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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쫓아낸 정권, 참 옹졸" 정연주 오픈특강 기사 (PD저널)
아래는 지난 3월 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에서 열린 오픈특강에 대한 PD 저널의 기사입니다.
강의 내용을 잘 담고 있어 강연에 참석하셨던 분들에게는 강연을 되새겨 보는데, 강연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정연주 사장님의 강연을 함께 나누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주
출처 : PD저널(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23)
"김제동 쫓아낸 정권, 참 옹졸"
정연주 전 KBS 사장, 4일 참여연대 특강
2010년 03월 05일 (금) 11:00:05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김제동 씨가 뭘 잘못했나. 그 사람이 <스타 골든벨> 진행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욕을 했나, 정치적 견해를 밝혔나. 김제동 씨 말을 빌리면 ‘웃기는 데 무슨 좌우가 있나’. 다만 프로그램 밖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때 사회 보고, 쌍용차 사태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한 마디 던진 거다. 그런 것조차 용납 못하는 사회, 이 정권, 참 옹졸한 것 아니냐.”
지난 4일 오후 7시 참여연대에서 주최한 특강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주제는 ‘언론과 권력, 시민주권’. “요즘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는 정 전 사장은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권 아래 대한민국을 보면 진화했는지 뒤집어져 거꾸로 가고 있는지 보인다”고 말했다.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가 되는 것 △획일적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가 되는 것 △타율성이 지배하는 데서 자율성이 확대되는 것 △권력·경제력이 소수에 집중되던 데서 참여가 확대되는 것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가는 것 등이 그가 제시한 역사 발전의 키워드다.
정 전 사장은 김제동, 윤도현 씨의 프로그램 하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빵꾸똥꾸’ 심의 등을 예로 들며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PD저널
“MB, ‘코드인사’ 정도가 아니라 ‘혈족인사’”
지금 언론, 특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냈다. 정 전 사장은 “언론의 1차적 기능은 사실보도다. 그런데 조중동은 사실보도 안 하는 게 많다”면서 이명박 정권 취임 후 계속된 ‘낙하산 사장’ 논란에 대해 입을 뗐다.
“참여정부 초기 제가 사장이 됐을 때 ‘코드인사’라고 했습니다. 당시 가치,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그렇게 얽어맸어요. 그런데 지금은 코드 정도가 아니고 ‘혈족’ ‘친족’ 인사 아닙니까. 자기 대통령 선거할 때 방송 전략실장 하던 김인규 씨 KBS 사장으로 앉혔지 않습니까. 언론특보 하던 구본홍 씨 YTN 사장 시켰잖아요. 김재철 MBC 신임 사장, 지방 MBC 사장하던 때 대통령 오니까 가서 지방 현안 브리핑한 사람입니다. 이거 코드 아니고 ‘친족 인사’ 아닙니까. 같은 패밀리잖아요.”
참여정부 당시 한 목소리로 ‘코드인사’를 비판하던 조중동이 지금의 ‘낙하산 사장’ 논란에 대해선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정 전 사장은 또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가 지난해 69위로 곤두박질 쳤는데 조중동은 한 줄도 보도 안했다”면서 “사실보도 안 하면 언론 아니다. 자기 입맛에 안 맞으면 안 쓰는 거 언론 아니다”고 꼬집었다.
“요즘 언론, 감시견 아니라 애완견”
정 전 사장은 “요즘 언론은 감시견이 아니라 말 잘 듣는 애완견으로 전락했다”면서 “조중동을 비롯해 경제지, 거의 모든 방송까지 지금 우리나라 언론의 90%가 기득권 세력, 정치권력 비판을 안 한다”며 “지금 언론 행태를 보면 기성권력의 도구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특 히 그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들며 우리나라 언론자유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 보여줬다. 국경없는기자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 2007년 39위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47위, 2009년 69위로 급락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룩한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돼버렸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김제동, 윤도현 씨 자르고, <PD수첩> 정책 비판했다고 잡아넣고, 미네르바 잡아넣고, KBS 사장 자르고, 선거할 때 핵심 참모들 방송사 사장에 전부 앉히고, 전교조 선생님들 정치적 견해 밝혔다고 해임시키고, 촛불집회 갔다고 구속시키고…. 표현·양심·언론 자유가 이렇게 침해당하니 언론자유가 69위로 떨어진 것 아니냐.”
“MB, 일본 따라가려 해…NHK 절대 따라해선 안 될 모델”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 정 전 사장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이 일본을 따라가는 걸로 본다”고 해석했다. 일본 자민당이 54년 동안 집권할 수 있었던 핵심에는 일본 언론이 있다는 것. 정 전 사장은 “일본 NHK는 전 세계 공영방송 중 유일하게 예산을 국회에서 승인받는 곳”이라며 “예산을 정치권이 쥐고 있는데 편성·제작 독립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의 존재이유인 비판적 기능이 거세된 조직이 NHK로 무색무취한 곳”이라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이 KBS도 NHK처럼 무색무취하게 만들자고 하는데 이는 곧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자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내가 사장을 할 때 한나라당에서 끊임없이 추진한 것이 KBS의 예산을 국회에서 승인받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렇게 되면 언론의 기능은 끝난다. 돈줄을 정치권에서 쥐고 있는데 어떻게 독립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민영방송은 언론의 본령인 비판 기능보다 오락 기능이 핵심이고, 신문 역시 90%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민당 54년을 끌어준 바탕이 됐다”며 “미디어악법을 온갖 무리를 하며 도입하려 하는 것도 일본처럼 되려는 거다. 조중동에 먹거리 주고, 방송은 철저히 오락 기능으로 가 장기집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연주 전 KBS 사장 ⓒPD저널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암울한 현실이다. 정 전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시대를 지나면서 역설적으로 너무나 생생한 교훈을 얻었다”는 것.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이 제시한 ‘당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을 예로 들며 생활 속에서 아주 구체적이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꿀 수 있다. 단적으로 서울시장 선거 제대로 해서 서울광장 다시 시민들 품으로 찾아와야 한다. 지금 20~30대는 김제동, 윤도현 씨 (퇴출) 때문에 엄청 열받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44%라지만, 20대에선 27%에 불과하다. <PD수첩>에 대해서도 20대의 74%가 자신이 판사라면 무죄 판결 내리겠다고 한다. 이게 지금 20대의 현주소다.”
정 전 사장은 “20~30대가 투표장에만 왕창 가면 역사는 바뀐다”며 “20~30대가 투표장으로 가서 정치적 축제를 하게 만드는 방법을 많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정권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정권이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역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태,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유신, 군부독재 시절 다 지났다. 이 정권은 5년짜리 시한부 인생이다. 절대 오래 못 간다. 우리하기 나름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명박 정권이 2년 동안 20~30대에게 너무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정치 교육을 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강연을 마쳤다.
*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양승미님이 작성한 오픈특강 후기 보기 => http://academy.peoplepower21.org/56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