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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10주년 파티
지난 토요일 느티나무 10주년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보통의 생일집에 놀러갈 때에는 당연히 생일 주인공을 축하하러 간다. 생일알림 이메일을 받고난 후 빡빡한 스켸쥴에도 이 날을 비워두며 문득, 달달한 소파의 유혹을 뿌리치고 길을 나서며 또 문득 "도대체 나는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 "내가 모라고?",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와 같은 생각들이 있었다. 딱히 시원한 답을 내지 못한 상태로 다 늦게 도착해서 행사장에 들어선 이후, 내가 가졌던 질문따윈 모두 잊어버렸다. 어느 사이 10살이 된, 그만큼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느티나무, 그 그늘 아래 잠시라도 머물러 보았던, 위로받았고 치유받았던, 자신을 되찾았고, 단단해졌고, 어제와 달리 오늘 또 조금 더 속 깊어졌을 사람들 속에 섞여들어 누구의 생일이 아닌 우리의 생일 그 여름밤을 매우 즐겁게 보냈다.
수업 때처럼 행사를 살뜰히 준비한 간사님들의 애씀이 느껴졌고, 세련된 파티 스타일링과 주술과 같이 느껴지는 춤으로 옥상을 매우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 도시의 노마드팀은 느티나무의 보석 중 보석이었다. 넉넉하고 맛있는 음식이 주는 풍요로움, 특별한 에너지로 1. 2부 행사를 진행해주셨던 사회자분들 덕분에 어색함 없이 웃고, 춤추고, 감동에 젖는 시간이었다.
1부 행사를 통해 느티나무의 지난 시간들을 경험하며 시민사회의 발전과 함께해온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지난 가을학기 미술수업을 통해 느티나무와 인연을 시작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미술 그 자체가 내 내면을 생동하게 해주었지만 그와 더불어 이곳이 참여연대이고 나는 한 시민으로써 '아카데미느티나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시대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주는 특별함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분들은 그냥 세월의 힘으로 나이를 더해가는 것이 아닌, 노력으로 오늘을 깨어 경험하고 고민하고 배움을 이어가며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는 분들이었다. 그 10년의 시간들을 퍼포먼스를 통해 실감하며 잠시 가슴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다.
2부 행사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끝내주는 하늘을 가진 참여연대의 옥상에서 펼쳐진 그날의 풍경은 단지 몇 줄의 후기로는 도저히 전달 할 수 없을 듯 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노마드팀의 자유충만한 춤, 와인과 더불어 귀를 적신 기타 선율, 지난 몇 개월동안 싱숭생숭했던 나의 상태를 한 마디로 정리해주었던 고급진 타로리딩, 결코 아마츄어스럽지 않은 간사님의 데낄라 썬라이즈 칵테일과 마지막으로 왁자한 잔치를 잔치답게 빛내준, 우리를 찾아주지 않았다면 자칫 서운할뻔했던 경찰의 경고성 방문조차도 맞춤이었던 더 없이 완벽한 시간.
자리를 파하기 전 까페에서 이야기를 이어갈 때 누군가 "아카데미느티나무는 참여연대의 폐와 같다."라고 했다. 난 이 말에 참으로 동의한다. 절실하되 심각하지 않기!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사회적 이슈들과 세상살이에 자칫 우리의 영혼이 매말라 버리지 않도록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촉촉하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느티나무 아카데미'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삶을 통해 소진되지 않도록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너른 느티나무의 품이 생겼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하루에 일 년에 십 년을 더해가며 시민사회에 더 깊은 뿌리를 내리는 내일의 '아카데미느티나무'가 되길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축복하고 또 바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