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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10년 민주정권.진보정치 성찰해야"
심상정 "반MB전선 넘기 위해선 10년 민주정권.진보정치 성찰해야"
4월부터 이어진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경제교실의 마지막 강사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였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강의에서 김대중(DJ) 정부 시기 IMF구조조정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이며 이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밝혔다.
당초 97년 대선에서 DJ의 캐치프레이즈는 대립되는 두 가치인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조화'였다. 이는 DJ의 경제철학이며 원칙이기도 했다.
그러나 심 대표가 보기에 DJ의 경제정책은 "IMF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IMF는 시장만능주의였고, 이게 민주주의를 마음껏 희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노무현 정권에서는 급기야 '권력은 이제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는 데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심 전 대표는 IMF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IMF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기업을 일괄매각 방식으로 처리하려 했는데, 당시 이를 살 만한 여력은 외국자본과 재벌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은행의 경우 사실상 거의 전부 '외국계 은행'이 돼버렸다.
심 전 대표는 "DJ가 '자본에 국적이 어디있느냐'고 했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최근 경제위기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환율이 요동쳤는데 이는 "외국계 은행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자금을 빼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이 높아진 것과, 중소기업 대출 감소, 부동산담보대출 올인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바람, 사채시장 급증 등을 거론하며 외국계 은행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경제주체에게 돈을 분배하는 은행 본연의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IMF구조조정이 초래한 양극화와 정리해고 등에 대해 'DJ때는 IMF가 강제해서 어쩔 수 없지 않았느냐'는 반론에 심 전 대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IMF보다도 더 큰 것은 맞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임금법, 고용승계, 노조교섭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일축했다.
그는 "결국 IMF구조조정이 지금의 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이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진보정당이 경제성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심 전 대표는 한 마디로 "진보가 성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경제성장률(GDP) 수치로만 표현되는 성장을 벗어나 경제의 개념을 '국민들의 행복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재정의하고 , 이를 경제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심 전 대표는 반MB 전선을 넘어 이명박 정부를 넘어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김대중-노무현 10년 민주정권에 대한 성찰과 함께 10년 진보정치의 한계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심 전 대표는 "국민을 설득해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정권을 지지하면 내 삶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DJ-노무현 정권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서민의 삶이 어려워 졌는데 이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정치 10년도 "자기성찰적 측면에서 '너를 찍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점을 설득시키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비판.반대를 위한 정당에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그 시기에 일정수준 이상으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프다"고도 했다.
심 전 대표는 특히 "저 세력을 집권기키면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그 다음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진보정치가 자기 비전에 대해 얼마만큼 자기확신이 있느냐, 우리가 집권하면 구체적으로 바꿀 확신이 있느냐가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다"고 성찰했다그는 "반 MB전선을 혼란시키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비판하는 게 아니라 대안세력 형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향이 지난 10년의 DJ-노무현 집권기간-10년 진보정치의 성찰을 통해 새로운 진보세력의 대안적 결집의 중심을 잡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교실에 이어 참여연대 '느티나무 아카데미'는 18일 부터 2기 사회정치교실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강의에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1997년 이후 기업사회로의 변화'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