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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5/29(화) 김만권의 정치철학 3강 _ 헌법 제정과 기본권
3강에서는 헌법 제정의 의미를 알아보고 대통령 발의안에 새로 추가된 기본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김만권 선생님은 이번 대통령 발의안이 국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말씀하셨다. 대통령 발의안을 국회에서 부결을 시키더라도 심의를 했어야 하는데 국회가 심의조차 하지 않은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국회가 심의하는 것만으로도 헌법의 두 축인 기본권과 권력구조에 대해 국민들에게 여론을 환기시키고 공론화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하셨다.
1. 헌법을 쓰는 법을 아는 게 왜 중요할까?
헌법에서 한 구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아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유신헌법 상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고 쓰고 있다. 이는 겉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다시 말하면 법률로 제한하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헌법이 어떤 언어로 쓰이는지 알아야 헌법의 의미를 제대로 볼 수 있다.
2. 헌법을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을까?
헌법을 만드는 일은 단지 헌법이라는 문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 헌법을 만들 때는 constitution making과 constitution building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문자화시키는 과정이며 후자는 헌법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시민들이 관여하는 활동은 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데, 실제 이 제작자들과 소통하는 시민대표자들 그리고 헌법에 담길 내용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는 일반시민들이다.
1) 이중헌법제정의회
이중헌법제정의회는 헌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두 개의 의회에 모여있다는 뜻이다. 제1의회는 헌법을 문자화시키는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며 제2의회는 시민의 대표들이 모인 곳이다. 제2의회를 구성하는 시민은 많을수록 좋다. 헌법 제정 의회가 2트랙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제1의회는 실제 헌법을 쓰고, 제2의회는 관련된 헌법적 이슈들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나눠서 맡게 된다. 제1의회와 제2의회는 각각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기본권을 담당하는 네 개의 부위원회로 구성된다. 네 개의 부서가 함께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주위원회는 제1의회, 제2의회에 각각 1개씩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제1의회가 기본권에 관련된 헌법을 쓰면, 제2의회 기본권 담당 부위원회에 속한 시민대표들이 제1의회 전문가들과 만나 논의하게 되는 것이다. 제2의회 시민대표들이 원하는 것을 제1의회에 요청하면 제1의회는 이를 검토해 헌법을 쓸 때 반영한다.
의회 내 기본권을 제외한 세 부서인 권력구조를 논의하는 세 개의 부의원회는 권력구조가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헌법제정의회에서 합의된 중요조항은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 내용을 알리고 사회적 논의를 유도해야 한다. 공영미디어는 헌법적 이슈가 무엇인지 공유된 내용을 알리는 역할을 맡고, 다른 미디어 매체들은 헌법적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제2헌법제정의회는 전국을 돌며 공청회를 개최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겐 제2헌법제정의회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제안할 수 있는 제도적 채널이 개방돼야 한다.
이러한 짓기과정을 통해 수렴되고 제작의 과정을 통해 문자화된 내용은 주민전원투표(국민투표)를 통해 승인과정을 거치게 된다. 승인할 때도, 사안별로 분리해서 투표한다면 권력구조 부분을 먼저 투표하고 이후 기본권을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 논의의 초점을 분산시키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매우 중요한 조항(예를 들어, 대통령의 임기를 정하는 조항)은 구분하여 조항별 승인을 거치도록 해서 중요조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그 내용을 숙지하는 데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마디로, 헌법 짓기 과정은 시민들이 헌법을 배우고 그 내용을 숙지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하버마스는 헌법을 짓는 과정을 통해 집단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제도적 통합을 통해 정치적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독일 통일 당시 새로운 헌법을 짓지 않고 서독의 헌법을 동독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현재 EU도 유럽연합이라는 제도적 통합을 통해 유럽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3. 헌법의 기본권
기본권이란 인간의 권리를 시민의 권리 형식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인권과는 의미가 다르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하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인권은 보편적 권리지만 시민권은 배타적 권리에 해당한다. 시민권은 비시민을 배제하기 때문에 항상 특권이다.
대통령 발의안에서 기본권은 “기본권 주체를 확대하고 공무원을 포함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생명권과 안전권, 알권리, 자기정보통제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및 성별‧장애 등에 따른 차별개선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 등을 신설”하는 조항으로 강화됐다.
또한 일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제2장의 제목을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기본적 권리와 의무’로 변경했다. 신설되는 기본권으로서 생명권 및 자기정보통제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규정했다. 권리의 주체를 사람으로 했다는 건 꼭 한국의 국민이 아니더라도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 발의안에서는 평등권과 교육권,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생명권, 정보기본권, 사회보장을 기본권화하고, 임신,출산,양육 지원 받을 권리, 주거권, 건강권, 사회적 약자의 동등한 권리, 사회적 약자의 동등한 권리, 안전권, 국민소환권 및 국민발안권을 새로 규정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확대했다.
수업을 마치며 김만권 선생님은 이 외에도 우리가 헌법에 추가해야 할 기본권은 어떤 것이 있는지 논의해보자고 하셨다. 이번 수업을 통해 헌법을 쓴다는 것이 단순히 문자화하는 과정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