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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인이 되는 돈의 인문학> 제 3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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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근본을 찾아서
강의자/성공회대 김찬호 교수
어느덧 세 번째 강좌가 열렸습니다. 이번 시간은 첫 번째 강좌를 맡았던 김찬호 교수가 비 경제학적인 언어를 통해 경제를 삶의 방식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보이는 숫자가 전부일까?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네가 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를 이야기하면 그들은 네게 진짜 알맹이가 되는 것을 묻는 일이 없다. 그들은 네게 “그 애 목소리가 어떻든? 그 애는 어떤 놀이들을 좋아하지? 그 애는 나비를 수집하고 있니?”라고 묻는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들은 “그 애가 몇 살이지? 형제는 몇이냐?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은 그 애를 안다고 믿는다. 만일 네가 어른들에게 “난 지붕 위에 비둘기들이 놀고 창틀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는 붉은 벽돌의 예쁜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을 머릿속에 그려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난 10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말하는 편이 좋다. 그제야 그들은 “야, 근사한 집이구나”라고 외친다. (생텍쥐페리,『어린 왕자』중에서)
숫자는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숫자가 '모든 가치를 아울러 객관적으로 측정된 것인지', '과연 진실되게 현실을 반영하는지', '측정 불가능한 가치를 제대로 환산할 수 있는지'에 있다고 김교수는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 경기장을 지을 때는 입장권수입과 관광객 유치효과, 이미지 상승에 따른 마케팅 효과 등을 고려해서 짓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 시작하지만 건축 비용과 그에 따라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유지․보수비 때문에 초기 예상과 달리 돈으로만 따지면 적자로 돌아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나 손실액 같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항목은 전문가들이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비전문가들은 휘둘려서 그릇된 판단을 할 수 도 있는 거지요.
단선적 인과론도 잘 따져보아야 합니다. 복합적인 실체를 몇 가지 제한된 변수들만으로 단순한 모델로 만드는 오류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최근의 범죄사건에서 사고가 나면 모든 악을 가해자 혼자 다 구현한 것처럼 몰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삶과 환경은 고려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복잡한 원인 중 하나를 부각시켜 그것으로 끌고 가면 너무나 명쾌하고 그 사람을 극형에 처함과 동시에 악이 종결되었다는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법하니 이런 오류는 때론 유혹적일 것입니다. 최근에 흉악범죄에 따른 사형존폐논란에 따른 각 계의 주장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문득 떠올랐습니다.
허구를 지탱하는 믿음, 믿음으로 구성된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상호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증가하고 있고, 현재 존재하기 때문에 믿는 것으로서 '경제'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김교수는 발언했습니다. 경제는 그 어느것보다도 reality가 있어서 정확히 숫자로 나타낼 수 있지만 실제로 경제라는 것은 허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금통장의 숫자는 돈이 그만큼 있다는 서로간 약속의 표기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겠습니다. 반대 급부로 믿음이 존재하지 않으면 경제의 기반 역시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돈다면 은행 고객들이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 소문이 사실일 거라는 패닉상태에 빠지며 실제로 은행이 망할 수 있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교수는 믿음과 사실의 경계가 애매해 지는 지점이 있고 분명 사람의 언어와 믿음이 실재를 창조하고 있음을 '상호 주관성이라는 관념이 빚어내는 reality'로 설명하였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안토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어떤 전문가도 자신의 전문지식이 적용된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현대학문에 세분화되다보니 분과 학문사이에 간극이 크므로 조금만 분야가 달라도 이야기가 안된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나 도요타의 연이은 사고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김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각 분야의 개별적인 전문가들은 그 분야에서는 모두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분야사이에 걸쳐 벌어진 일이나 분야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에서는 확실한 해결방법을 제시하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인간이 감당할수 힘든 불가해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된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현실이고 이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김교수는 정리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나오는 갖가지 현상들도 정확히 경제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태반입니다. 또한 무조건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맹신은 위험하며 이 허상이 무한으로 부풀려져 실체와의 괴리가 임계치를 넘을 때 한꺼번에 붕괴할 수도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경제의 재건을 위하여
김교수는 현재와 같이 돈이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사회적 관계가 소멸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사회적 관계의 복원과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에 대한 사유를 꼽았습니다. 사람을 불신할 수록 돈을 맹신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시스템에 대한 맹신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로 모두의 믿음의 방향을 전환해야 함을 역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습니다.
정리
어느덧 총 5강 중 3강이 지났습니다. 홍기빈 소장의 강의와 내용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한결 이 주제에 대해 되짚어보고 사유하기가 수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경제라는 것을 제대로 사랑해 주기 위해 (!?) 다양한 측면에서 요리조리 찔러보며 좀더 많은 수다를 떨어야겠습니다. 생각보다 이것저것 의심해 보고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사람을 불신할 수록 돈을 맹신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남은 후기도 잘 부탁드려요~~ ^^
"경제적 효과나 손실액 같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항목은"
=>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항목>이란 사건에 대한 예측과 결과를 수치로 나타내기 힘든 것들을 말하는 것같아요.
교수님이 예를 들어주신 것중에 몇가지를 들자면 1)버스 요금이 그대로 유지된다해도 예전보다 밀리고 교통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면 그 가격이 그대로기때문에 변한게 없다고 할 수 있을지와 2) 아이의 성적 점수가 올랐다고 해서 얼핏 객관적 실력이 오른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져서 그렇게 볼 수 없는 것 등이 있어요.
제가 맞게 설명을 드린건지 모르겠네요. 휘유~
잘 지내시고 다음주에 뵈요^^
역시 '돈'때문이겠지요..- 출장역시, 안가면 조직에서 안되는 거니까..ㅋ
매번 느끼지만, 인간의 관계가 멀어질수록 돈이 계속 가까와진다는 사실...
뼈저리게 느낍니다...
정리 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