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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저자와 함께 <미투의 정치학> 읽기 2 - 여성에 대한 폭력과 미투 운동 (정희진)
오랜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남성의 공간, 소유물로 여겨졌습니다. 그 속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계속 이어졌고요. 그러나 2018년 봄부터 지속된 미투(Me Too)운동은 수많은 눈물과 침묵 그리고 생각거리를 담고있습니다. <미투의 정치학> 두번째 시간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미투 운동을 요약하고, 담아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가부장제의 틀 그리고 사문화된 법
착취적 성매매와 가정폭력은 가부장제의 매트릭스(母型)에 해당됩니다. <어머니 – 창녀>라는 형태가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이 다뤄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부장제가 생계를 구성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무의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근대 이후 대중교육을 거쳐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논의된 건 1994년도에 성폭력 방지법 제정 이후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여성폭력에 관한 관련 법이 생겼습니다. 성매매, 성폭력 그리고 가정폭력 이 3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지만, 사문화(死文化)된 문제에도 들어갑니다. 다시 말해, 여성 관련 법들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공식적으론 불법이나 비공식적으론 인정하는 셈 입니다.
크나큰 파급력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어찌 보면 미투는 범죄 신고 ’캠페인’에 불과한데 왜 사회적 파장을 불렀던 걸까요? 신고를 하면 파출소에선 사소한 일로 취급하고, 설령 피해 사실을 말하려면 자신의 평판을 버릴 각오로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 의식의 고양,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 그리고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파급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SNS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성별 정보 격차를 ‘극복’, 숨겨진 범죄를 즉각 가시화된 것도 하나의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극히 일부 현상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미투의 ‘선별성’입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들
먼저 특정한 형태의 폭력만 ‘성폭력’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일 때만 지지를 받고, 올라가는 것이죠. 그러나 폭력의 유형이 다 다르고, 조직 내 성폭력은 은폐 구조에 따라 심한 곳이 달라지는 기준이 됩니다. 이는 노동 시간과 관련이 깊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기 때문에 착취 아닌 착취인 겁니다. 나아가 노동문제인데 젠더문제로 바꿔서 피해를 가시화, 사소하게 하거나 분열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남성 네트워크 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성폭력이 되거나 안 되거나 한다는 점 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성폭력, 특히 유명 인사일 경우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분노가 크며, 사회는 피해자의 신고 자체를 원인으로 봅니다. 또한 사건 후에도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계속 활동하고,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미투의 선별성은 사회의 문화권력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달라져도 여전히 완벽한 ‘피해자(말을 하지 않는다는 등)’ 와 압도적인 폭력만 ‘성폭력’으로 바라보는 덫에 갇힌 겁니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성 역할'은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이다. (p. 107)' 이번 강의를 듣기 전 읽는 내내 눈길이 갔던 문장입니다. 어떠한 사회에서 살고있는지,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하는건지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인식을 바꾸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