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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인이 되는 돈의 인문학> 제 2강
<삶의 주인이 되는 돈의 인문학>
- 제 2강 화폐의 역사적 기원에 대하여
강연자: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경제학자들이 가르치는 화폐의 기원은 몽땅 거짓말이다!
3월 16일 저녁, 세계 곳곳에서 몇백년간 진리처럼 통용되어왔던 화폐제도론에 정면대결을 펼치는 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화폐에 대한 일반적 인식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낱낱히 파헤쳐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해 이해가 잘 안가더라도 꾸역꾸역 먹여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는 홍기빈 선생님의 발언을 필두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의를 간략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시장이 먼저 나왔나, 화폐가 먼저 나왔나?
우리는 화폐라는 제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발생 후 화폐가 정착되었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홍소장의 지난 2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나온 결론은 그 반대라는 것. 왜 이런 거짓이론이 최근 300년 동안이나 세계를 지배했던 것일까? 그는 이 문제가 우리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지배/피지배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주류,막스경제학에서 당연한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주장이 현대에 어떤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수행하고있는가에 대해 계속 고찰이 이어진다.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쓰이지 않았다.
보통 화폐의 기능은 4가지로 정리된다.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 지불수단, 가치 저장수단, 가치척도기능이 그것이다. 바로 여기 1번에 거짓이 있다.아담 스미스가 원형을 만들고 현재까지 당연히 가르쳐지고 있는 교환의 매개수단이라는 화폐의 기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첫째,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문제는 상품의 수량에 있다. 모든 물건의 상대적 가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의 교환비율이 모두 일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경제학자들이 이것을 증명하려면 모든 물건들의 교환비율이 모순없이 저절로 형성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리카도의 노동가치방법, 레옹 왈라스의 일반균형이론 역시 성립할 수 없다. 당연히 작동하고 있는 데 뭐하러 검증하냐는 식이다.
둘째, 역사적 사례가 없다.흔히 경제학자들이 써먹는 예로 감옥에서 필요한 물건을 서로 물물 교환을 하고 그 물건의 가치를 담배로 환산해서 계산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인 현상을 인류 화폐의 기원이라고 하기엔 논리의 비약이 너무 크다.
그럼 화폐는 실제로 어떻게 나온걸까?
여기에서 원죄의 개념을 들 수 있다. 개인이 공동체에 빚을 지고 있고 그 도리를 다해야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공동체의식은 다양한 사례에서 발견된다. 구약성경에 극적으로 묘사된, 아브라함이 자기 아들 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는 장면을 상상하면 된다. 화폐가 발생하는 심적 기제가 바로 이와 같다.
1977년 캠브릿지 대학의 화폐학자 필립 그리어슨은 돈의 가치적도의 발생은 Wergeld(인명금, blood money)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고조선의 8조법과 상통하는 정신을 가진 이 규칙에서 돈의 가치척도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제 함무라비 법전의 2/3가 Wergeld에 대한 내용이다. 전혀 질적으로 상이한 것과 사건들 사이의 가치의 등가를 매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제공한 Wergeld. 죄갚음과 관련깊게 지어진 화폐의 명칭에서도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독일어,네델란드어로 돈의 어원은 죄이다. 일본 역시 신사에 제물을 바친다는 행위가 내재되어 있다.
화폐는 하나의 채무였다.
고대 제국의 국가 권위에 의해 가치적도가 정해진 이후에 시장의 가치척도가 발생했다는 예는 역사에서 종종 발견된다. 고대 수메르 제국의 은을 가치의 척도로 쓰는 계산 화폐 체제와 같이 보편적이고 동일한 지불체계를 나라에서 정해놓은후에는 그것을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하여 시장이 활성화 되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채무의 청산관계 속에서 화폐의 관념이 나오기 시작했고,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현실 개선의 필요를 느낀 중앙의 권위로부터 가치척도가 지정된 후에야 화폐사용이 활성화 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화폐경제와 현금경제
고대사람들은 은을 화폐로 들고다니지 않고 추상적인 단위로 썼다. 지불 수단은 다양했고 다만 은 몇 셰켈이면 염소 몇 마리구나 라는 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역사상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주화는 터키지역의 리디아에서 발견된 엘렉트럼이이며 기원전 7세기의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 때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가 발명되었다고 하나 이것은 역시 거짓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초기의 주화는 예외가 없이 모두 가치가 높았다. 이 주화도 소 다섯마리 정도에 해당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예 주화의 가치를 알려주는 숫자가 안 써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쓰였을까? 주화체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에 전쟁 시에 현지에서 거래를 한 물품에 대한 군표로 쓰였다는 이론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화체계가 본격적으로 발전된 것이 로마제국 시대이다. 엄청난 점령지에서 드는 비용을 주화로 지불하고 점령지의 속인들도 주화로 세금을 낼 수 있었다. 돈의 활류가 잘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시장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이 때부터 주화=화폐라는 관념이 시작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화폐경제와 현금경제를 구분하는 것이다. 수메르제국은 현금이 없이 계산화폐만 있었다. 중국 명나라때는 수메르제국과 비슷하게 은을 가치기준으로 삼고 실제 지불은 종이나 물건으로 하였다. 이런 것은 화폐경제라고는 할 수 있으나 현금경제라고는 할 수 없다.
경제학이론만으로는 부족해, 구체적 현상을 봐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란 가장 중요한 제도이다. 이 화폐를 둘러싼 논리와 이론이 터무니없이 허술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현대사회전체는 화폐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 참고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식적인 내용들, 예를 들면 인플레이션과 통화량과의 관계, 통화량에 대한 지표 등은 말 그대로 교과서에만 존재한다. 실제 기관에서는 정책수단으로서 이대로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중세 카톨릭 사회에서 '신'이라는 관념이 하나의 굳건한 사회체제로서 터무니없이 신비화되어있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얼마든지 현대사회의 '화폐'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화폐가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것이 아님을 되짚어보면 그럼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만들어진 화폐는 누구의 손에 들어가나? 어떤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나? 이같은 질문을 경제학이론에만 의지하기만 하면 부족하다. 실제로 설명이 안되는 일이 다반사이지 않은가. 구체적인 사회학적 현상에 비추어 과학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전문가 내지는 기성 지식체계들에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 명제 자체가 검증가능한가, 옳다/그르다의 형태로 입증 가능한지 과학적 절차에 따라 사유를 진행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의무이다.
정리
강의 내용이 다소 무겁고 낯설기도 했지만 홍소장의 꽉차여진 내용의 강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는 지금 모든 문제에 대해 현대사회가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헛된 믿음이 있다.' 라는 홍소장의 지적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시스템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과학적 사고를 통해 구멍난 부분을 면밀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경제 성장을 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말이 흔히 통용되고 있지만 실제론 맞지 않는 사회현상의 인과관계를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현재 시민들의 지적 무기력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과학적 태도와 용기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입니다. 저도 능동적인 의사결정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겠습니다. 홍소장은 영어를 잘 해야한다고 강조하였어요. 미국 CIA 관리도 자기들도 모르는게 있으면 인터넷을 찾아본다고 했다네요. 외국어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어진 틀에 갇혀있지 않기위해서 이래저래 할게 많은 상황이라는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즐거운 의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지며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