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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1 - 호모아줌마데스는 느티나무지기
아카데미느티나무 10주년 기획 -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 1
호모아줌마데스는 느티나무지기
글. 주은경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2009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본지 <만남> 코너에 실린 그녀에 대한 소개글이다.
오늘은 ‘느티나무지기’ 호모아줌마데스 이야기를 하려 한다. 느티나무지기 모임이 뭐냐고? 이름 그대로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진보, 인문, 행복을 위한 시민들의 즐거운 배움의 공간이 되도록 힘을 모으는 든든한 친구들이다. 매 학기가 끝나면 자신이 참여한 강좌와 워크숍에 대해 평가하고, 다음 계획을 세울 때 의견을 모으고, 중요한 행사나 결정을 할 때 늘 참여한다. 호모아줌마데스는 아카데미느티나무 10년 동안 이 모임에서 주요 멤버로 활동해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세상 밖으로 나온 그녀
호모아줌마데스를 처음 만난 건 2009년 초여름이었다. 참여연대에서 시민교육기관 아카데미느티나무를 다시 오픈했을 때, 그녀는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두 딸을 키우느라 몇 년 동안 정신없이 집안에서만 살았다는 그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자원활동가로서 수강생 출석 체크하고 간식 챙기고 다른 수강생들이 그녀를 느티나무 간사로 여길 만큼 열심히 했다. 아침 설거지를 밀쳐놓고 때로는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겨놓고 한 시간 거리를 달려 나오는 고마운 사람. 그런 그녀가 나를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즐거운 발견이었다.
2010년 1월,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글쓰기 교실>.
이 프로그램은 ‘시사적인 글을 제대로 비틀어 읽는 법, 논리를 제대로 세우며 글 쓰는 방법, 토론에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실습하는 시간’이었다. 매주 숙제는 빡셌다.
“일주일간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보충자료를 찾고 며칠 잠 설쳐가며 분석했어요. A4 한 장이 정해진 숙제의 분량이었는데, 마지막 날 숙제로 제출한 제 글은 무려 5장이 넘고 말았죠.”
그녀가 당시 수강후기에 남긴 말이다.
참여자 중 젊은 언론인 지망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실력과 열정은 젊은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에게 저런 에너지가 있다니. 우리는 느티나무지기인 그녀에게 <느티나무 백인보> 인터뷰를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만 30여 명. 그녀는 거의 잡지사 기자를 능가하는 글을 매번 써주었다. 원고료도 없이. 이렇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던 그녀는 이후 「참여사회」 회원 인터뷰의 고정 인터뷰어로 스카웃되었다.
2012년 6월 느티나무홀에서 돗자리파티를 하고 있는 호모아줌마데스와 시민들 ©아카데미느티나무
느티나무지기들이 엮어낸 ‘아카데미느티나무’라는 그물망
호모아줌마데스에게 느티나무지기로서 또 하나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느티나무지기 회의에서는 학기 말마다 종강파티를 어떤 컨셉으로 진행할지 결정했다. 거의 TV 예능프로그램 작가회의 같았다. 특히 2012년 봄학기에는 이름하여 <돗자리파티>. 지하 강의실에 돗자리를 깔고 아이처럼 노는 시간이었다. <내 강좌 뽐내기> <발씨름대회> <이미지 단어 맞추기 게임> 이 모든 프로그램을 느티나무지기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행사를 꾸렸다. 그날의 하이라이트 <경품행사>를 위해 느티나무 참여자들과 강사들이 집안의 물건들을 기부했다. 그때 치약, 비누부터 가장 많은 물건을 집안에서 끌고 나온 사람이 그녀였다. 품목을 나누어 번호를 매기고, 당일 경품권을 만들고 나눠주고. 이 모든 일에 호모아줌마데스의 손길이 갔다. 그 경품행사로 모은 돈으로 느티나무홀의 조명을 친환경 LED로 바꾸었다.
이 글을 쓰며 호모아줌마데스가 참여했던 강좌를 세어봤다. 2009년 4개, 2010년 4개, 2011년 5개, 2012년 5개, 2013년 4개, 2014년 3개, 2015년 2개, 2016년 4개, 2017년 5개, 2018년 3개. 한 강좌당 4~8회이므로 상당한 시간이다. 이렇게 참여한 강좌에 대해 그녀는 느티나무지기로서 언제나 날카로운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참여연대 민주주의학교 강좌가 시민들의 일상의 삶과 실천에 좀더 연결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했다. <진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는 그녀와 함께 기획한 강좌다. (그때 강사로 왔던 고(故) 노회찬 의원이 이 강좌 제목이 참 재미있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인문학이란 결국 자신에 대한 생각을 넓고 깊게 하여 내가 사회 안에 있고 모든 관계의 그물망 속에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공부”라 생각한다는 호모아줌마데스, 그리고 10여명의 느티나무지기들. 이들과 함께 아카데미느티나무는 각자의 개성과 색깔로 더불어 소통하며 서로 배움을 나누는 친밀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공공의 장소에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 이런 든든함이 삶을 즐겁고 사랑하게 만들어준다. 집단지성으로 연결하고 협동하고 참여하는 경험. 이 길에 호모아줌마데스와 느티나무지기 친구들이 있다. 자랑스럽다.
PS. 그녀는 내가 이 글을 쓰는지 전혀 모른다. 이 글을 보고 그녀가 뭐라고 할지 약간 걱정이다. 호모아줌마데스만큼 글발이 좋지 않아서.
※ <시민교육 현장의 소리>는 2019년 아카데미느티나무 재창립 10주년을 맞아 총 10회 연재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