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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4/16 제주 4·3 바람이 분다(2) - 국제법으로 본 제주 4·3
제주 4·3 특강 2회차에는 이재승 교수님이 '국제법'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제주 4·3사건을 해석해주셨습니다.
1회차 강의를 해주셨던 김종민 위원장님의 시각과 많이 달라서 인상깊었어요.
강의 자료와 내용을 같이 정리했습니다 :)
1) 제주 4·3사건은 국제법적 책임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일어난 문제인데 왜 국제법으로 본다고 하는 걸까?"
강의 제목을 봤을 때부터 조금 의아했던 부분입니다. 시작부터 이 점을 짚어주셨는데요, 제주 4·3사건은 군대가 동원되어 대략 3만명에 이르는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폭력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 때 책임과 문제해결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법'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국제법은 단순히 국가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와 해당 국가 국민 간의 권리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국제법적 근거]
국제인도법/전쟁법 - 집단살해, 전쟁범죄, 침략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를 규정
반보벤-바시오우니 원칙(피해자 권리장전)
불처벌투쟁원칙
국가책임법(2001) (- 관습의 조문화)
위에서 열거한 법이나 스피치액트는 국가에 의해 자행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습법으로서 존재합니다.
즉, 연성법(Soft Law)으로 직접적인 법적 권위(근거)로서 활용되지는 못하지만 입법이나 결정에서 국제관습이나 관례로 원용될 여지는 있는 것이죠. 구속력은 없지만 진실 규명과 과거 청산에 관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 제주 4·3사건은 미국의 책임도 있다.
1948년 당시 미국이 남쪽을 분할 통치하는 가운데 미국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 따라 자주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입니다. 점령체제 아래의 미군정은 공산당불법화(규정), 정당등록규칙, 군정위반죄 등을 만들었습니다.
점령체제 하에서는 민족자결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도록 점령 국가가 [중립성, 점령지주민의 이익, 잠정성]을 지켜야 합니다.
중립성은 정치적 역학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특히 정당등록규칙은 미군정의 좌익 통제를 의도한 규칙이므로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 이러한 맥락에서는 제주 4·3사건을 '항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제주 4·3사건을 두고 아직 이 사건을 어떻게 정의해야할 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난주 김종민 위원장님은 항쟁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하셨는데, 이재승 교수님은 당시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본다면 이를 '항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미군정의 통치 아래 주권을 침해받은 상황에서 미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들을 천천히 서울에서부터 진압해나갔습니다. 특히 제주 4·3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헌법(1948.7.17)에 제정되기 전이었고 미군정이 만든 '국방경비법'을 적용해 군사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제대로 공포된 적도 없는 이 법 조항들을 날림으로 만든 것은 당시 미군정이 즉결처형할 권리를 마음대로 규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미군정의 개입에 대한 반발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그 마지막이 제주 4·3사건이라고 평가한다면 '항쟁'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4) 국제법적으로 제주 4·3사건의 해결은 어떻게 해야할까?
국가책임법의 초안에는 피해자의 권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 피해회복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이중 피해회복에 대한 권리는 피해자의 만족을 비롯해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조치와 재발방지를 보증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피해자에게 '만족'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위반의 인정, 유감의 표시, 공식사과 등의 방식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교수님이 중요하게 짚고 넘어간 것은 '재발방지의 보증'인데요.
이 조치에는 악법의 개폐도 포함됩니다.
지난 2000년, 제주 4·3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진상규명운동과 함께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특별법도 사건의 국가적 책임을 인정만 했을 뿐, 2007년 개정한 뒤에도 피해자 지원과 보상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도민 전체의 명예회복이 이뤄진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지만, 지난 강의 때도 지적됐던 것처럼 아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완전한 해결'이나 '최종 해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시며,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던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피해자'의 범위가 어떻게든 제한이 될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간접 피해자도 있고, 보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혹은 보상 당시에는 몰랐는데 후유증이 심각하다던가 하는 등의.. 정말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다른 나라는 어떻게 처벌&보상 했을까?
독일/한국/아르헨티나를 대표적으로 비교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전범과 나치 처벌이 강제성이 있어 쉬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는 주체적으로 과거청산을 추진했다는 점이 과거청산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해요.
교수님은 아르헨티나의 과거청산을 선례로 꼽았는데, 아르헨티나 또한 1986년부터 청산 작업을 진행하다 중단이 됐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재개되어 완료됐다는 점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86년 청산작업을 시작해 2011년까지 군경 259명을 처벌했습니다. '비뇨데'라는 독재자를 처벌하는 데 성공하면서 청산작업이 본격화했고, 인권침해 관여자를 사면해주는 사면법을 폐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독일의 경우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전범을 '발본색원'하는 데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20년이 넘도록 전범을 추적하고,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방조했더라도 유죄를 선고해 엄격한 기준을 세워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억책임미래재단법'을 제정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 이런 사례들로 살펴봤을 때, 아직 제주 4·3사건의 경우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아직 피해 규모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고, 연좌제 피해 등을 어떻게 보상해야할 지도 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공동체배상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경우 마을 단위의 피해가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사라진 마을에 대한 지원으로 마을이 복구될 수 있는가 등등의 문제도 있어서 복잡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그 뿐아니라 당시 군사재판의 피해자들 중에는 판결문이 없어 재심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군사재판의 무효화조치가 꼭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와 사건에 대한 정의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