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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역사공부 1] 사료와 '톡' 하는 법 - 한국인의 역동성을 발견하다, 비숍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일부 고등국어(하) 교과서에 한 기행문에서 발췌된 [외국인의 눈에 비친 19세기 말의 한국]라는 지문이 있습니다. 이 기행문은 4번의 조선 방문과 급변했던 시대적 상항 그리고 인상 깊었던 모습까지 상세히 적혔습니다. ‘정확성’이 자신의 제일 목표였고,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 근대적 사료를 한 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사료와 ‘톡’하는 법, 세번째 시간으로 이사벨라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입니다.
허약했던 어린 시절과 장기선박여행
여성 지리학자, 대단한 필력, 크리스천.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rd Bishop, 이하 비숍)의 생애를 짚을 수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공회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려서부터 독실한 빅토리아풍의 기독교적 가정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병약했던 터라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부모님께 많은 것을 배우거나 혼자서 공부(생물학, 시, 화학)했죠. 늘 허약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하자 의사는 그녀에게 장기 선박 여행을 권유했습니다. 캐나다와 북미주를 방문한 후 쓴 ‘미국에 온 영국 여인(The Englishwoman in America (1856))이 팔리게 되면서 글과 여행을 자기 업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망 이후 다시 병이 재발했는데, 이 시기에 만난 비숍 박사와 결혼했지만, 병으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우울증과 고독으로 괴로워하던 그녀는 다시 여행을 떠났고, 1894년 1월 요코하마를 경유해 그 해 2월에 조선에 도착합니다. 그녀는 1897년까지 4차례 방문해 장기 체류를 했으며, 그 후 중국과 모로코를 여행했으나, 여독으로 사망했습니다.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1897년 발간한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은 1894년 1월부터 1897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친 조선 방문을 다뤘습니다. 당시 그녀가 조선을 방문했던 건 몽골 인종의 중요한 특성에 관한 자신의 연구 계획의 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죠. 원작자 머리말-서장-각 장 별 내용(ex.사회적 상황, 문화)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머리말에선 자신이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점을 우선시 했는지 밝혔습니다. 서장은 기존에 출판된 책에 조선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자연지리와 가족제도, 광물, 통치형태, 개항 이후의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점은 ‘정확성’ 입니다. 기행문의 특성상 자연지리와 인문적 요소가 필요한데, 지리학적 정보가 뚜렷했습니다. 더불어 쇄국을 유지하다가 강화도조약 이후 개항을 하게 된 외교적 상황과 한글 등의 사회문화도 기록했습니다. 바탕지식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역동성과 격변의 시기를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다
‘역동성’을 잘 묘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머리말에선 시베리아에 갔을 대 봤던 조선인을 보고 다른 국가와 성격의 특성을 짧게 언급했지만, 이를 낱낱히 쓴 건 제 13장 1896년의 서울 에서 잘 드러났는데, ‘서울이 여러 면에서, 특히 남대문과 서대문 방향으로는 너무 변하여 옛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있는 걸 보수하면서 때때로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건설되었으며, 새로 건물을 짓는 유럽식과 달랐죠. 또한 도로를 넓히고, 좋은 부지에 호텔을 세우려는 준비가 이뤄지고, 상점들이 즐비 해지기 까지. 1894년 자신이 책을 쓰기 위해 찍어둔 빈민촌 사진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졌다고 단언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또한 조선에 왔을 때의 상황도 언급했습니다.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을미사변, 단발령과 아관파천까지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을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어 동학농민운동의 경우 동학 교도와 정부군 사이의 전국적 충돌에 관한 소문을 들었으며, 이 일이 일어난 것을 이해하게 된 걸 나타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급변하던 상황을 제3자 시각에 바라보고, 저술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史料)로 인정받고 있으나,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선 입항은 광물을 노린, 이권침탈이 있다는 것과 사회진화론 시각이 있다는 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안에선 차마 알 수 없었던 관점, 생생하게 묘사하되 정확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녀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깊은 관심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