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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후기] '아베의 일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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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일본’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최근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2019, 미키 데자키)이 있다. 일본 극우세력이 어떻게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왔는지 담담히 보여준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야말로 전장이다. 패배가 아닌 승리로 역사를 수정하기 위한 시도하에 그것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세계를 상대로 있는 일을 없는 일로 세탁하는 작업은 흡사 전쟁이다. 이들은 전장을 바꿔 은밀하게 전쟁을 수행 중인 것이다. 그 중심에는 아베 수상과 일본회의가 있다. 그림자 정부 또는 흑막정치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영화적 상상의 음모론이 아니다. 이는 정확히 일본사회를 지탱하던 여러 축이 점차 무너져가는 현실을 지시하고 있다.
극우 일본의 탄생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한일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도 같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이 제기한 질문, 즉 식민지배 불법성은 흡사 시한폭탄처럼 양국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하고 경제보복 조치를 감행했고 한국 또한, 이에 응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22일 한국정부는 지소미아의 계약연장 중단을 결정했다. 역사-경제-안보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갈등은 일본이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사태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양국의 입장 차와 앞으로의 향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단 일본을 알 필요가 있다. 현재 아베 내각은 4기 즉, 장기집권에 접어들었다. 4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강사로 나선 이영채 교수는 미디어와 언론에 주목했다. 1기 아베내각이 조기 종료되었고, 이후 장기집권의 초석을 다진 2기 내각이 들어섰는데, 1기와 2기의 큰 차이를 만든 것이 바로 미디어와 언론이라는 것이다. NHK를 비롯해 주요 방송에 요직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하고, 일종의 ‘자민당 선전국’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진보적으로 분류되는 방송들까지도 정권에 장악된 듯 비판적인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도 일본은 올해 67위에 머물렀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조건은 일본 내 사회당과 공산당 등 견제세력의 몰락 그리고 자민당 내 온건보수, 자유주의 파벌의 궤멸에 있다. 더불어 시민사회도 무너진 한 축이다. 한국에 잘 알려졌듯 ‘혐한’ 시위를 주동하는 제특회와 같은 단체의 성장, 그들이 쏟아내는 혐오발언(헤이트 스피치)과 국가주의적 발언에 점차 많은 시민들이 우경화되고 있다. 이는 경제-정치-운동이라는 삼중의 위기 속에 그 균열 틈으로 발호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맥락에서도 이러한 일본 시민사회의 우경화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베와 극우세력이 정치세력화해나감에 있어 유효한 응전이 부재한 것, 즉 한국의 촛불항쟁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못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다. 특히 60-70년대 여러 민주주의 투쟁에 큰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단체의 고령화가 심각하고 확장성 높은 SNS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젊은 세대는 우경화가 심각하다. 이는 교육문제도 얽혀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어떤 교과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가 수록되어있지 않다. 실제로 이영채 교수는 자신들의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를 물었을 때 거의 모든 학생이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관련 과제를 내줄 때, 인터넷 검색을 최대한 제한한다는데 그 이유 또한, 위키백과를 비롯해 관련 정보의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일본극우의 정치세력화를 추동하는 아베 1강의 제도정치의 위기, 교육과 미디어의 장악, 대안세력(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몰락이 마주치며 현재의 극우일본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대의 필요성
현재 일본은 전쟁과 식민지배가 몰고 온 아시아의 비참을 잊고 전전(戰前)으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 한일은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영채 교수는 시민사회 연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에 강제동원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 전, 50-60년대 일본에서는 양심 있는 자들, 용기 있는 자들에 의해 일본 정부로부터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던 관련자료가 수집·공개되었다. 그 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되었을 때 일본 시민사회는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나서서 행동했다. 이렇게 일본 시민사회는 과거 한국의 민주화와 과거사 청산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NO Japan’이 아니라 ‘NO Abe’로의 구호 전환은 매우 유효했으며, 일본 시민사회에 큰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미약하지만 일본에는 아베의 개헌에 반대하는, 재무장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으며, 정치세력화된 극우에 맞서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적 기억들을 돌아봤을 때, 일본은 외면할 수 없는 존재다. 이영채 교수는 이런 상호연관에 대해 “일본은 한국을 이해 못하면 아시아에서는 친구가 없고, 한국은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일본에 대한 다차원적 이해 제고의 필요성, 적대로부터 인정과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본 후기는 [긴급특강] <2019 아베의 일본,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 중 1강, 이영채 교수의 '한일갈등,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후기입니다.
다음 강좌는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의 [잘못 꿰어진 첫 단추, 1965 한일협정을 다시 본다]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