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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11/17 플루토크라시, 메리토크라시 그리고 공정성 (3주차)
3주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 어느덧 마지막 수업에 이르렀습니다. 첫 주차에는 금권정치의 개념과 영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능력주의와 그 속에 담겨있는 모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차에는 앞선 수업들을 바탕으로 과연 공정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롤스의 정의론을 공부하며 공정성과 정의를 연결해 ‘공정성으로서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롤스는 사회 제도의 제 1 덕목을 정의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정당성을 기반으로 형성되기에 정의가 보장하는 권리들은 절대적이라 여겼습니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롤스가 주장한 사회정의 원칙은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를 할당하는 방식과 함께 자원의 분배방식을 결정합니다. 첫째, 권리와 의무의 할당은 정치적 원리로 이어집니다. 즉,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둘째, 자원의 분배는 사회·경제적 원리로 연결됩니다. 분배에 있어서의 불평등은 사회의 최소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하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즉, 선천적 능력과 같은 우연적 요소들을 배제한 채 기회균등을 적용할 수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발생한 불평등은 최소수혜자의 기대치를 향상시킬 때에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롤스의 주장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사회구성원이 동의해야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거리를 줍니다.
이번 수업을 들으며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제도의 역할입니다. 현대사회 속 자원의 차등적 분배는 불가피하며, 이는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등은 능력이나 환경과 같은 우연적 요소로 결정되는 성향이 강하기에, 이에 대한 재조정이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즉, 불성실함, 노력의 부족과 같은 개인적 이유에만 집중해 사회적 구성원의 실패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점에 주목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업을 들으며 이 과정에서 제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게 되었습니다. 제도는 사회구성원이 생활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침과 더불어 사고방식에 역시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분배를 중시하고, 기회의 균등을 강조하는 제도가 사회의 근간이 된다면 사회구성원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한 이유 없이, 단순히 사회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자원을 분배하고,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구성되어야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초자산제, 기본소득과 같은 최근 우리사회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었고, 공론장에서의 토론과 공동체의 적극적 의견 교류가 이뤄져야한다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자원 분배의 공정한 기준입니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능력주의가 자원 분배에 있어 가장 공정한 기준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노력이 곧 능력으로 들어난다고 여겼고, 이에 대한 보상은 정당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능력주의 이면에 담긴 모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 생각하던 능력의 대부분은 결국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였습니다. 지능, 성실성, 더 나아가 노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 모두 하나같이 선택사항이 아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사항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우연성은 세대가 지날수록 체계적인 교육과 상속을 통해 세습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즉, 능력주의라는 포장 아래 오히려, 부의 세습화가 정당화되고 다른 이들의 실패는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능력주의의 폐해를 이해하며 우리 사회 속 자원 분배의 공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자원의 차등적 분배가 불가피해 능력주의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면, 우연성에 의해 좌우되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야한다 생각했습니다. 교육과 같은 사회적 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일정 수준의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그 해결책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외로움 사회’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과 인정을 갈망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것도 일쑤입니다. 이들에게는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모든 것은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정도 결국 자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원의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면, 모두에게 ‘기회’가 제공되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신 김만권 교수님, 함께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원활동가 양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