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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경제학 고전 읽기 <국부론> 제2강('19.6.11.) - 도덕감정론을 중심으로
애덤스미스의 생애와 주요 저작의 간략한 소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첫 번째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첫 번째 시간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주요 저작의 내용을 살펴보고 <도덕감정론>의 구성과 주요 골자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시간 교수님의 열강이 이어지다 보니 계획된 진도보다 다소 지연되었는데요, 그걸 염두에 두셨는지 상당히 속도감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강의 전반부에는 저작 중 <철학적 주제에 있어서의 천문학 역사 에세이>라는 다소 생소한 책에 대해 상세히 소개해주셨는데 총 분량은 150여페이지 정도로 학자들의 천문학 연구내용이 100여 페이지를 차지합니다. 제목처럼 천문학의 변동과정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책에서 눈여겨 볼 점은 과학적 현상을 바라보는 세가지 시각입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움을 증명하듯 surprise 다음에는 왜 그런지 의심하게 되는 wonder 최종적으로는 경이롭게 바라보는 admire의 단계로 이행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상상력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이해(연결)가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제대로 매끄럽게 설명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기 떄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즉 상상력은 사고의 괴리·단절을 매끄럽게 연결해주면서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워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고 이해한 이후 감탄과 경이로 나아가게 되는 과정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철판위에 쇳가루를 올려놓고 그 아래 자석을 갖다대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예로 들어주셨습니다. 슘페터가 독창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평가한 <국부론>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 개인의 이익, 자본, 자유방임주의와 같은 개념들이 각각 Mandeville, 자연법 전통, 중농주의, 로크·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여러 학자들이나 학문적 입장에 분산되어 있던 여러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이어 오늘 강의의 핵심인 <도덕감정론>을 살펴보았습니다. 1790년 애덤 스미스가 사망하던 해 마지막 수정증보판이 발행된 이 책은 아래와 같이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단히 논리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마지막 7부는 이론사에 해당됩니다.
제1부 : 행위의 적정성 - 동감과 공정한 관찰자 개념
제2부 : 공로와 과오 또는 보상과 처벌의 대상
제3부 : 자기 자신의 감정과 행위에 대한 판단의 기초 및 의무감
제4부 : 효용이 승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제5부 : 관습과 유행이 승인과 부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제6부 : 덕성의 성격
제7부 : 도덕철학의 세계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본 부분은 동감(sympathy)의 원리였습니다. 동감은 윤리(도덕)의 근거로서 애덤 스미스는 기존의 이성, 신, 양심 등과 같은 선험적인 것들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서 찾았는데요, 이는 유럽대륙의 이성중심주의와는 결을 달리한 스코틀랜드의 전통으로 허치슨을 시작으로 그의 제자인 흄, 스미스에게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감은 타인과 감정들을 공유하는 인간의 본성으로 동물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
는 일종의 동료의식과 같은 것이지만 동정심과는 다른 1차적 감정으로 다른 저작 <철학적 주제에 있어서의 천문학 역사 에세이>에서 언급되었던 상상력이 작용한 결과로 나타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타인이 처한 환경 조건 속으로 자신을 위치시키도록 해주므로써(이입) 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동양사상에서 자주 거론되는 역지사지와 거의 유사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전제되는 사항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타인의 승인을 욕구하고 추구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애덤 스미스는 타인의 평가와 승인을 강조하고 이것이 도덕적 판단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공정한 관찰자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우리 내부에 자리잡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A라는 폭력배가 B라는 행인에게 어떤 행동을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이때 A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행위를 가하면 B가 이에 따른 반응을 할 것입니다. 이때 도덕적 판관으로서 공정한 관찰자는 A, B의 행위를 관찰하면서 A를 판단하기 때문에 A는 이를 염두에 두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행위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연결하는 강력한 고리가 됩니다. 정리해보자면 동감의 원리는 도덕적 판단이 내려지는 일종의 심리적 메카니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이 Adam Smith problem입니다. 이는 독일의 역사학파가 19세기부터 제기한 주장으로 도덕감정론의 도덕세계와 국부론의 시장경제 세계가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국부론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심과 도덕이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는냐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공정한 관찰자는 타인보다 자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심을 추구하고 경쟁을 통한 부의 추구를 승인하기는 하지만 공정한 행위가 아닌 것은 부정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애덤 스미스의 체계내에서 해결이 가능해집니다. 그렇다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독과점 같은 불공정경쟁이 판치는 현실에서 정말 이 두 세계의 양립이 가능하기는 한걸까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교수님 의견에 수강생들의 질문과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현대 주류경제학에서는 egoist와 self-interest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의견. 애덤 스미스의 신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질문, 헤겔의 간주관성과의 관계 등 의미있는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다음 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부론>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이론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요즘 TV에서 뉴스 저널리즘의 본질과 보도 행태를 분석·비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경제적 사안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이용해서 온갖 왜곡과 견강부회가 가득한 보도나 기사가 횡행한다고 합니다. 시장에 맡겨라,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도하고 있는 문제를 단번에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근대경제학의 시초로 알려져 있는 <국부론>을 꼼꼼하게 이해해나간다면 조금은 진실과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성 : 자원활동가 민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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