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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다
손석희 교수가 전화를 하셔서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서 (100분 토론) 나간다고 했는데 아, 글쎄 주제가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더라. 눈앞이 캄캄해서 주변 형들에게 상의를 했는데, 이경규씨는 '야, 주제가 뭐야?' 묻더니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말 다해 속 시원하게, 그리고 그냥 고향 내려가, 그럼 돼, 편하게 얘기해' 하더라. 강호동 형은 '오늘 저녁에 술 많이 먹고 음주운전 딱 걸리면 안 나가도 돼, 백분토론은 죄지은 사람 못 나가' 했다. 신동엽 형은 냉소적으로 '걱정하지 마, 네가 무슨 말을 하건 어차피 욕은 먹게 돼 있어' 그러더니 '밥 먹고 있으니 이만 끊을게' 하며 정말 전화를 끊더라."
공부하는 연예인으로 알려진 김제동씨가 강단에 섰다. 그는 24일 저녁, '아카데미 느티나무' 개관 기념 특강 강사로 나섰다. 아카데미 느티나무는 참여연대가 최근 다양해지는 시민들의 학습요구에 부응해 새롭게 개설한 시민 교육 프로그램이다.
늦깎이 대학생이기도 한 김제동씨는 두 시간 남짓 특유의 유머와 구수한 화법으로 수강생들을 사로잡았다.
"한번은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나를 알아본 한 사람이 와서 어디 가냐고 묻더라. 비행기 안에서 가긴 어디 가겠는가? 제주도 가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느냐는 물음에 어른들은 백이면 백 다 물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봄이 된다 혹은 꽃이 된다는 대답을 하는데 그것을 보고 틀렸다고 할 수 있나?"
일상에 너무 매몰되어 있으면 기쁨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때론 사물을 바라보는 고정된 틀을 깨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요즘 한국 건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 뒤로 한옥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종묘에 갔더니 왕의 위패를 모신 곳의 나무 문짝이 약간 맞지 않더라. 그곳은 삼면이 벽이었는데 일부러 문짝을 꼭 맞지 않게 만들어 습기 문제를 해결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왕한테 혼날까봐 이 틈으로 혼령들이 수시로 드나들 것이라고 했다더라.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 것들을 알게 되니 종묘 가는 일이 아주 즐거워졌다."
그는 또 자신의 장기인 웃음도 배움과 연결시켜 설명했다.
"웃음이란 건 배워 놓으면 좋다. 사실 나도 유머감각 없는 사람이다. 일상이 굉장히 진지하고. 우리 엄마하고 누나 5명 모두 내가 이런 직업 가지고 있다고 하면 믿지 않았다. 레크레이션 강사를 할 때에는 낮에 자다가 밤에 두 시간 나가서 돈 벌어오면 도둑놈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찾아보고 메모도 해가며 노력했다.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것 중에 하나가 웃음 아닌가? 누구나 인간은 웃길 수 있고 웃을 수 있다. 웃음이란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표현이다."
김씨는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이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4년제 대학 학력이 필요해서 편입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선생님들께 배워서 더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성공회대학교 신방과에 편입했다. 내 꿈은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15분 수업하고, 45분은 노는 시간인 대안학교…. 쉬는 시간에 책 읽으면 혼내주는 그런 학교.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것이 더 힘들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제기차기를 할 수 있나, 자치기를 할 수 있나? 어린이들이 맘껏 놀고 웃을 수 있는 좋은 학교 하나 꼭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