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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알쓸신집_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알쓸신집> 강의진행기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세입자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주거권을 보장하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제를 도입하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발족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서 내집 마련은 꿈꿀수 조차 없고, 전월세,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런데 법, 제도, 정책 개선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세입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알수록 쓸모있는 신기한 집이야기(이하 알쓸신집)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써보는 주거 이력서
주거권을 보장하라! 민생희망본부 기자회견, 보도자료, 논평, 성명에 빠지지 않는 단골, ‘주거권’은 주거기본법에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주거권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하려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위해서는 주거빈곤층을 위한 주거급여가 상향되어야 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습니다. 기존 방법과 달리 생활속에서 경험하는 주거권을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할 소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나와 가족이 자라고 성장한 곳,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 내일을 준비하는 곳이 집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당신은 집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질문하면 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개인 주거사를 기록할 ‘주거이력서’를 나눠주고, 과거에 내가 살았던 집,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종이에 적은 다음, 조별로 ‘어디서 태어났는지’. ‘이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어디에 살고 싶은지’를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속에서 오래도록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수강생들은 대저택, 호화로운 주택이 아닌 빨래가 잘 마르고 햇볕이 잘 들고, 주인 눈치를 안 보는 집, 주거권이 보장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주거권에 대한 강의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수강생 모두가 당면하고, 관심있는 주제라도 ‘주거’, ‘주거권’의 개념을 전달하는 강사의 특강 위주로 진행했더라면 수강생들이 강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상 생활 중심 길잡이
내 손으로 쓰는 임대차계약서
지금까지 나에게 계약서 작성법,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법, 임대인에게 수리비 청구하는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학원을 다닐 수도 없고, 찾아서 공부할 시간도 없습니다. 임대차계약서는 공인중개사가 설명하는대로 작성하고 도장 찍기 바빠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볼 겨를도 없고, 한파로 보일러가 고장나도 주인의 연락은 닿지 않고, 형광등, 대문, 열쇠, 창문이 고장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직 공인중개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입자가 실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으로 강의를 구성했습니다. 강의 시작 전에 세입자로 살면서 부딪히는 "관리비에 유지보수비 추가됐는데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거야?", "벽지 훼손해도 보증금에서 제한다는데 세입자 책임은 어디까지?" 고민들을 서로 나눠보았습니다. 계약서 작성법, 깡통전세 피하는 법, 계약시 주의사항, 보증금 떼이지 않는 방법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의 내용 대부분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있는 내용입니다. 수강생들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현직 변호사가 법규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법과 제도를 찾는 시민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정답이다’, ‘이렇게 해야한다’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해주는 길잡이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체득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이번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는 사업 현안을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법, 제도 개선은 시급한데 국회와 정부는 꿈쩍도 안 하니 마음은 더 다급해집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더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서 세상을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좋은 세상은 우리가 더불어 숲이 되어 함께 지킬 때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더불어 숲은 시민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고, 어떻게 전달할지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좋은 방법을찾으려는 노력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