 안하려 하고 취업률도 낮을 것이다, 라고 생각된다. OECD 국가 15~64세 평균 68%가 일을 한다. 미국이 71.8%, 영국이 72.3%, 스웨덴이 78.6%로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한국은 63.9%이다. 덴마크는 거의 80%대에 이르고 있다. 사실 미국보다 너 높은 비율로 복지국가들의 취업률이 높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통적인 방식의 설명은 교육받는 사람이 많으면 취업률이 떨어진다. 교육받는 비중이 커지면 일하는 사람 비중은 떨어진다는 방식으로 이런 것을 설명하려 했다. 미국도 대학진학률이 높고 한국, 일본도 높다는 부연설명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러한 차이는 7~8% 취업률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2~3%는 가능하지만. 이런 점에서 복지국가가 발전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일을 안할 것이다, 란 주장은 경험적 현상과 맞지 않다. 물론 취업률이 다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음으로 2000~2007년 OECD 국가 고용률의 변화를 살펴보자. 스위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증가세를 보였고 이탈리아는 하락했다. 대체적으로 늘어가는 가운데 미국은 줄었다. 전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국가마다 늘었는데 미국은 반대로 감소 추세이다. 미국의 고용률과 복지국가로 불리는 나라의 고용률 차이도 있지만 추세의 차이도 있다. 미국은 사실 오리혀 떨어지는 국가로 도덕적 해이 논의와 반대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복지국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고용율 하락세는 경기와 관련돼 있다. 도덕적 해이라는 한가지 변수로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문제는 경제사이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시기 전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동화 등도 고용률에 변화를 촉발시킨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년대~90년대 초는 복지국가가 가장 잘 발달된 시기이다. 유럽에서 복지국가가 완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이른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 역사적으로 유일한 시기이다. 전쟁이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복지국가는 이 시기에 안착했다. 50년대~70년대 실업률이 대체적으로 낮았다. 덴마크는 2.6%, 프랑스는 2.0% 수준이었다. 스웨덴 경우 거의 완전고용이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실업률에 포함된 마찰적 실업 이외에는 구조적 실업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비해 이 시기 미국은 4.5%로 상당히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그러다 1974년, 1979년 두차례 걸쳐 석유파동이 일어났다.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해 자원을 무기삼아 유가가 4배가 올랐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높아졌다. 덴마크도 7.6%에 이르렀다. 많은 나라에서 7%대 실업률을 보여 전후 최초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이 경제위기를 둘러싸고 새로운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총리 후보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복지병을 영국병이라고 선언하고 선거에 나섰다. 노동자파업과 더불어 노동당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담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집단이 등장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카터 정부를 향해 공화당 레이건 후보는 복지지출이 많아서 일을 안하고 복지에만 의존하고, 그래서 실업률이 높다고 공격했다. 반복지, 감세반대를 앞세워 복지정책을 만성적 빈곤의 덫에 빠트리는 정책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만들어 민주당 정책을 공격했다. 그러나 사실 이 시기 핵심문제는 앞서 말한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불황이었다. 외부적 충격이 팩트였지만 그럼에도 국내 정치에서 집권당을 공격하는 정치담론으로 만들어져 과학적으로 타당한지는 검증되지 못한 채 선거에 이기기 위한 공세가 이뤄졌다. 그 바탕에는 신보수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신자유주의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축소, 감세확대를 이야기 한다.
이 시기 스웨덴의 실업률은 2.3%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적 견해에 따르면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정치 공세는 과학적 근거에 따르기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그것은 영국과 미국에서 성공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위기의 이유는 모른 채 눈에 보이는 정치공세에 표를 던졌다. 당장 생활이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
한국사회에서 복지문제를 이야기하는 경제학자 중 구체적 통계를 모르고 한국의 공공부문은 크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미 작은 정부인 줄은 모른다. 더 이상 줄이려면 경찰을 줄여야 할 상황일 정도로 한국의 정부는 작은 정부이다. 한국은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은 조금 이상한 경우이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고용문제가 집중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성이다. OECD 평균 56.7%의 경제참여가능 여성인구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나라는 가톨릭 국가인 독일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특수한 맥락에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여성 고용문제와 정부의 규모들을 배제한 체 단순 비교를 통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관이란 노동기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왜 복지국가들에서는 그런 행동 방식이 보이지 않을까. 스웨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핵심적인 정책원리 중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막는 것이 노동시장정책의 중요한 이념이다. 그래서 스웨덴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자주 일자리를 옮긴다는 이야기다. 복지라는 것이 심리적 차원에서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국가가 도와주는 것을 노동시장 정책의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이른바 산업민주주의 문제가 있다. 이것이 70년대 스웨덴에서는 큰 문제였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를 요구했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입법화했다. 그래서 경영참여라는 것이 제도화됐다. 노동자 대표가 중요한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산업민주주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선 거의 이야기가 안된다. 그런데 이 일 자체가 권위주의적 기업 조직 체제 아래 일방적인 명령으로 이뤄지는 기업조직에서 일이 즐겁지 않은 상황을 개선시킨다.
그런 점에서 일이라는 게 돈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의 인격이 걸린 문제이고, 대접받고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이 된다면 일을 기피하고 복지의존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하려하고 재교육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실업률이 낮은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덕적 해이 문제로 복지국가를 지적하는 논리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