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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침반을 들고 글 여행을 떠나다 - 용신
<성우로 활동 중인 이용신님. 가수로도 활동할 당시 발매한 음반을 참가자 한분 한분에게 선물해주셨어요. ⓒ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는 지난 9월 3일부터 10월15일까지 <시민칼럼니스트되기 - 박상규 기자의 죽이는 글쓰기, 죽여주는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매주 서로의 글이 기다려지는 마법같은 시간들이었는데요, 참가자들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아카데미느티나무
타임라인에서 ‘죽이는 글쓰기’를 발견했다. 스크롤 머신처럼 움직이던 나의 엄지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6주간 매주 글쓰기과제가 있긴 하나 너도 무려 ‘시민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다며 꼬신다. 참여연대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면 자그만치 30%를 깎아 준다고 한 번 더 꼬신다. 2살, 4살 두 아들의 엄마가 평일 저녁 7시에 뭘 배우러 나간다는 건 가족의 협조 없이는 절대 불가. 엄마와 서방님께 6주간 아이들의 잠자리를 맡기고, 첫 번째 수업을 들으러 가는 월요일 저녁. 그냥 그 시간에 밖에 나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찌나 행복한지. 어둑어둑한 도로를 달리며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는 게 대체 얼마 만이더냐.
내게 강 같은 기쁨이 넘쳤던 첫 수업 이후 5번의 글쓰기과제를 제출했다.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어떤 단어를 쓸까? 를 고민하던 나에게 “왜 썼습니까?”라는 박 기자님의 질문은 이제까지 내가 글을 써오던 방식을 전면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했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출발하자 글쓰기 여행이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이 가끔 먹통이 돼서 한 글자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멍 때리고 있을지라도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분명했다. 어떻게든 도착하겠지라는 믿음도 생겼다. 쓸데없는 짐을 내려놓아야 홀가분하게 진짜 여행을 즐길 수 있듯이, 이미 써 내려 간 글자와 문단들을 Delete와 Backspace로 가차 없이 쳐내고 나니 글은 점점 솔직해져 갔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았다.
글을 써오긴 했지만, 목적지를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내가 나침반을 손에 넣은 느낌이다. 이제 동서남북만 어딘지 알아도 글쓰기 여행이 그리 막막하지는 않을 듯하다. 마지막 글쓰기과제를 다듬어서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했고, 방을 하나 얻었다. 글쓰기 수업처럼 일주일에 한편 제출이라는 강력한 푸쉬는 없지만, 느릿느릿 차근차근 나만의 글쓰기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뒷주머니에 나침반 쏙 집어넣고.
/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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