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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손님 맞이 상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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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클럽 숲 두 번째 이야기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새 집으로 이사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코로나 백신도 하나 둘 맞았으니 집에서 소규모로 모시고 밥 한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손님은 아이들의 성당 대부님 가족이다. 결혼하여 이제 4살이 되는 귀요미 아들을 둔 예쁜 가족이다. 대체 휴일인 월요일 점심을 하기로 했다.
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머릿속이 뒤굴 뒤굴 굴러간다.
육식을 좀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참여연대에서 하는 독서 클럽 <숲>을 신청했다. 1달에 한 권씩 관련 책을 읽고 육식과 채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세 달간 진행된다.
첫번째 책<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를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우유를 구매하지 않는것. 콩으로 두유를 만들 때 우유와 함께 갈아 먹었는데 이제는 콩과 물로만 두유를 만들어 먹는다. 우유가 들어간 모든 유제품까지 일일이 점검해서 먹지 않겠다고 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뿜뿜 뿜지는 못하지만 우유 자체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게 나의 작은 실천이다.
두번째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개는 그닥 사랑하지는 않지만 돼지는 먹고 있고 소도 먹고 입고 신고 들고 다닌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다 반응이 비슷한가 보다. 고기 먹기가 불편해진다. 먹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고기 먹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건 아니다. 왜냐하면 나의 이런 심정이 언제까지 갈까 자신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불편하고 먹기 싫은 이 마음에 주목하련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 된다. 집으로 손님은 청했는데 무엇을 준비 할까. 고기를 빼고 손님상을 준비한다는 것은 초 없는 생일 케익 같달까? 식탁 가운데 넙적한 접시에 고기 요리 하나 떡하니 올려 놓으면 게임 끝인데.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와 4살 아이를 위해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할까.
그래. 납작만두를 하자. 대구 명물인 납작만두는 말 그대로 아주 조금의 야채와 당면만이 들어간 납작한 만두로 기름을 두르고 바로 구워 파가 송송 들어간 간장에 찍어 먹는…. 그냥 기름.밀가루 맛이다.
근데 그게 묘하게 맛있다. 납작만두로 유명한 미성당에 택배로 주문할 때 비법 간장까지 같이 주문했다. 고기 요리 대신 납작 만두를 준비하고. 알배기 배추와 부추로 겉절이를 담고. 맛살과 팽이버섯.쪽파를 이용해 전을 굽고. 양상추,파프리카, 어린 새싹, 파인애플, 무화과등으로 샐러드도 준비하고, 멸치육수를 내 두부.팽이버섯 된장국도 준비하고, 선물로 들어온 멍게,명란 젓갈까지.
금방 갓 지은 고슬고슬 밥이랑. 나쁘지 않다.
부산 남자 대부님은 멍게젓갈에 꽂혀 밥을 세 공기나 먹고 와이프는 샐러드 소스가 맛있다며 소스 구입처를 알아가고 4살 귀요미는 늦은 아침을 먹었다며 후식으로 준비한 얼그레이 파운드 케익만 잔뜩 먹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납작만두는 처음 먹어 본다면서 신기해 하고( 마음속으로 이거 뭐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랑 울신랑은 맛나게 먹었다.
“제가 요즘 육식을 좀 줄여 보려고 해요. 그래서 오늘 육식을 빼고 음식을 준비했어요” 라고 말했다.
저는 카페인이 안 들어간 커피를 마셔요. 저는 맥주 보다는 소주가 좋아요 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 개인의 취향을 인정해주고 존중해 줄줄 아는 서로가 됐음 좋겠다.
사실 좀 많이 귀찮다. 야채는 유통기한도 짧아 자주 사야하고 부지런히 소비해야하고 손질도 많이 해야한다. 어릴 적 항상 뭘 다듬고 씻고 삶고 하던 엄마 생각이 난다. 손은 많이 가는데 막상 상에 올려 놓으면 별거 없는듯 해 보이는 채소 반찬들.
이런 저런 주저리 길다. 결론은 내가 늙었다는 거다. 예전만큼 소화력도 떨어졌고 어릴적 먹던 게 자꾸 생각나는거다. 늙었다. 근데 그게 싫지는 않네.
#우리는왜개는사랑하고돼지는먹고소는신을까 #멜라니조이 #모멘토
#참여연대 #독서클럽숲
독서클럽 숲 참여자들은 책 읽은 소감을 패들렛에 공유하고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
<독서 클럽 숲 세 번째 이야기 : 동물주의 선언>
#동물주의선언 #코린펠뤼숑 #책공장과더불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철학적. 실천적 지침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 눈 뜨는 것은 악몽에 던져진 것과 같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통을 마주하고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면서도 분노에 갇힌 채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모욕하거나 독선적인 태도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역효과를 부르고 역효과의 대가는 동물이 치르기 때문이다. 비난하는 것으로는 어떤 지원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동물보호의 삶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지만 동물에 대해 온정적이며 동물보호론자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까지 잃게 될 수 있다. 독선적인 선은 자만심의 가면과 같다. 독선적인 선은 타자의 부도덕이나 결함에 비추어 자신의 도덕성이나 완전무결함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잘 넘어가는 유혹이다. (p23)
따라서 어떤 산업을 금지하는 제안을 할 때에는 동시에 이들이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동물에게 정의로운 사회는 인간에게도 정의로운 사회이기 때문에 관련 산업 종사자가 직업을 바꾸는 과정이 그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그들로 하여금 일종의 응징이라고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삶이 보다 만족스러워지고, 그들 스스로의 가치를 긍정할 수 있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 (p93)
3개월 동안 미처 내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들여다 보고 고민하고 작으나마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앞으로의 삶에서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기회들에 언제나 열린 자세를 가진다는 거.
닫아 걸지 않는 것.
고민해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