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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산방 그곳에 가면 - 창조성놀이학교 ‘책읽기와 함께하는 인생이불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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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산방 그곳에 가면
마흔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없어 방황을 했던 19년 봄, 지인의 소개로 아카데미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를 모르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숫기 없던 내게는 약간의 망설임과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처음 참여했던 날, 무표정하게 집을 나섰던 내가 돌아오는 길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비오는 날 비를 흠뻑 맞고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 우산을 살며시 받쳐주는 느낌이랄까? 비를 맞아 젖은 몸은 온기로 따뜻해져 훈훈하기까지 하다.
수업은 각자 책을 읽고 약속된 날에 만나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마법을 부린 듯 나는 아주 천천히 내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대화 할 상대가 없어서 때론 창피해서 하지 못한 말들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
아카데미 수업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걷고, 뛰던 내게 삶의 발자국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나던 어느날에는 마음에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가 씻겨 내려간듯도 했다.
이번엔 김혜련의 <밥 하는 시간>을 읽고 삶의 대화를 나눈다. 각자 준비한 보따리에 이야기 꺼리를 담아온다. 잠깐이나마 지은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나의 밥 역사도 그리 따뜻하고 평화롭지는 않았지만 아늑한 밥의 기억이 전혀 없는 어린 지은이를 떠올리니 가슴이 저릿저릿 아려왔다.
내게 ‘즐거운 밥하기’는 몇번이나 될까...? 밥은 늘 내가 해야하고 나 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 그저 해대는 일에 불과했었다. 밥, 여자들은 얼마나 할 말이 많을것인가! 다음 수업에 나는 무슨 이야기를 털어 놓을까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감우산방샘들이 돌아가며 수업때마다 준비하는 간식은 환상 그 자체이다. 무지개 빛깔의 샐러드, 자꾸만 손이 갔던 영양밥, 빵과 치즈, 과일 그리고 커피. 책의 내용을 빌어 표현해 본다. “고소하고 기름지고 찰지고 달고 오돌오돌 바삭바삭 쫀득쫀득 따끈따끈” 창 밖의 자연을 마주하며 즐기는 간식타임, 내 몸에게 주는 선물같다. 몸의 우울이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다. 생소했지만 자꾸 맴돌았다. 마음과 머리, 즉 정신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몸의 우울이라니.... 함부로 쓰고 대충 먹이고 제때 쉬어주지 못한 내몸을 떠올리며 쓰다듬어 주어야겠다. 내가 내 몸을 말이다
1부에서 서로의 이야기가 끝나면 2부에선 서숙자 선생님과 제미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손바느질 이불을 만든다. 한땀한땀 덮을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정성을 다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진한 감동으로 뇌리에 박혀있다. 이불을 꿰매는 바느질 수업은 단순히 만드는 방법만을 배우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그저 품어주는 감우산방샘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정겹고 사랑스러웠다. 마음이 춥고 외로울때 덮을 이불을 드디어 찾았다. <제미란의 창조성놀이학교>
아무때나 꺼내어 덮고 울고 이야기하고 하소연 할 수 있는 이불. 그 이불을 덮고 내 마음을 달구어 나도 누군가를 품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