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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9/4 페미니즘: 투쟁과 연대의 역사 (이나영 교수님) 1강
젠더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 단어였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페미니즘운동이 거세지면서 젠더에서 페미니즘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자칭 좌파로서, 한 명의 여성으로서,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쉽게 말 할 수 없는 점이 항상 맘에 걸렸다.
아니, 초반 한국의 페미니스트 운동이 시작했을 때에는 당당히 선언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가 맞는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강의는
-‘미투 운동’과 한국의 여성운동, 서구의 여성운동 간 관계
-왜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운동이 뜨거운가?
에 대한 명확한 답까지는 알 수 없어도, 꼬여있는 생각의 실타래의 시작점을 찾아줬던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1장
한국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됐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동안, 과연 냄비근성의 민족답게 페미니즘은 아주 넓고 깊게 우리의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청년으로서 이런 현상을 바라보면서 과연
페미니즘이란 무엇을 추구하려하는 것인가?
남녀평등사상?
여권신장운동?
여성해방론?
아니면 더 넓은 의미의 여성주의?
라는 질문을 스스로도 하고 있었다.
그 점을 콕! 집어서 질문을 던지고, 강의를 듣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점 또한 좋았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교수님은 답이 없다고 하셨지만, 개중에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정치적 행위 및 해방의 정치학”이라는 정의를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즘이란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다’ 이대로가 더 와 닿았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것이 있다.
‘페미니즘’은 어째서 다른 여타 이론들 보다 훨씬 더 많은 이견이 있고 논란이 있는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이 강의를 통해서, 페미니즘 자체가 지역, 문화, 공간, 시대에 대한 감수성에 따라, 그리고 이 자체가 변혁의 정치학으로서 맥락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이론 안에서도 무수히 많은 생각과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장
강의 중간부터는 ‘평등권을 위해 싸운 여성들’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서양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었던 여성들을 주로 다루었다.
그녀들은 주로 사회에 만연하는 편견체계에 따라 남녀가 다르게 교육받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였고, 변혁을 이루었다.
올랭프 드 구즈, 앙리에트 카요, 소저너 트루스, 에멀린 팽크허스트,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나 콜론타이.......
특히 여성의 공/사적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한 말이 여운을 남겼다.
“우리가 창문을 깨고 물건을 불태우는 건 남자들이 알아듣는 언어이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이 시대에는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 시대의 여성, 그리고 아직도 많은 곳의 여성들이 과격시위까지 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었다.
3장
마지막으로는 <억압으로부터 해방을!>이라는 주제로 넘어갔다.
미국의 급진 페미니즘에서부터 영국의 사회주의 페미니즘까지 다뤘다.
먼저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 억압의 심오함에 대한 기록과 이를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론이다.
‘성 혁명’이라고도 불리었던 이 이론은, 여성경구용 피임약의 등장과 함께 일순 여성에게 성해방을 가져온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여성의 성해방은 좌파 남성들의 성해방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성해방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예컨대 혼전 임신 등)는 성해방의 주인공인 당신(여성)이 책임질 일, 난 모르네~)
그녀들의 주요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이론이고 레즈비어니즘은 실천이다! 자매애!
-포르노는 이론이고 성폭력은 실천이다!
영국에서 일어났던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노동자 계급의 산업투쟁과 동일시되었다.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은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노동력을 출산하는 동시에 성적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노동의 댓가는 모두 남성에게 돌아가는 불합리한 사회였다.
이들에게 페미니즘 운동은 그저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사활이 걸린 운동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한국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남아있었지만, 시간상의 문제로 다음시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다른 나라의 어떤 페미니즘 운동과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 지역, 문화, 공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세계 어디를 뒤져도 대한민국 만큼 특수한 사회모습을 띄는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강의를 마치면서 질문이 들어왔다.
“이렇게 어려운 페미니즘을 어떻게 쉽게 공부할 수 있나요?”
교수님의 대답이 우리를 웃고울게 만들었다.
“페미니즘도 이론입니다. 당연히 어렵죠. 어려워야죠.”
그리고는 오히려 반문하셨다.
“왜 페미니즘은 쉬워야 하나요? 칸트나 에덤 스미스 이론은 아무리 어려워도 이론을 탓하진 않잖아요.”
그렇다. 페미니즘도 ‘ISM’, 즉 이론인 이상 간단하게 이해하려고 한 내가 오만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싶고, 다음 강의가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