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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인이 되는 돈의 인문학[5강]
무엇이 삶의 가치를 드높이는가?
강의자/ 김찬호(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1.반성과 성찰을 위한 돈의 인문학
우선 강의의 시작은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김교수는 '인간은 이성적이기 보다는 습관에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매사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같아도 실제로 우리를 끈질기게 움직이는 힘은 습관에서 비롯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정관념과 연결됩니다. 경험하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 TV, 휴대폰, 인터넷등이 처음 개발되었을때 그것들의 실용적 가치에 대한 주위의 비판적인 시선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한 김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안에서 우리가 경험해야 했던 비현실적인 여러 상황이나, 이미지 노출의 폭발적 증가로 겪는 과잉 감성을 경험하게 되면서 결국 스스로 자아를 설정하고 삶의 방식을 상상하는 것은 옛날의 개인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정보의 폭증과 급속한 사회 변화는 결국 개인의 상상력을 위축시켰으며 이는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맹목적 신용이 팽배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김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삶의 태도를 성찰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돈은 어디쯤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번 강의를 통해 가늠해볼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2. 돈, 지구에 온 목적이 뭐냐?
여기에서 김교수는 돈의 정체를 알기 위한 몇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통화량이 늘었는데 왜 돈이 더 귀해졌는가? (일반 재화와 돈의 본질적 차이)
*가격이 올랐는데 왜 가치는 더 떨어졌는가? (집값이 오른 만큼 주거환경과 그 안에 담기는 삶의 질이 좋아졌나?)
*지금 살고 싶은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가?(다른 물가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적절한 수준인가?)*현실은 과연 물신숭배, 물질 만등주의인가? (물질이 아닌 화폐를 선호하는 까닭)
돈은 물질이 아닙니다. 돈은 숫자이며 기호입니다. 그래서 둘을 같은 등식에 올려놓는 오류를 범하기 쉽지만 "돈을 좋아하는 것을 물신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고 김교수는 지적합니다. 돈을 가진 사람과 그만한 가격의 물건을 가진 사람 중에 누가 더 힘이 셀까요? 물론 품귀현상이나 사재기가 벌어진다면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물건의 공급과잉상태를 고려할 때 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도 살펴보았습니다. 돈 때문에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고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돈을 쓰고도 기분 좋은 상황이 있고 돈을 얻고도 기분 나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돈을 추구할까요? 프로이드는 돈을 <불멸에 대한 환상>이라고 정의내렸다고 합니다. 사람의 미모, 건강,권력 등은 모두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것은 휴지조각이 되지 않는 이상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요. 그래서 흔히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장치로서 돈에서 만족감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3. 주변에 속지 않고 진짜 원하는 것 찾기
"알콜 의존증 환자는 술이 있으면 행복하겠지만, 그들의 행복도를 재는 데 있어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술의 양을 척도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교수는 우리의 욕망이 진정 자신이 원하던 욕망인지 확실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마음을 탐구하는 것, 자기의 존재가능성, 잠재력 등을 계속 새롭게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남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혹은 흔히 가질 수 없는 것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원하기 때문에 나도 원한다는 식의 마음가짐이 현대의 마케팅 기법과 얽혀 현대인의 욕망에 들러붙어있습니다.
또한 욕망 뿐 아니라 혐오감 역시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합니다. 흔히 손꼽는 장애인시설, 소각장, 정신병원, 화장장 심지어 최근의 노인병원까지 주민들이 설립을 반대합니다. 큰 이유는 본인이 싫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이사올 사람들이 싫어해 땅값이 떨어질 것 같아서인 경우가 많다고 김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나 자신의 욕망과 혐오감이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돈에 대한 갈망 역시 외부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돈은 잘 버는데 '무능한(삶의 가치를 높이는 능력이 낮은)'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주어진 삶과 공간을 아끼고 가꾸는 소박한 정신이 진정으로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4. 관계와 유대를 향하여
현재 대규모의 시장은 모든 것의 가치가 가격으로 익명화, 추상화 되어 보편적인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합니다. 이는 잠재적 가치가 발현되는 구체적인 상호작용의 다양한 맥락을 은폐합니다. 정보사회에서 유형의 자산보다 귀중한 것은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관계라고 김교수는 역설하였습니다. 개인이 무엇을 소유하느냐 보다 어떻게 신뢰관계를 맺고 지내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동의 경험 자원을 공유하여 함께 공명할 수 있는 모형은 모두가 참여하고 공유하며 가치를 이끌어내고 향상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교수는 우리시대의 청년실업이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못벌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 안에서 공적인 자아를 경험할 기회를 가질수 없게 되는 점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세대의 경계를 넘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공간이 구축된다면 '지혜의 클러스터-시장을 통하지 않고서 사회에 접속할 수 있는 회로'로서 작용할 수 있는 가교가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김교수는 이번 강좌를 통해 돈 자체의 증식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증식시킬 수 있는 관심의 공동체를 만들어 볼 것을 강조했습니다. 나의 자산은 바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란 이야기입니다. 돌봄을 강조하는 구체적인 사회관계가 미약한 우리사회에서는 개인이 시장이라는 개체를 통해 자기를 방어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김교수는 가족, 친구, 선후배, 동호회, 이웃 등 모두가 살아가는 힘을 북돋우며 가치를 만드는 공간을 경청과 응시, 우정과 환대, 돌봄과 소통 등의 방법을 통해 빚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김교수는 마지막으로 외국의 한 서점에 붙어있는 글귀를 소개하였습니다.
'책은 가난한 사람을 부유(富裕)하게 만들고 부유한 사람을 귀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부유라 함은 재물이 많다(富)+너그럽고 관대하다(裕)의 뜻이 됩니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귀하게 될 부유한 사람보다 부(富)만 존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김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우리의 가치를 복원시켜야 할지, 어떤 것이 알이고 닭인지 곰곰이 따져봐야할 시점입니다.
5. 정리
<돈의 인문학> 강좌가 5강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매주 화요일, 안락의 유혹을 가열차게 뿌리치고 총총히 강의에 참가하셨던 모든 분들께 일말의 동지애를 느끼며 마지막 후기를 썼습니다. 그동안 원활한 강의를 위해 애써주신 간사님과 강의 해주신 모든 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처음 해보는 자원활동에 매우 즐겁게 참여했었고 그만큼 부족한 점도 많았네요. 같이 강의들은 분들과 다음 좋은 강의때도 또 얼굴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따뜻한 봄기운 많이 받고 힘내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아,"돈을 좋아하는 것을 물신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씀은 물질을 가진 사람 보다 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말이겠지요? '돈을 좋아하는 것', '물신주의' 둘다 비슷한 맥락에서 부정적 어감을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해서 잠시 헷갈렸네요. (맞나요?? ^^;)
(항상 잿밥에만 관심ㅇ... ㅎㅎ)
'돈은 엄청 잘 버는데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무척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돈은 엄청 잘 버는데, 무슨 문제가 터지면 처리못하고 수수방관하는 사람,
주변과의 관계에서는 엉망인 사람 이라고 예를 들어주시니 이해가 되더군요
돈을 떠나서 자신이 가진것, 자신의 능력의 가치를 아는 것, 그리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력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그걸 알기 위해 '능력'을 키워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