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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배움 독서서클] 외롭지 않을 권리
“아~ 제목에 낚였어~~~”
이 책이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내용인 줄은 모르고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역시 잘 지은 제목이다.
대체적으로 책의 내용에 공감했던 앞서 읽었던 세권의 책과 달리 이 책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그만큼 이야기꺼리 토론꺼리가 많다는 증거이니 내용 또한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소감들을 살펴보자.
반갑고 공감한다는 사람,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왠지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으며 법제화되어 시행을 하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비용과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 이게 법으로 다룰 문제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정서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정말 다양한 의견이 엇갈렸다.
나이듦, 아픔과 돌봄을 주제로 한 이번 독서모임에서 우리는 왜 생뚱맞게 생활동반자법을 주제로 한 <외롭지 않을 권리>를 선택했나?
우리 노년서클의 핵심주제중 하나이며 모두의 숙제는 바로 돌봄이다. 그 돌봄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돌봄의 공백,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들 단순히 길어진 수명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요한 원인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을 바로 가족의 해체이다. 인류 역사 이래 돌봄의 주체는 바로 가족(공동체)이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가족이 가족을 돌보기 힘든 시대가 너무나 빨리 찾아 온 것이다.
그 대안으로 우리는 돌봄의 사회화, 시장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돌봄은 돈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나와는 상관없는 골치 아픈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더더욱 돌봄의 문제를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뭐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여전히 돌봄의 문제는 시장도 국가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벽 세시의 몸들에게>에서 우리는 ‘시민으로서 돌보고 돌봄받기‘에 공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돌봄의 장면에 최대한 진입하지 않게 해줄, 혹은 돌봄의 장면에서 재빨리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줄 획기적인 정책이나 놀라운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을 '어른스러움'이나 '독립성', '유능함'으로 착각하게 하는 불평등한 합리화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겐 돌봄의 장면에 머무르게 해줄 철학, 방법, 기술이 필요하다. 돌봄은 희망할 만한 것, 머무를 만한 것, 마땅히 배워야 하고 깊이 경험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다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시민으로서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돌보는 실력과 돌봄 받는 실력 둘 다를 키워가야 한다. '시민적 돌봄'이라는 단어는 그러한 변화를 위한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 돌봄이 시민의 개념, 시민의 책임, 시민의 권리, 나아가 시민들 사이의 관계 양식으로 통합된 사회는, 적어도 지금처럼 두렵고 불안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이 대목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러나 혼인을 매개로 한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1인가구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그 ‘시민적 관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과연 혈연가족 아니면 1인가구, 이것만이 옳은 것인가? 그 사이에 다른 형태는 존재할 수 없을까?
우리 주위를 한번 돌아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관계를 통해서 실재하고 있다. <행복의 기원>에서 서은국은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유리한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게 발전해 왔다고 이야기 한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행위는 서로 관계를 맺고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그 어울리는 방식이 꼭 ‘섹스(를 통한 결혼)’일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벡 게른스하임은 그의 책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올 것인가?>에서 일찌감치 우리들에게 말을 했다.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느냐고 물으면 바로 다양한 가족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들은 의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존재다.”
생활동반자법. ‘법’이라고 하니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진다. 좀 더 쉽게 생각해 보자.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실재하고 있는 가족들. 그들을 당신들은 가족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차별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하고 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누가 나의 가족인가?”
* 이 글은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새로운 노년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서클>의 독서모임에서 황두영 작가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