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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극워크숍 '나를 찾아 떠나는 연극 여행'을 마치고 : 다시 수요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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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장면 발표가 끝났다.
한 학기 수업이 아름다운 계절의 바람 속에서 모두의 웃음과 누군가의 눈물과 약간의 울컥함 속에서 막을 내렸다.
올해로 참여연대 연극 수업을 들은 지 4년이 되어간다. 학기로는 7학기가 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연극 수업은
이제 봄, 가을 제일 먼저 일정을 조절하게 만드는 우선 순위가 되었다.
2015년 늦가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만난 참여연대 첫 연극의 강렬함을 지금도 기억한다.
가슴 절절한 주제를 시민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으로, 음악과 시로, 조명으로 그토록 생생한 울림을 담아 전할 수 있다니.
감동을 넘어 전율이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다음 년도에 망설임 없이 등록을 했고 무대에 올랐고 그렇게 세 번의 공연을 했다.
그리고 2019년 봄 또다시 새로운 연극 수업을 듣게 되었다.
새로운 연극 수업.
이번 봄 학기의 연극 수업은 두 가지 갈래로 진행 되었는데 그 하나가 대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가을 공연의 모티브로 삼던 그 동안의 흐름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지금까지는 참여자들이 내놓는
이야기를 듣고 연출 혹은 작가가 각색하여 대본을 썼다면 이번에는 각자가 써온 시놉시스에서 공통적인 또는 함께 더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부분을 꼭지로 삼아 희곡을 직접 써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묘하게도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온 얘기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을 모으고 다듬어 한 편의 희곡을 만들어 보는 것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다. 감격스럽게도 회원 한 명이
밑 작업인 「이야기의 뿌리」를 작성하면서 희곡을 쓰는 대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감사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하트를 ♡♡♡)
처음엔 누구의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막막했었는데 이야기의 뿌리와 회원들이 올려준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움직임이 있었고
나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버무려 짧은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오~ 이 놀라움)
노년과 죽음, 부양의 문제 등을 다룬 내용이 펼쳐질 텐데 최종적으로 어떤 희곡이 완성될지 궁금하다.
더불어 무한한 기대와 신뢰의 눈빛으로 새로운 극작가의 탄생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쓸 수 있을 만큼만 쓰고, 대본 작업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연출님이 있으니까~
다른 한 편으로는 안톤 체홉의 ‘바냐삼촌’을 각색한 김은성 작가의 ‘순우삼촌’을 읽고 몇 장면을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었다.
대본을 함께 읽는 시간은 즐거웠고 인물들의 전사와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 몸짓을 연구하는 과정이 새롭게 다가왔다.
배우가 달라짐에 따라 다른 맛을 느끼게 되는 장면들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토요일에 진행된 배우의 몸 풀기와 감각 열기 수업 또한 특별했다. 희곡의 배경인 잠실 섬을 둘러싼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모래밭, 갯벌의 진흙, 발바닥 아래 부드럽고 서늘한 풀의 촉감, 차가운 강물, 물 튕겨내기 발장구 치기 등등 하! 상상만으로도 생생한
오감이 느껴지다니.. 희곡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한 수업은 낯익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날
4월의 눈부신 날 진분홍 박태기꽃 환한, 마당 넓은 집에서 참여연대 연극반 최초의 학기 중 엠티가 있었다. 목련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구운 고기, 그리고 음악을 곁들여 마시는 한 잔의 술은 그 곳이 서울 한 복판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멀리 인왕산? 북한산?이 바라다 보이는 뒤꼍의 탁 트인 풍광은 세상의 시름을 모두 잊게 할 만큼 거칠 것이 없었다.
도도한 몸짓의 두 마리 고양이도 함께 했다. 연출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물건 나누기 시간은 흥미로움과 놀라움, 부러움을 거쳐
따뜻한 시와 노래로 마무리 되었다. 들었지만 가물가물했던 영화와 책이야기는 기록의 대가 회원의 손을 거쳐 선명한 기억으로 남겨졌다.
손바닥 연극이라고는 하지만 배우들은 준비가 대단했다. 대사를 외우는 건 기본, 의상을 준비하고 신발에 악세사리에 화장까지 완벽.
맡은 역할에 자기만의 색을 입혀 자신만의 향기를 뿜어냈다. 대사 한마디에 동작 하나에 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이 느껴졌다.
이렇게 열심히들 하다니.. 우리 연대(?) 연극 팀이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직장 일로 바쁘면서도 시간을 쪼개 수업하러 달려오고 일정의 최우선 순위에 연극수업을 놓고 정성 담긴 간식을 마련하고 그리고 발표 준비까지..
사람. 그 원천은 바로 사람이 아닐까? 서로에 대한 믿음, 의리(문 모 배우의 ‘의리’는 언제 말해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지나치지 않은 배려와 관심.
무엇보다 연극에 대한 애정, 이끄는 분의 세심함..
그래서 우리는 연극반 수업에만 오면 더 많이 웃고, 집중하고, 이해하고, 행복해하는 것 같다.
대학 음악 동아리 뒤풀이에서 단골로 나오는 얘기가 있었다. 사람이냐! 음악이냐! 늘 싸웠던 것 같다.
고뇌했고 마찰이 있었고 서로의 의견에 대해 날을 세웠다. 왜 그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을까.
젊은 날의 과도한 열정과 순수함이었나. 그럼 이제 묻는다. 우리는? 참여연대 느티나무 연극반은 무엇이 중심인가? 질문이 유치하다.
나는 생각한다. 연극은 곧 사람이다. 둘을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 삶의 모습이 곧 연극이기 때문이다.
<나가며>
봄 학기 동안 두 편의 연극을 함께 보았고 수도 없이 뒤풀이를 했지만 언제나 갈증은 남는다.
본 수업만큼이나 풍성한 배움과 나눔이 있는 이야기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 모 배우 왈 ‘뒤풀이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데 이사 오는 게 어때?’ㅎ
매 시간 수업 장면을 찍어 참석하지 못한 회원을 위해 배려해주신 연출님, 회장님, 따뜻한 미소와 준비로 최적의 장소를 마련해주신 간사님,
평균 연령을 낮춰준 신입 배우님. 그리고 우리들 모두 참 수고했고 감사하다. 모두에게 짝짝짝!! 이제 가을 학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올 가을엔 어느 배우의 말처럼 단풍놀이를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