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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섹슈얼리티, 민주주의 -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_5강 가족과 사회 : 인간과 조건을 묻다
제 5강. 가족과 사회 : 인간과 조건을 묻다 -한채윤 강사님
우리에게 전제되어 있는 것.
5강까지 진행되어 오면서 계속해서 성별의 기본형과 같이 우리에게 전제되어있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 사람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남성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본이 되었던 것과 동성애는 학습된 것인가요?라는 물음도 이성애를 기본형으로 전제하고 이성애가 학습될 수도 있다는 고민이 없는 물음입니다. 이와 같은 예시들이 구체적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돼지발정제 사건에서도 혈기왕성한 남성은 한번쯤은 다 그러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성적 통념도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뒤에 결론 부분에서 자세히 할 것이지만, 결국 우리가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미시적인 부분들 뿐만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사회 구조가 어떻게 문제들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알아야 그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사회의 역사에서 젠더문제는 어떻게 논의되어 왔는가를 들여다보면 사회구조적으로 성별에 대해서 혹은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작동하는 차별의 역사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겁니다.
2차 피해에 대하여
2차 가해에 대한 의문점들이 많은 것 같아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2차 가해라는 단어는 없고 2차 피해만 있습니다. 2차 피해란 피해자가 1차피해를 겪은 후에 약자인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할 때 가해자나 제 3자가 주는 부수적인 피해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이라는 피해와 함께 추가적으로 조직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2차 가해라는 단어를 쓸 때 문제가 나타나는데, 2차가해라는 단어를 쓰다 보면 1차 피해가 덮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가 피해자 중심주의로 가기 때문에 제 3자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까지도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상규명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강의를 마치며
1강부터 4강까지 강조해왔던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그러한 것은 없습니다. 원래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학습되어진 것이고, 사회적으로 주어진 직책에 따라서 역할들이 주어지게 됩니다. 가령 어머니로서의 역할, 선생님으로서의 역할, 남성으로서의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이 역할들은 사회적으로 ‘어떠해야 한다’라는 주어진 역할이지 개인이 타고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구조가 파생하는 차별들과 부조리에 대해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너가 유별나서 그래’, ‘너만 그런 문제들에 신경 쓰는데 그러면 너가 이상한거 아니야?’라고 대하는 태도는 결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없게 만듭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묵살되고, 사회적 통념들과 사회적 역할들은 그대로 유지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현재 젠더 문제라고 여겨지는 의제들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것부터가 지양되어야 하며 한 개인으로 보아야 합니다. 남성으로서 페미니스트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재구성 되어야 합니다. 남성으로서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서는 안되고, 남성으로 살아 온 사람으로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될 수 있다’가 됩니다. 즉, 우리는 남성으로서 살아왔던 사회적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또한, 남성으로서 자연스러웠던 것에 대해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일 수 있겠다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것은 결코 개인이 의식적으로 구성되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사회가 학습시키고 자연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자연스러움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개인의 의식을 정립시켜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