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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환상 사이의 간격, 그리고 꿈을 꿀 기회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지인의 추천으로 듣게 되었는데 지인의 멱살을 잡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가정이 있는 분이어서 차마…)
다른 지인으로부터도 조선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며 소진형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이 궁금하던 차에 제목도 제 마음을 잡아끌기에 당장 신청했는데, 어머 이런 대만족.
정말 재미있게 많이 배웠습니다.
첫 강의에서는 조선 후기에 여협(여성 영웅 소설의 주인공들)과 열녀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던, 이 복잡 미묘하고 기이했던 현상을 재미있게 따라다녔고, 두 번째 강의에서는 여성 영웅과 열녀의 서사들 외곽에 있었던 아주 흥미로운 두 작품, <삼한습유>와 <변강쇠전>을 통해 시선의 지평을 더 넓힐 수 있었습니다. 욕망을 수렴하여 실현해 줄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제도적 장치는커녕, 아예 꿈을 꿀 수도 없었던 사람들. 남들이 한 번 부질없이 꾸어보는 꿈에서조차 배제되었던 사람들.
최근에 여성 서사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진, 혹은 사라진 여성들의 이름을 다시 찾아주는 작업들도 활발한데요.
서양에서는 “여성이란 자연의 결점, 혹은 오류”로 인식되었던 중세적 여성관이 “여자는 어느 분야에서도 어떤 위대한 작품을 창조한 적이 없지 않은가”라는 기독교 철학자 드 메스트르의 헛소리가 통념으로 받아들여지던 19세기까지도 당최 고쳐질 줄을 몰랐죠.
조선이라는 시공간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소진형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그 안에서의 의미 있는 꿈틀거림들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널리 알려지고 활발히 연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좋을 법한 놀라운 소재들의 향연. (남성 몰살의 서사들이라니, 대체 조선 후기의 평안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열녀’라는 단어 안에 그렇게 많은 층위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들어있다는 것도, 납작하게만 알고 있던 변강쇠전 안에 그렇게 풍부한 서사가 들어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욕망은 존재했다는 점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던 점도, 경계에 서 있던 사람들의 역할에 시선을 놓아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꿈과 환상이라는 두 단어 사이의 간격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주신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우리가 꾸는 꿈에는 사실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꿈이 제도화되지 않으면 환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
“아마 성리학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 여성들이었을 것이다. 서양의 민주주의 이론이 그랬듯, 성리학 역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예측하지 못한 아주 불편한 존재들(여성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라는 말씀을 강의 후에 재미있게 곱씹어 보고 있습니다. 홍계월과 영혜빙, 김소행 같은 매력적인 이름들을 알게 되어 기쁘고, 그 이름들과 더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소진형 선생님 이야기보따리가 엄청 크고 알록달록한 것 같은데 앞으로도 많이 펼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강의 마련해 주신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열녀라는 이름이 필요했던 집안 남성들로부터 죽음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의 숫자를 보며 입이 떡 벌어졌던 순간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출처 : 박주 <조선시대의 여성과 유교문화> 박학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