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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후기┃어느 대학생의 출사표

20대 청춘, 내가 사는 세상을 알기 위하여
참여연대를 알게 된 것은 2008년 봄, 뜨거웠던 촛불집회의 현장에서였다. 내가 사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 20대 청춘이 되겠노라 다짐했건만 어째서 23살이나 먹고서야 이곳을 알게 된 건지. 책상머리에 앉아 신문을 들추고 글 몇 자 ‘끄적이’는 걸로 내 할 일 다 하고 있다는 듯 살아왔던 것을 반성했다. 그리고 진짜 세상의 중심에 서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연대가 구미에 당겼고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2년 후, 길거리에서 보았던 참여연대의 기억을 가지고 인턴이란 이름으로 통인동에 입성했다. 신문․방송에서 보아왔던 참여연대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걸음들, 그 행보에 ‘한걸음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이란 부푼 마음으로 출근했던 인턴 OT날, 배정받은 곳은 아카데미팀 이었다.
아카데미 느티나무, 시원한 그늘이 아니라 서늘한 그늘이었음을
참여연대 부속기관인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는 1년에 4번 (대략)분기별로 강좌들을 기획한다. 올해는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전태일 열사가 다녔던 길, 노동운동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주요한 장소를 걷는 답사강좌도 열었으며 ‘세상을 블렌딩한 커피이야기’라는 우리가 물처럼 마시는 커피 바로 알기 강좌도 개설했다. 진보와 인문학과 생활문화의 분야에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곳이다.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조금 실망이었다. 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법감시팀이나 평화군축센터와 같은 ‘전투적’인 곳에서 이 한 몸 불사르고 싶었던 20대 청춘이었기에, 아카데미팀이 웬 말이냐 싶었다.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부여받은 첫 날, 아카데미 느티나무, 이름만 들으면 커다란 나무 밑 시원한 그늘 같은, 널널하기만 할 것 같은 그 곳에서 어마어마한 업무를 맡았다.
“20대들을 위한 강좌를 기획해보세요.”
“19살, 이제 20살이 되는 아이들이 입학하기 전 어떤 강의를 듣고 싶어 할까요?”
강좌를 기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시민단체에선 어떤 강좌를 열고 있는지, 몇몇 유명한 문화센터에선 어떤 강의가 인기가 좋은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조사한 강의와는 다른, 차별성을 띤 강좌를 만드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웠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로 기획안을 내어 보았지만 다 ‘Kill'당했다. 이유는 ‘왜’ 이 강좌를 참여연대에서 만들어야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강좌는 쎄고 쎘다는 거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참여연대의 색깔을 띠고 젊은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강좌는 달라야했다.
도대체 왜? 참여연대에서 20대를 위한 강좌를 만들려는 거지?
참여연대의 새로운 숙제, 20대 끌어안기
우연의 일치일까, 그 질문은 내가 참여연대와 만나게 된 계기와 상통했다. 2008년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 때 그 속에는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미’성년자들에게서 시민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주체 없이 운동없고, 학습없이 변화없음을 아는 참여연대는 미래의 시민운동을 이끌어갈 그 때의 10대들을 만나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희망 없는 20대’가 세상을 들썩이게 한 적이 있다. 침묵하는 20대, 투표하지 않는 20대. 기성세대는 침묵하는 청년들을 비난했다. 희망 없는 청년에게 청춘이란 단어는 아깝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글러먹은 20대들에게 희망이란 없다고 단정 지었다. 과연 정말일까. 정말로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애초부터 글러먹은 놈들이어서 침묵했던 것일까.
피 끓는 20대인 나로서는 정말 억울한 말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무관심한 청년들의 모습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일이었고 의식 개선 또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청년들이 세상에 관심을 가질만한,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않았음은 왜 꼬집지 않는가.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토익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집에서 그들의 자식에게는 “좋은 곳에 취직하려면 공부해야한다”라고 말한다. 기성세대 그들조차도 모순에 빠져있다. 결국은 이미 개인의 삶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20대들의 청춘을 앗아갔다. 88만원세대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짱돌을 들기엔 먹고 살기 바쁘고, 몇 십 년 전처럼 세상으로 손잡고 끌어준 대학선배들도 없었다. 토익공부도 학점관리에만 매달리게끔 만들어진 세상에서 의식도, 방법도 없이 표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한 청춘을 찾아서
꽃 피는 춘삼월도 옛말이 되어간다. 봄꽃들은 3월에 봉오리를 열지 않는다. 추위에 떨다 4,5월쯤, 뒤늦게야 허겁지겁 꽃을 피우고 이내 여름이 되면 일찍 그 얼굴을 떨군다. 봄이 없어지는 것처럼 청년들의 청춘도 사라진다. 영어점수와 스펙에 시달리는 청년들, 그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만개할 틈도 없이 열매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 곳에서 나는 꽃을 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보고 싶다. 아주 작은 시작이겠지만 그 첫걸음은 청년들의 의식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른아이 혹은 아이어른인 20대의 그 출발점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대학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바꾸는 다양한 방법
그래서 내가 꿈꾸는 강좌는 모두 다 ‘첫 단추 잘 꿸만한’ 강좌들이다. 아직은 구상 중이라 현재진행형의 숙제로 남아있지만,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은 20대 청년이 잘살 수 있는 법에 관한 것들이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우리들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게끔 글 잘 쓰는 법에서부터 연애도, 여행도 잘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강좌까지.
불과 2주 전만 해도 김샜다며 투덜거렸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내가 너무나 좋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는 깃발을 앞장세워 길거리에 나서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배우고 있기 에. 1년 뒤, 9기 인턴이 들어올 때쯤 내가 기획한 강좌가 당당히 아카데미 느티나무에 그 이름이 걸리도록, 이곳에서 겨울이 끝날 때까지 청춘을 불태워야겠다.
저도..이런 부분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는 20대인데..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작은 실천이 큰 결실을 맺을 꺼에요 ㅎ
혜란씨... 씩씩한 공주가 제일 예쁘다고 내가 말한 적 있나요?
우와 혜란씨는 말타고 갑옷까지 챙겨입은 공주같아여^^
우리 담에 또 볼 수 있겠죠?
언제나 용감무쌍하시길... 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