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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여성들의 꿈과 환상’을 헤쳐 넘어 만난 조선 시대 사람들
큰 기대 없이 신청했더랬습니다. 변강쇠전은 유명하고, 군담 소설은 소싯적 읽어 본적 있고 고딩때는 이런 걸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도 했어서 오래된 미련도 있었고 말입니다. 월요일 저녁 시간이 비었으니 ‘뭐 한 번 들어 본다 ‘하고 가볍게 누른 신청 버튼. 지금 와서는 생각해보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 강좌 듣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면 (일부는 제가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겠습니다요)
첫 번째 내가 아는 조선은 조선 중기를 넘어 후기로 가며 유교 질서가 강해지고 여성의 권리 등이 제한되었다, 외세로 인한 전쟁이 몇 번 있었다 정도였습니다. 뭐 몇 명의 왕 이름과 장군 한두 명인 거지요. 그런데 열녀전에서 변강쇠 전에서 선생님이 읽어내는 조선은 정치와 경제 사회가 각자의 욕망으로 얽힌 다이나믹한 인간사가 펼쳐집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권위를 잃어가는 왕권과 국가가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해 충과 효를 공고화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이를 포상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장려한다.면세 혜택이 짭짤하고, 중앙 진출이 힘들던 지방 양반들이 그 가문 유지에도 유리한 이 제도. 그런데 충신과 효자는 행하기가 힘드니 누가 자식이 몸을 해치며 부모를 봉양하기 원하겠나? 기껏 목숨을 바쳐 주인을 지킨 개가 충의 사례가 되고 뭐 그런거지. 다만 남편 따라 죽는 열녀의 숫자는 점점 늘어 간다. 이렇게 죽어가는 여자들은 양반 남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어 열녀전으로 남겨진다. 물론 일부의 성리학자는 효에 반하는 죽음으로 논쟁거리가 된다.
두 번째 여성 주인공 로맨스 판타지형 군담소설의 남장 크리세에서 읽어내 준 여성의 꿈은 현대 여성의 삶에서도 아직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여성이 영웅이 되기 위해 남자가 되어야 한다든지, 19세기 말 공립 여학교 설립을 위한 상소문 등에서 여성들이 남자와 같이 국가에 대한 충성하겠다는 것을 그 이유로 이야기한다는 점은 남자 같이 혹은 남자 보다 더 투쟁하듯 살아온 여성의 현대사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판소리계 소설 변강쇠전은 그냥 야한 여자와 야한 남자가 만난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옹녀가 만나는 모든 남자들은 왜 그렇게 죽어 나갔는지, 옹녀는 왜 계속 혼인을 하는지, 변강쇠의 깊은 원한은 어디서 온 것인지 이야기 합니다. 18-19세기 콜레라 대유행으로 그때마다 몇십만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고 거리에 송장들이 널려 있어 나라에서 사람을 써서 시체를 치워야 하던 시대에서 사람들이 느꼈던 절망을 생생히 느낄 수있었습니다. 노력하는 현세의 성취를 믿던 유학자의 절망, 일거리 없이 죽어나가는 남자의 절망, 남편 없이는 장사 등 경제활동이 힘들어 계속 결혼해야 하는 여성의 절망, 판데믹 시절이라 더욱 강렬했습니다
네 번째는 성리학이라든지 조선 시대의 가치 신념 체계 등에 대해 너무 모른다, 최소한이라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다 못해 조선시대의 선과 악은 좋은 것과 싫은 것이라든지 성리학자들이 그들의 신념 체계에서 열녀 등에 대한 논쟁은 계속 되었다는 것, 천주교가 들어오던 시절의 유학자들이 느낀 한계 등을 이야기 들으며, 이제까지 너무 단편적인 지식으로 조선을 재단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후기 여성들의 꿈과 환상>은 저한텐 최근 한 십년 들은 여러 강좌 중 가장 새롭고 재미있고, 내가 참 조선시대에 대해 무식했다는 것을 크게 느끼어 공부해야겠다는 결심도 불끈불끈 솟고, 이렇게 다양한 문서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파오고 계신 선생님의 세월이 느껴져서 새삼 학자라는 존재는 정말 귀하구나 생각하게 되는 강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강의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속 강의 꼭 꼭 약속해 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