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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 8 - 참여연대에서 왜 예술교육을 하나요?
아카데미느티나무 10주년 기획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8
참여연대에서 왜 예술교육을 하나요?
글. 주은경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
“권력감시운동 단체에서 왜 그림, 춤, 연극 교육을 합니까?”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들어왔던 질문이다. 참여연대 내부 활동가는 물론이고, 참여연대를 방문했던 일본 시민운동가부터 느티나무에서 연극을 하고 그림 그리는 당사자들까지.
당당하게 나를 표현한다, 더불어 함께
토요일 오전. 하늘을 가리는 고층빌딩 사이 허름한 세운상가 옥상과 계단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서울드로잉> 수강자들. 대부분 어린 시절 미술 시간 이후 처음 그림이라는 걸 그리겠다고 이 수업을 신청한 사람들이다. 바쁘게 오고 가던 일상의 삶에선 오래된 건물과 골목길이 남루해 보이기만 했는데, 이곳이 이렇게 새롭게 보이다니. 서울 거리도 ‘자세히 보니 예쁘다. 오래 바라보니 사랑스럽다.’
<미술학교-인체드로잉> 수강자들이 누드크로키에 몰두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 <미술학교–인체드로잉>. 수강자들이 서로 모델이 되어준다. 모델을 섭외해 누드크로키를 하는 날도 있다. 연필로 선을 긋고, 물감으로 색을 만들 때 경험하는 그 몰입의 느낌은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의 시선과 평가가 아니다. 내 느낌, 선, 색깔을 내가 즐기면 충분히 행복하다. 내 그림을 남과 비교할 이유가 없다. 어제의 나의 그림보다 오늘의 내 그림이 조금 더 나아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 그런 비교조차 필요 없다. 인생에 대한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느낌에 온전히 몰입하고 표현하는 것은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며 진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연결된다. 혼자 하면 엄두가 안 나지만 함께 하면 서로 보고 배우며 성장한다. 온통 경쟁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여기서는 서로 격려하고 응원한다.
시민 예술, ‘내 안의 경찰’을 몰아내는 즐거운 놀이
<도시의 노마드> 등 느티나무의 춤 프로그램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교육이다. 타인과 나의 존재에 집중하며 몸으로 대화하는 춤, 회복하는 춤을 춘다.
“함께 춤을 추면서 내가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어요.” - 평화의 둥근춤 수강자
“처음엔 춤은커녕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겁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지?
왜?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 도시의 노마드 춤워크숍 수강자
느티나무의 춤 수업은 특정한 춤을 배워서 멋있게 추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춤을 추며 사람들과의 연결감을 발견하는 것, 내 안에 숨어 있는 나의 움직임을 밖으로 꺼내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 평가를 두려워하도록 길들여져 왔다. ‘내 느낌과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개인적인 삶은 물론 사회, 정치적인 사안까지 두려워서 못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예술로 내 느낌과 목소리를 내면 일단 삶이 즐거워진다. 나아가 그 경험은 개인의 치유를 넘어 시민이 자신의 삶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2017년 열린 느티나무 시민연극단 2회 정기공연 <인생은 아름다워>
시민연극 역시 “나를 억압하는 내 안의 경찰을 몰아내 내면의 힘을 키우고 자신을 확장시키는 좋은 기회”다. 2014년 <교육연극워크숍-기억, 평화, 민주주의>로 시작해 2019년 현재까지 1년 2회 진행해온 시민연극워크숍. “연극은 무대 위에서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관객의 상상으로 완성해가는 예술이며, 시민이 연극을 직접 해본다는 것은 내 안의 순수한 아이를 만나는 즐거운 놀이”다. 연극은 생각과 느낌을 대사, 목소리, 몸짓, 눈빛으로 표현하는 종합예술이다. 상대와 호흡하며 액션과 리액션을 경험하는 매력이 있다. 단 한 번의 무대 공연을 위해 몇 달 동안 집중해야 한다. 공연을 앞두고는 초긴장 상태. 실수할까봐 잠을 못 잘 정도다. 공연이 끝나도 그 몰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허전함이 몰려온다.
그러나 연극을 해본 시민배우들은 안다. 연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대사와 눈빛에 감정을 담아낼 때 얼마나 짜릿한지. “나도 모르던 나를 만나고, 내가 살아 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예술은 시민을, 시민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꼭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받고 일정 수준의 갤러리나 극장에서 공연을 해야 예술가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급예술은 당연히 그 존재가치가 있다. 동시에 시민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연극을 하며 자기를 표현하는 행위 역시 예술이다. 친구와 지인이 그것을 봐주는 것도 예술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만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입장에서 늘 고민하는 것이 있다. 최근 다른 교육공간에서도 드로잉, 춤 등 예술교육이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그들과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예술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다만 아카데미
느티나무가 지향하는 사회적 연대와 참여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강사, 수강자, 기획자로 모여 개인의 성장, 세상의 변화를 함께 고민한다는 것, 시대정신이 담긴 시민예술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글귀가 있다. “Art is therapy. Art changes people. People change the world.”(예술은 치유. 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두려움 없이 자기표현을 하며 시민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예술. 예술은 시민을 변화시키고, 그 시민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아카데미 느티나무가 예술교육을 하는 이유다.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는 2019년 아카데미느티나무 재창립 10주년을 맞아 총 10회 연재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