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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5/30 한국사회 이슈 따라잡기 3 _한국교육의 길을 묻다
한국의 교육 난맥상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의는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의 이해와 관점이 얽혀 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요구사항과 해결책을 주장합니다. 이런 일들은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한 권고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루한 논의와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진 작년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사회 이슈따라잡기]의 5월 강좌는 이런 교육 현실과 해결책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강사를 맡아 주신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강민정 대표는 30여년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교육 현장의 실상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강의의 시작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한국 교육의 목적에 대한 것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중략)……..,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목적으로 한다”와 같은 조항인데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만큼 잘 구성된 문장입니다. 강의 중에 주목한 것은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본법에 이미 우리의 교육은 필요한 지식의 전달 만이 그 목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는데, 실제 학교에서의 교육은 긴 시간동안 시험을 잘 보게 하는 아이들을 양성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은 한국 교육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서 더욱 커졌는데요...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은 국제 학업 평가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60~70개국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 등에서 항상 3~5위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험 성적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내적 동기(흥미)는 전체 대상국 중 58위에 머물고 있고, 자아 효능감은 62위, 자기 신뢰도는 63위, 자살률 2위 등의 결과도 같이 존재합니다. 이런 결과를 입체적으로 해석해 보면, 한국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에 거의 흥미가 없으면서도, 무슨 이유인지 매우 공부를 잘 합니다. 공부를 그렇게 잘 하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은 매우 낮습니다. 강민정 대표의 말처럼 10대의 파릇파릇한 아이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괴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여전히 과도한 학습의 부담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 먹는 순간에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표현 되듯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기술 혁신과 사회 구조 변화는 현재 10대들의 직업 선택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미래 사회의 유망 직업 등을 나열 하면서, 아이들을 이런 직업군으로 밀어 넣는 일들이 이제는 거의 쓸모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고 있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다양한 문화적 소양, 의사 소통 능력이 중요한데요.. 하루 종일 공부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 10대들이 이런 능력을 제대로 키워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강사이신 강민정 대표도 이와 관련된 우려가 많으셨고, 강의 참가자들도 모두 큰 걱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학교를 바꾸어 가는 것에 있습니다. 현 경쟁 위주의 교육 문화를 우리가 법에 명시한대로 학생들이 자립하고 민주시민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강민정 대표께서는 혁신학교에서 근무하신 경험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감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 하게 되면서, 교육 정책과 철학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혁신학교인데요.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교육에 대해 교사들이 토론하고 실험 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학교의 분위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어서, 참가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교사와 학생들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큰 의견차이가 있을 경우,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마지막에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의사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일련의 과정이 학생들에게 내가 삶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민주주의를 학습하게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강의 참가자께서 큰 관심을 보이셨는데, 시민단체라 하더라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학생 시절에 습득하고, 평생 체화 해야 하는데, 우리의 기존 교육은 그렇지 못 해, 어른이 되어 인식이 바뀌어도 태도는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더 많은 사례가 전파되고, 학생들의 자주권을 더 많이 보장해 주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의 후에 질의 응답 시간에도 학교 교육 시스템이 너무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강민정 대표는 오랜기간 정착되어 온, 극단적으로 지식의 습득만 강조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식의 습득보다 기존의 지식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관점에 기초해, 학교의 시스템을 더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셨는데요... 학교는 교사가 변하는 만큼 변하기 마련이어서, 새로운 교육 실험과 혁신에 대한 교사들의 노력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더불어 내 아이만 차별화 시켜 유명 대학에 입학시켜야 한다는 부모들의 의식이 교육 혁신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합니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공동체의 아이로 학부모들의 의식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고, 많은 참가자들이 가장 크게 공감한 지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더디게 변하는 학교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표출되었지만, 혁신 학교의 사례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강민정 대표께서 혁신 학교에 몸 담으시면서 경험하셨던 변화를 직접 설명해 주셔서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강 대표님의 말씀처럼, 지금의 교육과 학교 시스템은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져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적하고, 새로운 전환을 이끌 시민의 요구가 더 커지길 기대하고, 여러 의미있는 사례들이 널리 퍼져 나가길 기원합니다.
후기 정리: 전병옥 /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