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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6/4(화) 김만권의 정치철학 4강 _ 기본권으로서의 노동 그리고 분배
김만권의 정치철학 4강 ‘기본권으로서 노동 그리고 분배’
이번 강의의 주제는 ‘기본권으로서 노동 그리고 분배’였습니다.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왜 우리가 분배를 이야기하고 공부해야 하는가를 짚어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는 ‘분배’의 영역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권리와 존재에 대한 ‘인정’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분배와 인정은 다른 영역이자 환원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인정의 욕구가 주로 기본적인 욕구와 생존이 보장될 때에 제기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분배는 늘 노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시면서, 노동은 무엇인지, 왜 노동자는 노동할수록 가난해지는지, 노동 중심의 분배는 지속가능한지에 대하여 강의해주셨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분배의 패러다임으로 기본소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왜 노동자는 노동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노동하는 손과 노동하지 않는 손이 있고, 후자가 너무나도 많은 이윤을 가져간다고 나옵니다. 즉, 노동하는 이와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얻는 이가 다르며,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은 점차 하락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초국가기업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초국가기업은 노동시장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된 경우입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임금도 오른다는 논리는 합당하게 여겨졌으나, 노동시장의 범위를 국내에서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여 살펴보면 노동자들이 경쟁에서 얻는 것은 점차 값싸지는 임금뿐이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마케팅을 하는 산업은 선진국에서, 생산과 같은 노동 중심 산업은 임금이 저렴한 국가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미국과 같은 노동시장의 임금이 비싸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대신에 노동시장을 임금이 더 저렴한 국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2. 노동의 의미 (마르크스 노동관)
1) 노동의 본성
선생님께서는 노동의 의미를 마르크스 노동관에 입각하여 설명하셨습니다. 마르크스의 노동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소외”라고 합니다. 즉, 노동자가 자신이 하는 노동행위로부터 소외되고, 인간의 본질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관계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문제 제기한 노동은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노동으로 한정됩니다. 마르크스는 헤겔의 노동관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노동을 자연과 인간 간의 창조적 상호작용이자, 활동적인 삶으로 보았습니다. 즉 노동의 본성을 창조적 잠재력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여겼으며, 노동을 부여함으로써 자연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자신의 본성도 변화시킨다고 설명하였습니다.
2) 인간적 노동의 결과
인간적 노동은 자본주의적 노동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노동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노동입니다. 또한 인간적 노동은 물질과의 관계 맺기인 동시에 인간과의 관계 맺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적 노동의 결과 다음 4가지라고 합니다.
- 생산 과정에서 창조성을 즐기고 타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듦으로써 개성을 객관화시킬 수 있게 함.
- 다른 인간이 자신이 생산한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인간의 필요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낌
-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자신의 일부처럼 쓰는 것을 보며 내가 타인의 필요한 부분이라고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
- 내가 노동으로 나타난 내 삶의 표현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의 표현을 발견하면서 인류의 부분이라는 공동체적 본질을 발견한다.
3) 이윤극대화와 노동왜곡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인 방식의 노동이 상실되었다고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본주의의 합리성이 임금과 이윤으로 이분화 되고, 양자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즉, 이윤을 위해서는 값싼 노동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의 성장이 임금의 성장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초국적기업의 예시와 같이 ‘노동 분업의 심화’라는 개념을 통해 반박하였습니다. (초국적 기업이 더 넓은 소비시장과 더 저렴한 노동시장의 확보를 위해 전 세계로 확대하는 예시).
4) 자본주의적 노동은 노동소외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생님께서는 자본주의 합리성이 극단적인 이윤 추구를 멈추지 않는 한 노동소외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노동소외는 구체적으로 다음 4가지의 형태로 분류하여 볼 수 있습니다.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물건을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생산활동으로부터의 소외 : 분업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이 생산 활동을 자기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즐거움을 얻기 힘들며, 노동의 목적이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얻는 것에 한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란 류적 존재로부터의 소외 : 유적존재는 개별적 존재방식이 아니라 자연적, 사회적 존재로서의 총체적인 존재방식이다. 노동이 서로에게 필요한 일부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안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면서 유적존재로부터 소외된다.
인간의 인간으로부터의 소외 : 내가 노동으로 생산한 물건에 나의 삶이 존재하지 않고, 타자 역시 노동으로 생산한 물건에 그들 삶의 표현을 불어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5) 왜 인간소외인가?
선생님께서는 노동의 본질과 인간관계가 왜곡되며 결국 노동소외가 인간소외로 귀결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견고한 것들은 공기 속으로 녹아들고, 모든 신성한 것들은 불경스러운 것이 되었다. 인간은 마침내 냉정한 사리분별, 자신의 삶의 현실적 조건, 자신과 같은 인간과의 관계를 직면하도록 강요되었다.”
3. 기본권으로서의 노동
1) 헌법과 노동
이탈리아 헌법 1조는 ‘이탈리아 공화국은 노동에 기초를 두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하며 노동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헌법에는 9조 ‘모든 독일인은 단체와 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있어 모든 국민의 노동권을 보호하며, 95조에 연방노동법원의 설치를 명시하면서 노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을 두도록 되어있습니다. 한국 또한 대통령 개헌안에 기존 헌법에서 ‘근로자’로 표기된 것을 ‘노동자’로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노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중에 하나입니다.
2) 최초분배
노동은 기본권 중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선생님께서는 그 이유를 노동이 자원을 분배하는 최초의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최초분배란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받은 자로부터 받는 임금을 통해 이루어지며, 재분배와는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최초분배의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최저임금제를 설명하셨습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값싼 노동력 제공 경쟁에서 벗어나 최저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수단으로, 노동왜곡현상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방지하는 역할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최저의 생계를 보장하는 제도이며, 중산층을 양산하는 제도는 생활임금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생활임금을 유지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시며, 영국의 한 시민단체의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이 시민단체는 해당 년도의 생활임금을 공표하고, 생활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기업의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시민들이 리스트에 올라간 기업의 물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생활임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강의 중에 함께 생활임금을 짜보기도 하는데, 1인 가구 기준으로 의(衣)15만원 / 식(食) 50만원 / 주(住) 70만원 / 교통비 15만원 / 사교비 10만원 / 생활자재구입비 / 교육비 / 감가상각비 / 의료비 등의 항목을 더해 대략 207만원이 나왔습니다.
4. 노동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그러나 과연 노동을 기반으로 한 분배를 유지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노동을 되살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사회의 본질 자체가 변하였기에 전통적인 노동에 의한 분배의 재구성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산업사회는 생산자 중심의 사회였고 노동이 불가결한 요소였던 반면, 현재는 포스트산업사회, 즉 소비중심사회이므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노동이 아닌 소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 낮은 노동조합 가입률
노동조합 가입률은 2005년 26.1%에서 2013년 21.3%로 하락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점차 많아지는 비정규직 일자리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특히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일하는 이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더욱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는 비정규직 숫자가 839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실제 비정규직의 숫자는 천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2)높아지는 실업률
일자리를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 내놓았지만 청년 실업률은 낮아질 줄을 모릅니다. 2017년 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은 22.7%에 달했다고 합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상황에서 노동 중심의 분배는 오히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 즉 복지가 필요한 이들을 오히려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선생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물론 인구 절벽으로 인해 일자리 부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지금 과연 남아있는 일자리 중 양질의 일자리가 다수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 또한 존재한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노동 중심의 분배는 일자리 창출 이외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는 지금 분배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5. 기본소득
그리고 분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셨습니다. 기존의 복지국가가 재분배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기본소득은 국가가 최초분배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선생님꼐서는 기본소득의 자격요건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하셨습니다. 필립 반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을 “(1) 개인을 기반으로, (2) 자산조사 없이, 그리고 (3)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노동을 최초분배의 요건으로 여겼던 기존의 복지와는 매우 다른 형태의 분배인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의심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기본소득이 갑작스레 유행하는 배후에는 기업의 영향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노동자가 줄어드는 것은 노동 중심 분배 구조에서 소비자가 사라지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소비 시장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구매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입니다. 또한 재원의 한정 때문에 기존의 복지제도를 모두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우세한데, 이 경우에 기존의 복지제도를 해체하고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구심 또한 든다고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세금을 낸 것으로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주된 이유라고 하셨습니다.
추가적으로 기초자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최초분배도 설명하셨는데, 이는 부유세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일정 연령에 이른 사람에게 사회가 상속을 하는 제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물론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의 영속을 위하여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지만, 노동중심의 분배에서 벗어난 새로운 분배구조는 분명히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는 지금,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은 비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노동3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현실은 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의 방식이 불투명하여 일자리의 질과 노동 시장의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해결방식이 노동에 대한 보상 또는 일자리 창출에 맞춰진다면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극단에 배제되어 있는 이들이 보호의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노동 중심적 관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지금이라고 하시며, 노동 중심 사회에서 노동 시장 바깥으로 밀려나 존재가 지워지고 잊힌 이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