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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 성교육] 섬세하게 행복해지려면
<내 인생의 시의적절한 성교육> 정말 좋은 강의였습니다.
제가 친구가 그리 많지 않고 그리 추천 같은 걸 신경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강의라는 말을 일부러라도 쓰고 싶은 강의였고 선생님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혹은 피상적으로 알던 것들을 정리하고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위 사회성(이라고 불리는 것?)을 굉장히 느리게 익힌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았고(뭐랄까 굳이 그럴 필요를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든 연인이든 그런 관계가 많지 않았어요.
또 개인적인 성향이 상처 받는 것에 민감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줄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을 피하다 보니 주로 수동적인(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어, 또 페미니즘이나 퀴어 이론, 비거니즘 등 여러 가치관을 접하게 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젠더 문제를 공부하며 다른 것보다 우선 기성 사회에 있는 혹은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던 옳지 않은, 나쁜 일들에 대해서 먼저 의식했고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잘못인가, 나와 주변 사람들이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잘못된 행위가 뭐가 있을까-에 대해 주로 배우고 잘못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내 인생의 시의적절한 성교육> 강좌에서 이야기하는, 몸이든 마음이든 올바른 관계를 만들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 혹은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을 알아가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몸에 대해 감정에 대해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것을 그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두어 해 전부터 개인적으로 많이 아프면서 외로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고, 정체화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쭉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강의를 알게 되었고요.
이전부터 한채윤 선생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소심하게 페이스북 팔로우 하는 것을 제외하고 직접 얼굴 보고 목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고 내적으로만 존경하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언젠가 집회 혹은 퍼레이드 때 들은 적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요ㅎㅎ;) 이번 강의에서 얼굴 뵙고 여러가지 꼭 필요하지만 잘 알기 힘들었던 혹은 사소화되었던 그런 것들을 상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못과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 만큼이나 좋은 관계 그리고 행복한 감각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앞으로 저 스스로나 혹은 앞으로 맺게 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몸을 어떻게 알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행복해지는 방향을 상상할 수 있을지 그런 실마리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막연함, 두려움, 무지를 하나 하나 지나보내고 섬세하게, 느리지만 정확하게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다시 생겼습니다.
앞으로 다시 비슷한 것을 배울 때에도, 또 새로운 고민을 가질 때에도, 짧은 강의지만 이 시간에 배운 것들을 잣대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다른 강의들을 많이 하시겠지만, 아마 그 강의들도 굉장히 알찬 내용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외로운 팬데믹 시절을 보내다가 앞으로 맺을 관계들을 상상하고 그에 대한 저의 마음가짐을 만드는 데 참 시의적절한 성교육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 또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도 함께 강의를 듣던 분들도 이 글만 읽게 되실 분들도 모두 앞으로도 몸도 마음도 건강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