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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강좌┃서울드로잉 1기
글·그림 안정우 <레프트21> 프로그래머, 드로잉 강좌 수강생
미술과 음악을 비롯해 창작에 대한 나의 학창시절의 기억은 대체로 끔찍하다. 초중고 시절, 미술시간은 그림에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두려운 시간일 뿐이었다. 그 두려움 속에서 그렸던 포스터 몇 장은 오로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행위였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욕구는 끊임없이 나를 자극했다. 대학 선배로부터 락을
접하고 막무가내로 결성했던 밴드, 졸업 후엔 풍경을 담으려고 구입한 필름카메라, 그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려고 샀던 작은 스케치북.
그러나 이 역시 좌절에 부딪히고 말았다. 사회진출을 앞둔 나에게는 결코 여유롭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졸업>)라는 가사처럼 88만원 세대의
‘서글픈’처지는 결코 풍요로운 삶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명동에서 남산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
참여예술
실의에 빠진 나에게
2008년 촛불항쟁은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이 항쟁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되었지만 입시와 경쟁,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해
분노한 사람들이 직접 민주주의를 되찾는 행위였다. 동시에 나는 그곳에서 벌어진 참여예술을 발견했다. 도시 곳곳에 재미있는
낙서와
그래피티가 넘쳐났다. 매일 밤 크고 작은 공연와 놀이들이 벌어졌다. 거대한 촛불들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그들이
남겨놓은 설치미술이 거리에 생겨났다 사라지곤 했다.
바로 참여연대 드로잉 강좌는 참여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 <감성 디자인>의 저자 도널드 노먼의 말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다.”(노먼은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다’라고 말했다) 하얀 도화지 위에 도시의 풍경을 담으면서 우리는 전봇대를 꽂고, 고양이를 불러드리며, 꽃들을 다시
배치한다. 이 모든 것이 풍경화의 형식들이다 스케치북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는 우리의 통제권에 있다.
드로잉
강좌는 진정으로 그림을 즐길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순간이었다.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창작욕구가 있는 모두가 즐길수 있는
수업이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진정으로 그림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드로잉 수업뿐
아니라 어느곳이던지 나는 펜과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그림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남산 시범 아파트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
우리는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매번 다른 풍경을 그렸다.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학로 낙산공원의 오래된 집들, 서울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주교좌성당,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있는 인천의 차이나 타운, 북촌 한옥마을… 그 동안 팍팍하고 건조하게만 느껴졌던
도시의 풍경에서 이제는 온기를 느낀다. 그러다 어느새 내 삶에도 온기가 돌고있음을 발견한다.
건조하고 차가웠던 이전의 내가 더이상 아니었다. 결국 드로잉 강좌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 좬창작 면허 프로젝트좭의 저자 대니 그레고리가 이런 나의 기분을 정확히 표현했다.
“광고회사에서 20여 년간 일하며 자신을 잃어버렸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온전한 ‘나’를 찾고, 그로부터 특별하고 즐거운 매일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됐다.”
촛불항쟁에서 참여예술을 힐끗 발견했던 것처럼 창조적 예술활동을 즐김으로서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드로잉 수업은 참여예술을 통해 이 사회를 좀 더 살맛나게 만드는 중요한 한걸음이다. 그것이 ‘나’의
행복을 위해서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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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
고경일, 김부일의 서울 드로잉 1기 전시회 안내
일정 6월 24일(금)부터 7월 2일(토)까지
평일 10시부터 6시 / 토 12시부터 6시(일요일 휴무)
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
일본으로 떠나는 드로잉 여행
풍경화 워크샵 드로잉 in KANSAI
7월 28일 ~ 7월 31일 일본 간사이 지방 풍경 및 야경 드로잉 워크숍
*참가비와 세부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아카데미 느티나무 관련 글>> http://bit.ly/kmmmZ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