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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최소한의 고증도 없는 역사드라마 너무 많다”
지난 3월 11일 첫 강의를 시작했던 "역사드라마, 사료로 다시보기" 1강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역사드라마>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10대 고등학생 부터 60대 중년 남성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자리해주셔서 더 풍성한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 기사는 강의에 함께 참석한 <미디어 오늘>최훈길 기자님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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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소한의 고증도 없는 역사드라마 너무 많다”
주진오 역사학 교수, 참여연대 강연…매주 목, 방송3사 역사드라마 ‘분석’
2010년 03월 12일 (금) 11:41:36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송일국이 고구려를, 최수종은 발해를 건국했다는 말을 들을 때 참 난감하죠.”
지난 11일 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가 ‘역사 드라마,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 강의는 참여연대가 8주간 <역사드라마, 사료로 다시 보기>라는 주제로 시작하는 릴레이 강연의 첫 번째였다.
전체 강연 흐름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이번 릴레이 강연 기획에 참여한 주 교수의 지적은 향후 열띤 토론을 예고했다. 주진오 교수는 “최소한의 고증도 거치지 않고 제작되는 드라마가 너무 많다”며 “재미있고 시청률이 높으면 우수한 드라마가 된다”고 현 역사드라마 현실에 직격탄을 날렸다.
주진오 교수는 일례로, 제중원의 경우 “(의료 선교사로 선하게 묘사되는)알렌이 (대한제국의)이권을 많이 뺏은 인물이라는 시비가 있고,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백정 출신으로 의사가 된 박서양”이라고 지적했다.
“SBS 제중원 제작진, 철저한 고증 거친 것처럼 표방하는 게 문제”
▲ SBS <제중원>. ⓒSBS | ||
박서양 관련 기록을 살핀 주 교수는 “제작진은 박서양이라는 사람을 모델로 썼다고 했는데, 박서양은 실제로 제중원에서 1886년 의학당을 만들 때 태어난 사람”이라며 시대적 간극을 설명했다. 또 그는 “박서양과 관련 있고 키워준 사람은 알렌이 아니고 에비슨”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대립구도, 러브라인 등 드라마로서 실제 역사와 다른 것들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SBS 제작진이)철저한 고증을 거친 것처럼 표방하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SBS 드라마 외에도 KBS MBC 드라마도 역사적 현실과의 ‘괴리’가 지적됐다. 주 교수는 KBS <천추태후>에 대해 “천추태후는 손꼽히는 악녀 중 한명이었다”며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져 자기 아들을 죽이고 그 남자와의 자식을 왕위로 올린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가 천추대후를 새로운 인물로 그리고 구국항쟁의 어머니로 만들었다”며 “드라마 작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주진오 교수는 MBC <선덕여왕>에 대해서도 “선덕여왕은 삼국사기보다는 화랑세기를 참조했다”면서 “그 책이 과연 사료라고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역사학계에서 많은 논쟁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소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MBC가)역사 자료가 아니지만 그걸 잘 활용한 것”이라고 촌평했다.
“KBS, 악녀 천추태후를 구국항쟁 어머니로…MBC, 화랑세기 ‘소설’ 참조”
▲ MBC <선덕여왕>. ⓒMBC | ||
그렇다면,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만들라는 지적인 것일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자’, ‘역사 고증에 충실하면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가’, ‘시청률에 자유롭지 못하고 사전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작환경’이라는 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 교수는 “역사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왜 재미있는 드라마가 불가능한가”라며 “꿈꾸는 역사는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고증의 바탕이 되는 사료를 실제로 살펴보면 상당히 재미있고, 오히려 역사적 상상력이 풍부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KBS <추노>의 배경이 된 조선 시대 사료를 보면 “노비, 평민들이 돈이 생기면 족보를 사서 거기에 자기 이름을 집어넣고 양반 행세를 하는 모습이 나오며, 몰락 양반의 실태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 KBS <천추태후>. ⓒKBS | ||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하기 좋은 사극 유형이 대장금과 같은 캔디형”인데 “일제 치하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쪽에서 쓴 소설에서도 이 같은 유형이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선덕여왕>의 경우 “비담이라는 인물은 삼국사기에 2번 등장하고, 칠숙과 석품의 난도 나온다”며 “(시청자들도)사료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 재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 고증 충실하면서도 재밌는 드라마 불가능한가”
주진오 교수는 “사극이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분명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 사람들이 바라는 역사 의식이 그 드라마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과거가 아니라 우리 시대와 오버랩 시켜 생각하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선거의 계절, 대선 때가 다가오면 개혁 군주의 모습이 드라마에 나온다”며 향후 대선,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나올 드라마에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2강 <미실과 비담은 누구인가? 선덕여왕>(전덕재 경주대 교수, 3월18일), 3강 천추태후 <악녀에서 영웅이 된 천추태후>(김인호 광운대 교수, 3월25일), 4강 <소현세자는 누가 죽였나? 추노>(한명기 명지대 교수, 4월1일), 5강 <개혁군주 정조의 은밀한 사생활, 이산>(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4월8일), 6강 <제주의 기생에서 갑부가 된 거상 김만덕>(정창권 고려대 교수, 4월15일), 7강 <백정출신에서 의사가 된 이야기, 제중원>(주진오 교수, 4월22일), 8강 <내가 만들어 보는 사극 발표와 강평>(주진오 교수, 4월29일>을 오후 7시~9시 30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http://academy.peoplepower21.org/, 02-723-0580)
기사 링크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