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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인간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제는 동물입니다. 각자 동물을 위해 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하기도 하고, 동물을 존중하는 더 급진적인(우스꽝스러운) 방식을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동물을 해치고 제멋대로 이용하는 수만가지 방법에 성실할 정도로 매번 놀라고 실망하는 시간도 빠질 수 없습니다.
외국인 보호소가 국가보안시설로서 내국인의 출입을 통제하듯이, 축산동물의 삶 전체와도 같은 축사와 계류장 역시 관계자 외 출입금지 시설로 운영됩니다.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분리와 은폐의 매커니즘 속에서,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들의 삶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책과 영상을 찾아 더듬더듬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메워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나마 배움에 위안이 되는 것은 어디서나 가장 낮은 위치의 동물이 사는 삶이란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비참해서 저자의 국적이나 책이 쓰인 시기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교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동물권 독서 모임은 작년 가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계절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고, 대통령도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껴안고 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그것들을 같이 고민해달라고 독서모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이 없다는 것만 답이 되는데, 그 과정이 쓸쓸하기만 하기보단, 조금 기쁘고 희망찹니다. 답없는 문제를 계속 주워 안는 사람들을 집에 가는 내내 떠올리면, 다음달에도, 내년에도, 앞으로 내내 계속 이 모임에 나가고 싶다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기분만 남게 돼요.
아직도 비건으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은 사회 생활 속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생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얄팍한 의지와 다짐의 한계를 매번 날카롭게 인식하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힘이 약한, 덧없고 하찮은 것이야말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이라는 황정은 작가의 말을 기억하고 있어요.
프루스트가 사랑에 대해 한 말을 빌리자면, 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동물에게 우리 영혼의 한 상태를 투사하는 행위입니다. 개에게 살아갈 용기를, 돼지에게 결코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볼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용기와 생명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가능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동물의 값어치가 아니고 우리 영혼 상태의 깊이겠지요. 3주간, 느슨한 연대로 넓이와 깊이를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날 날을 기다리며, 계속해보겠습니다.
* [독서클럽 숲] 나와 동물과 지구를 잇다 >>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