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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6/12(화) 김만권의 정치철학 5강 _ 헌법과 젠더
김만권 정치철학 <5강 헌법과 젠더>
이번 5강에서는 젠더와 관련해 헌법을 설명하셨다.
0. 2물결 페미니즘과 분배, 인정의 영역
1세대 페미니즘은 투표권, 참정권을 얻고자 투쟁하는 운동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페미니즘은 1세대 페미니즘보다는 2세대 페미니즘에 가깝다.
오늘 강의에서는 2물결 페미니즘을 주되게 다뤘다. 2물결 페미니즘도 두 파트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분배’에 방점을 찍은 파트인 사회주의적인 운동의 물결과 두 번째는 ‘인정’의 영역이다. 페미니즘을 두 가지로 쪼개서 본다면 ‘분배’의 영역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는 페미니스트들과 ‘인정’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 나뉜다.
페미니즘에서 분배와 인정의 영역을 다루면서 김만권 선생님은 낸시 프레이저의 이론을 가져와 설명하셨다. 2물결 페미니즘에 있어서 분배와 인정은 가장 논쟁적인 영역이다. 현재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2물결 페미니즘에서 ‘인정’의 영역에 쏠려있다. 분배와 인정이 함께 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의 영역에 해당하는 분배와 가치의 영역에 해당하는 인정은 접점이 잘 생기지 않는다.
낸시 프레이저는 페미니즘이 운동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와 만나 선진국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공장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한다. 남성 중심적인 임금구조를 허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를 여성 정규직 임금 구조로 재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프레이저는 페미니즘을 위해선 다른 약자들과 연대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약자 중 가장 중요한 주체가 바로 노동자인데, 현실에서 노동자와 페미니스트가 합의점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프레이저는 인정 영역에서도 문화보다는 제도 내에서 페미니즘이 다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의 영역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등한 참여를 만드는 데 페미니즘이 실현해야 하는 핵심적인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동등한 참여란 헌법을 구성할 때 여성이 대표로서 동등한 파트너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1. 오늘 날 정의의 두 수준
정의에는 일차원적 질문과 이차원적 질문이 있다.
1) 일차원적 질문 (정의의 내용)
‘정의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불평등을 허용하는가?’ 일차원적 질문에서 정의는 허용할 수 있는 불평등의 크기가 얼마인가를 얘기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가 아니다. 어떤 분배정의 원칙에 따라서 얼마만큼의 재분배가 요구되는지, 동등한 존중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다루는 것이 일차원적 질문을 구성한다.
2) 이차원적 메타 수준 (정의의 틀)
이차원적 질문은 정의의 틀을 논하는 것이다. 이차원적 질문에선 정의의 내용도 문제지만 정의의 틀도 문제라고 본다. 제도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도록 틀 자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3)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결국 어떻게 기존의 정의의 내용과 새로운 정의의 필요성을 수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프레이저의 해결책은 삼차원적 정의론이다. 프레이저는 소수자 그룹은 다양하지만 그 소수자 그룹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삼차원적 정의론
1) 정의의 가장 일반적 의미
프레이저는 정의의 가장 일반적 의미는 ‘동등한 참여’라고 해석했다. 정의는 모든 사람이 사회 생활에 동등한 동료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상태를 요구한다. 부정의를 극복한다는 의미는 누군가가 온전한 당사자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2) 제도적 장애 1: 불평등한 분배
경제적 차원, 사회적 계급구조에 상응하는 것이다. 동등한 동료로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길 거부하는 경제적 구조 때문에 온전한 참여를 방해받을 수 있다.
3) 제도적 장애 2: 제도화된 위계질서
필수적인 지위를 부여할 것을 거부하는 문화적 가치에 관한 제도화된 위계질서 때문에 동등한 상호작용을 방해받을 수 있다. 이는 문화적 차원이다.
4) 정의의 세 번째 차원: 정치적인 것
누구를 구성원으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적 차원이다. 정당한 분배와 상호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범위 안에 누가 포함되고 누가 배제되는지를 말해 준다.
3. 정치적 차원, “대표”의 문제
정의의 정치적 차원은 주로 대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1) 누가 구성원인가? 구성원을 정하는 절차는 어때야 하는가?
정치공동체의 경계가 실제로 대표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잘못 배제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동체의 의사결정 규칙이 공적인 토의에서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목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그 규칙이 공적인 의사결정에서 모든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표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2) 두 수준의 대표 불능
- 일상적 대표불능 : 정치적 의사결정 규칙 자체가 공동체에 포함된 어떤 사람들이 동료로서 온전히 참여할 기회를 부정할 때 발생하는 부정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소선거구제, 승자독식제 등이 있다.
- 잘못 설정된 틀(misframing) : 대표의 경계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경우다. 여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여성은 정작 없다거나, 인종 문제를 얘기하는데 백인이 다수거나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런 잘못된 틀의 설정은 정치적 대표의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를 배제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죽음이 발생한다.
따라서 프레이저의 이론은 한마디로 “운명 앞에 선 당사자들이 결정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틀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4. 우리 헌법에 나타난 젠더
1) 기존 헌법 속 젠더
87년 헌법에서 젠더 내용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우리헌법 제36조는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삼으며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있다. 그나마 2018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비례후보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고 여성후보를 홀수 순번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면 등록신청을 무효로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 발의안 속 성평등
- 발의안 제35조는 임신, 출산, 양육을 여성이 아닌 국민의 권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으로 임신,출산,육아의 직접 당사자가 여성인 것을 고려하여’라는 설명으로 앞 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 발의안 제39조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쓰고 있다. 여전히 ‘양성의 평등’이라 쓰며 87년 헌법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국가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의 개념이 반영된 것이다.
5강을 들으며 김만권 선생님이 유학 시절 가르침을 받으셨던 낸시 프레이저의 분배와 인정에 대한 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 발의안조차도 아직 젠더의 개념을 제대로 헌법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