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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그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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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로잉 장소, (아래) 내 작품>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하는 게 시작이었다. 실내에서 갑갑하게 그림을 그리기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으면 했다. 내 수업이 그랬으면 했고, 내 학생들이 그랬으면 좋겠단 생각이었다. '자유로운 그림 그리기'는 혼자서 그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줄곧 혼자서 그림을 그려왔다. 난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고 싶은 대상이 항상 있었다. 동기부여가 따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르다. 그림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고, 그리고 싶은 욕구 자체가 없는 학생들이 많다. 배운 건 입시 미술 뿐이라 어떤 것들을 알려줘야 그들의 개성은 살리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지 몰랐다. 미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처럼. 귀가 아닌 눈으로 전달하는 것. 거기에 제약과 규칙이 생기면 다 똑같은 그림이 되고, 재미가 없어진다. 난 학생들이 똑같은 그림을 그리길 원치 않았다. 그래서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두려웠다.
<야외 드로잉 중인 학생들>
그런 내게 야외 드로잉 강좌는 너무 딱이었다. 강좌 선생님도 각자 개개인의 스타일에 맞춰 조언을 해주었고, 격려도 항상 잊지 않았다. 자유롭게 그리되 그 안에서도 지켜야 할 조그만 부분들이 있었고, 그 작은 부분들이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내가 뭘 해줘야 해, 가르쳐야 해'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 학생들 개개인의 선과 시야, 색감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개인의 개성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집중력이 30분을 넘지 못해 징징대면서도 내 말들은 귀담아 들어줬다.
"00이는 얇은 선이 매력적이다. 옆에 여백과 어울려서 여백을 의도한 느낌을 주네?",
"00이는 동화 일러스트처럼 따뜻하고 귀여운 선을 가졌네? 어떤 색감을 가졌을지 궁금해진다" 등의 구체적인 칭찬과 격려.
"여기 열린 선들이 너무 많아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드네. 열린 선들을 닫아주면 깔끔해보일 것 같아",
"나무를 그릴 땐, 나무 실루엣만 따기 보다는 나뭇잎 하나를 관찰해서 그려보고 그걸 여러개 그리면 훨씬 더 살아있는 나무를 그릴 수 있어"
등의 구체적인 조언과 방법, 이 부분들을 알려줘야 한다는 걸 야외 드로잉 강좌에서 배웠다. 그럼 학생들은 얼른 그 부분을 더 채운 다음 물놀이를 하러 갔다.
<학생들 야외 드로잉 작품>
이 강좌를 들으면서 간 모든 곳들이 데이트 코스였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사진찍기에도 좋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도 왕창 드는 그런 곳들! 매번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가는 느낌으로 '오늘은 어딜 갈까?'하며 기다려졌다. 가을학기 전까지 친구들과 강좌에서 갔던 장소들을 다시 가서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가을학기가 열리면 그땐 꼭 친구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 학생들과도 학교 주변이나 근처가 아닌, 좀 먼 곳으로 가서 학생들이 새로운 곳들을 보고, 느끼고,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다. 인사성도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어딜 가든 함께하면 든든할 것 같다.
이 강좌를 듣고 생긴 변화도 있다. 길거리를 걸을 때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자동으로 “여기 나중에 그리러 와야지”라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주변에 그릴만한 것을 찾아 그리기도 한다. 이 변화들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