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 l 강좌 후기를 남겨주세요
왜 우리는 무대를 기다릴까요?
마지막 수업_장면발표 포스터
배우, 희곡, 무대, 관객. 코로나19에 무대가 열릴 수 있을까? 연극 수업은 줌으로 하면 안 되는데? 얼마나 모일까? 강좌가 폐강되지는 않을까. 걱정과 고민, 그리고 기대 속에 막이 올랐다.
전문적이지 않은 시민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10회 차 워크숍을 했고, 제비뽑기 식으로 조를 꾸렸다. 논의하고 희곡 쓰고, 음악과 조명, 무대를 고민하며 연기와 동선 그리고 왜 우리는 이 주제로 이 극을 올려야 하는지? 이 극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우리에게는 관객에게는 무엇을 주기 위한 것인지 고민하다가 시간에 쫓겨 적지 않은(?) 관객을 맞았다.
2021년 10월30일(토). 가을 손바닥 연극 공동창작 장면 발표회. 총 4팀 16명이 달래 연출의 지도, 앨리의 도움(강좌 진행 및 극 음향)으로 극 4개를 올렸다. <당신이 사라졌던 22분>(달현, 쌩콩, 양파, 잭), <빙글빙글>(개굴, 갱, 11월, 에스텔라), <매미소리>(뿌, 소울, 오름 와사비), <We will 樂 you>(진수, 소화, 오리, 바위).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추리물인가, 돌고 도는 일상을 담은 극인가, 지친 여름 속을 건너가는 삶, 즐거움에 대한 건가 싶다가 이 모든 극을 관통하는 것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본적인 연극을 토대로 극형식적 실험과 참여를 유도하는 극부터 소도구들과 사람을 넘어 강아지, 꽃, 나무, 마음 등을 표현해 내기도 했다. 실수를 했어도 아는 이는 우리들 밖에 없을 법한 딱 한 번의 그래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극이다. 초연이자 마지막 공연인 셈이다.
우리는 냉엄한 관객의 평가에 직면하고 싶지만, 우리 스스로가 그 평가자가 되었다. 열심히 했으니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해주는 것이 아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질문이 배달됐다. “(________)은 왜 연극을 하는가?” (__________)은 달현, 잭, 양파, 쌩콩이 될 수도 있고, 시민연극단 또는 어떤 단체가 될 수도 있겠다.
①왜 (________)은 연극을 하는가?=잭은 그랬다.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다. 수업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애칭을 사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사회에서 부여된 이름은 특정한 위치와 성격 또는 역할을 고정해 놓은 측면이 많다. 잭은 고정된 사람이 아닌데 충분히 자유로운 인간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한정지어놓았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하게끔.
②(________)은 왜 연극을 하는가?=그 재미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혼자서 할 수 없지 않은가. 혼자서 하는 일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극은 서로 교감하면서 에너지를 키워주며 힘을 준다. 상대 배우가 관객이 무대가 힘이 되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생긴다. 아 살아있구나. 심장이 뛴다. 물론 활자나 영상, 글쓰기 등의 고난위도 작업은 혼자서 스스로를 파고들면서 하면서 자신을 만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도전할 항목으로 남겨둔다.
③(________)은 연극을 왜 하는가?=즐겁다. 욕망이 흘러넘치게 된다. 극은 자신의 다양함을 투영시킬 수 있다. 행동은 극을 이끌어나가는 동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연극은 마치 무대 위에 놓여 있는 경험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잭의 삶에 끊임없이 연관되어지며 사용되며, 자원이 된다. 한마디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이렇게 유용함이 많은데 극을 피하겠는가!
④(________)은 연극을 하는가? 왜?=출퇴근, 저녁의 음주. 하루하루, 일주일, 한 달 두 달, 일년 이년 삼년. 재미있는가? 괜찮은가? 잭 자네는 자네의 일에 만족하는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보상을 받고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마음은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모진 세상을 혼자 헤쳐 왔다면, 이제 당신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보라고. 그 두근거리는 무대가 기다려지지 않는가.
<손바닥 연극 워크숍 심화과정: 즉흥극을 이용한 공동 창작> 강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