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인권문헌읽기 6강, 아동인권
- 별.jpg [File Size:55.3KB]
- 61060_8977468205.jpg [File Size:2.5KB]
- 506683_8977469112.jpg [File Size:4.0KB]
- 61051_8977460247.jpg [File Size:3.7KB]
오늘은 강연풀이에 앞서 몇 가지 재미난 질문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염두에 둘 부분이 있습니다. 뭐냐면, 이 대답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답변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나이가 몇이든 기억하는 가장 어릴 적으로 돌아가 답변을 해주세요. 제한시간은 없습니다. 다만, 어린 시절 우리가 하나의 질문에 그토록 골똘하게 고민하던가요?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1. 어린시절 맞았을 때의 기분을 한 마디로 하면?
2. 어린시절 가장 기분 좋았을 적은 언제?
3. 다음 그림은 권력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중심원에 맞닿아 있는 주황색칠한 곳은 권력을 나누는 기준이고요. 바로 그 옆의 꽃잎은 그 권력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 사람을, 그리고 꽃잎의 가장 바깥쪽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어린 시절 본인이 생각하던 권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써주세요. 주황색칠을 한 곳에 들어갈 말을 적어달라는 질문이겠죠?
6강에서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아동인권’입니다. 아동인권에 대해 다루며 가장 크게 봉착하는 난관은 ‘아동을 인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위의 질문들에 답하면서 느낄 수 있듯이 아동들도 어른들처럼 무엇이 차별인지 압니다. 하지만 아동은 늘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된 특수한 존재처럼 취급받기 마련이지요. 물론 아동은 성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체벌 문제를 들어볼까요? 과거 법적으로 체벌해도 문제가 없는 인간을 떠올려봅시다. 노예, 죄수 정도였죠. 그들은 인간이 아닌 도구였습니다. 군인과 여성도 인권을 보장받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의 폭력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요즘, 아동에 대한 체벌은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아직도 존속되고 있습니다. 아동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919년 ILO(국제노동기구) 창설 이후, 그들은 1억이 넘는 아동들이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1923 아동의 권리 선언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 선언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바라본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이 대변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동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2번 조항을 보면 “비행 아동은 교화해야 하고”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아동의 행동을 비행으로 낙인찍고, 교화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은 바로 어른들의 눈이잖아요.
이런 와중에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인격체로 본 의사이자 교육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태계 폴란드인인 야누쉬 코르착인데요.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통해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고아가 된 아이 200여명을 데리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태인이기는 했지만 이미 폴란드인으로서 자리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치에게 끌려갈 위험이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그가 데리고 있던 유태인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독일군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코르착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유태인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끝까지 아동들과 함께 한 그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줍니다.
코르착의 영향으로 폴란드 정부는 여러 차례 아동권리협약을 발의합니다. 협약이 채택된 11월 20일은 현재 아동권리의 날로 지정되어 있고요. 당사국 수는 193개국으로 미국과 소말리아를 제외하고 우리가 아는 모든 국가가 가입해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소말리아는 사실상 국가로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고, 미국은 국내법 우선주의가 철두철미하기 때문에 서명은 했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네요.
▲ 코르착의 번역된 저서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분량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모두 훑어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요. 몇 개의 협약내용만 살펴보도록 합시다.
제1조에서는 “아동”을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작점을 정하지 않은 건 낙태문제 등 언제부터 아동이라 보아야 할지 합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제2조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함이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차이’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왜냐하면 차별은 고의적으로 어떤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아닌 지배집단이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동권리조약에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류은숙 선생님이 인권교육을 할 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약이 12조와 31조라고 하는데요. 12조는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의사결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발언에 꼬박꼬박 말대답을 한다며 꿀밤을 먹었던 아이들은 그 누구 못지않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합니다. 31조는 아동의 휴식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초등학교 6학년생 대상으로 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놀고 싶다.” “쉬고 싶다”는 대답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아이일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학원과 학업에 치이는 아이들에게도 휴식과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콧방귀를 뀌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고 또 휴식이 필요합니다.
아동권리조약 발효 이후 조약에서 부족했던 점은 두 개의 추가문서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1996 아동의 상업적인 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제1차 스톡홀름 세계회의 선언문과 행동과제”와 “2000 아동매매, 아동성매매 및 아동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선택의정서”가 바로 그것인데요. 관심 있는 분들은 더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