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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만나는 혁명의 추억”
이번에 처음으로 수강하게 된 느티나무의 강의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손호철 교수님의 <여행으로 만나는 혁명의 추억>입니다. 이전에 참여연대 1기 인턴을 하면서 참여연대의 뛰어나고 유려한 명사들을 만나본 기억이 있는지라 참여연대에서 하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신뢰감이 들었고,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자원 활동과 병행해 이번 강좌를 듣게 됐습니다.
이번 강좌는 라틴아메리카 혁명과 중국 대장정 크게 두 사건을 손호철 교수님이 다녀오신 여행을 토대로 다루었고요. 저는 특히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 외에 다른 분들도 특히 라틴 선호도가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강좌는 총 5번이었는데, 앞 2강은 라틴아메리카 혁명을 3번째 강의는 혁명 안에서 잉태된 음악을 뒤 2강은 대장정을 통해 만난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날 강연은 쿠바,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의 혁명에 대해 들었습니다. 어떻게 교수님이 라틴 아메리카를 방문하게 되셨는지 여행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기본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국가 특성에 대해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라틴 아메리카는 크게 네 가지 인종으로 인디언과 백인 혼혈이 중심이 되는 멕시코 형, 지역상의 특징으로 순수 인디오가 많이 남아있는 페루 형, 기존의 인디언은 대부분 학살되고 백인들이 지배하는 아르헨티나·칠레 형,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강제 이주한 흑인이 많이 사는 쿠바, 브라질 형으로 유형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인종적 차이는 서로 다른 사회문제와 혁명의 문화를 만들어냈고요.
게바라가 구원하고 또 아직도 국민 절대다수를 먹여 살리는 쿠바는 우리가 금강산에 가듯 멕시코 국영여행사를 거쳐 입국하게 되는데요.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미국의 식민지 신세를 면치 못했던 쿠바는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몇 안 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환율차로 인한 경제문제가 심각하지만 교육과 의료만큼은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잘 되어 있고요.
차베스와 미인, 앙겔 폭포와 석유로 유명한 베네수엘라는 볼리바르 혁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이 세계 최고인 만큼 상류층의 유럽주의는 심각하지만 빈민층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져있고 민중들이 자기 조직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베네수엘라는 현재 차베스가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하며 남미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추이가 기대되는 국가입니다.
브라질에 대한 소개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리우데자네이루가 사실은 노예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로 시작됐습니다. 또 그 뒷면에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마약상이 지배하는 최대빈민촌이 있기도 하고요. 빈민지역이 전체 국토의 70%에 달하고 문맹률 또한 12%나 되지만 리우와 삼바로 대표되는 그들의 유희와 라틴적 삶의 모습은 일에 치여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우리에게 부러움을 살만하기도 합니다.
강연은 늘 알차고 재미있었지만 느티나무에 오면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 백미는 수강생들이 준비해오는 간식이었는데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잖아요. 대부분 저녁도 거르고 퇴근 후 학업에 대한 열의로 달려오시는지라 몇몇 수강생 분들이 돌아가며 자원해 준비해주시는 간식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직접 떡을 만들어서 오신 분도 있었고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속이 꽉 찬 김밥은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고, 한살림의 오미자차는 늘 맛깔나답니다. 먹으며 나누는 담소는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음악으로 본 혁명’ 수업시간에는 손호철 교수님께서 준비해온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Ruben Blades는 파나마 사람이지만 쿠바의 살사를 대중적으로 알린 사람인데요. 그의 음악을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Buscando America(아메리카를 찾아서), Desapariciones(실종자들)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포크송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Jose Marti의 시에 곡을 붙인 Pete Seeger의 Guantanamera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음악은 각 국가별로 특성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중남미 국가별로 음악을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엘살바도르는 Charlie Haden의 The Ballad of the Fallen이나 Yolocamba Ita의 Song to the Revolutionary Homeland를, 니카라과는 Ballad Campestre, 페루는 el condor pasa, 베네수엘라는 Simon Bolinvar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칠레하면 영화 Missing으로 더 유명한 Victor Hara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저는 그보다 Quilapayun의 음악이 좋았는데요. 다소 엄숙하고 장중하기는 하지만 그 점이 더 매력적이라 이 수업을 듣고 Serie De Oro라는 그들의 음반을 하나 사서 듣고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자메이카 레게의 진수 Bob Marley & The Wailers의 Legend도 함께 말이지요.
배움은 항상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요. 우리는 우리의 배움을 더 확산하고 삶에 적용시켜보려 직접 살사 바에도 방문했답니다. 공식 뒷풀이 장소가 되지는 못했지만 수강생이 소개해준 홍대의 한 살사 바에서 멋진 살사 솜씨도 구경하고요. 흥겨운 라틴 음악과 함께 딱딱하게 굳은 몸을 열심히 놀려보기도 했답니다. 손호철 교수님이 적극 추천해주신 쿠바의 대표 술 모히또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바에서는 팔지 않더군요.
중남미에서의 아름다운 여행은 한가위의 두둥실 달과 떠나보내고 그 다음부터는 중국 대장정에 함께 했습니다. 1934년에 시작한 장정은 장시성에서 시작해 산시성 옌안으로 이어지는 1만 3,800km의 대이동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들어 낸 정치 대장정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을 탄생시킨 모태이자 마오쩌둥을 중국의 1인자로 세운 결정적 계기이지요. 손호철 교수님께서 안식년 동안 베이징 올림픽을 맞이해 방문한 외국 언론에서도 완주한 경험이 드문 중국 대장정 길을 샅샅이 살피며 수집한 생동감 있는 자료를 수강생들에게 아낌없이 공개해주셨답니다.
중국공산당이 창설된 신톈디의 화려한 서구식 카페 거리에서 느낀 혼란,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 말의 본의, 마오의 탄생지인데도 그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인 것을 보면서 마오 우상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안도감, 경유 품귀 현상을 마주치며 추후 중국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상념, 관념을 배제하고 경험과 생활에서 우러난 생생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홍군의 기본 규율을 보며 성공하는 혁명은 어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진보에 대한 성찰은 물론이고 세계 제일의 장발촌인 야오족 마을과 햇빛에 반사되 더욱 아름다운 다랑논까지 두 번에 걸친 강연을 통해 손호철 교수님과 장정을 그대로 함께 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차마고도의 연출 담당자가 편집했다는 장정 소개 영상도 무척 좋았고요.
다섯 차례에 걸친 강연을 함께 하면서 여행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또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많이 느꼈습니다. 세계사 수업시간에도 배우지 않았던 라틴에 대해 그리고 이웃한 나라이면서도 관심이 없었던 중국의 장정과 내면의 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연을 아쉽게 놓치신 분들이라면 손호철 교수님의 저서인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와 “레드로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님 이 강의를 모두 촬영 편집한 한겨레의 하니TV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고요. 이번 강의를 듣고 나니 앞으로 느티나무가 준비하는 강연에 대해 더 욕심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느티나무에서 더 많은 얼굴들을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손호철 선생님과 떠났던 남미와 중국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듯 하네요^^
그리고 자원해서 맛난 간식을 준비해 주셨던 다른 수강생 분들께도 고마움의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