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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으려는 오래된 욕망
고백하건대 이 강의는 충동적으로 듣게 되었다. 나는 퇴근 후 혼자 보내는 시간을 타인과의 약속처럼 여기는 데다 학구열도 강하지 않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다닐 때도 F를 맞지 않을 만큼은 꼬박꼬박 결석을 했고 졸업하면서도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가?>라는 강의 제목을 보자마자 수강 신청을 했다. 외롭기 때문이었다. 세대로는 이대남(한국 언론이 붙이는 이름은 하나같이 그 대상에 모멸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에 속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진보를 자처하다 보니, 지긋지긋한 정치적 갈등과 양극화를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한 번 결석할 수밖에 없었지만... 총 네 번의 강의에서 다루어지는 정치적 갈등의 원인과 분석은 분명 눈을 뜨이게 했다. 우선 정치적 적대란 무엇인가. 갈등은 정치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그 갈등이 극에 달해서 구성원이 사실마저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경우, 민주주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적대주의의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반지성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부족주의. 그리고 각각의 개념과 양상을 여러 선생님들이 한 주에 한 번씩 맡아 설명해주셨다. 무심코 아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확한 개념을 몰랐던 것들을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고,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공통감각', 다시 말해 '모두가 합의하는 당연한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다.
나 개인적인 문제에 관해 말하자면, 외로움은 딱히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욕망 자체를 경계할 줄은 알게 되었다. 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모습을 새벽에 시뻘건 눈으로 지켜본 이후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 하나 있다. 나의 울분과 적대감을 일거에 해소해줄 것 같은, 하지만 무능력한 게 분명한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말하자면 '진보의 윤석열'이 미래에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나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감정보다는 사실과 이성에 기대어 결정할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면, 나는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시민들을 조롱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걸까.
언젠가 유튜브에서 버트런드 러셀이 남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미래의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남기고 싶냐는 물음에 러셀은 답한다. '당신이 믿고 싶은 것보다 무엇이 사실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라.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현명하고 증오는 어리석다는 것을 명심하라.' 진보나 보수의 구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기능하게 하려는 자와 그것을 방해하는 자 사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순진한 생각이 든다. 적대주의와 탈진실의 시대에도 최소한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우리가 놓지 않기를 바란다. 나와 생각이 다른 동료 시민들, 그리고 우연히 나와 생각이 유사한 동료 시민들 모두의 투쟁이 건강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