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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배움 서클] 고령화 시대의 아픔과 돌봄
지난 1월 마음의 준비도 없이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역시 마음의 준비 없이 홀로 남아 힘들어하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전에는 해보지 못한 노년과 질병,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늙은 부모님이 있는 자식으로서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중년으로서 내가 얼마나 노년에 대한 생각과 준비가 부족한지 깨달았다. 그런 차에 마침 참여연대에서 ‘노년배움서클’ 강좌안내를 보게 됐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 강좌가 일회성이 아니라 수년전부터 계속돼온 배움서클의 연장이었는데도 나는 처음 보는 강좌였다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노년 문제에 관심이 없었는지를 반증한다.
총 5회 모임 중 세 번은 전문가 강의로, 두 번은 독서모임으로 이뤄졌다. 전문가 강의는 노년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심각한 고민이 없었던 나로서는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생각해볼 거리를 얻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고령화를
사회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들으면서 고령화가 단순히 접근할 문제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고, 현재 우리나라 노인돌봄 제도의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강의에서는 노령화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놀라기도 했다. 마지막 강의에서는 현직에 계시는 요양보호사의 말씀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또 한번 통감했고 생각보다 허술한 제도와 인프라에 실망했다. 강의
자체도 좋았지만 이후 질의응답이나 조별 나눔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환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밝히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도 좋았다.
두 번 있었던 독서모임에서는 고령화, 아픔, 돌봄 등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조별로 모여 각자의 감상을 나눔하고 나중에 다 모여서 각 조의 의견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별 모임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책에 대한 감상이 다른 것도 흥미로웠고, 각 조의 구성원에 따라 발표내용이 상이한 것도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강좌를 듣는 분들이 연령도 환경도 다르고 또 이 강좌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다양하다는 점이 강좌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노인에 대한 개념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책이나 방송에서 노인의 이미지는 오랜 세월을 경험하면서 더욱 품이 넓어지고 현명해지는 모습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갈수록 더욱 고집스럽고 탐욕을 부리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노인이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나 사회적 부담의 원인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오랜 세월만으로도 가치 있고 존경받을만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식되기를 원한다면 젊은이들의 무조건적인 공경을 강요하거나 ‘내 나이가 어때서’ 같은 수사로 자위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초고령화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이 생산적이고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이 되려면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