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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삶의 문제에 대답하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가 한 그루 나무처럼 튼튼히 자라고 있습니다. 이 나무가 성장하는 데 참여해온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 글은 느티나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정리했던 글입니다. <시민교육
제 2호>(2009년 가을)에 실린 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물론 이 방향과 목표가 고정된 것, 불변의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왜 함께 학습하고 만나고 소통하는지, 그 의미와 목표는 무엇인지 여러분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 느티나무 부원장
주은경 |
참여연대 느티나무를 통해 본 시민교육의 방향
“사는 게 힘들어 오늘 친구와 술 한잔 하려다 왔는데, 느티나무에서 큰 힘을 얻고 가네요” - 느티나무 <생애의 발견>에 참가한 40대 여성
1. 성찰, 소통, 실천의 배움터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삶의 희망, 실천의 방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물을 붓는 시민교육공간이 되겠다.” 이러한 포부를 가지고 2009년 3월 문을 열었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이하 느티나무)가 세번의 학기를 마쳤다. 돈의 위력이 점점 더 커지는 시대, 일상의 삶이 치열한 전쟁같은 경쟁의 시대에, 그것도 구청, 박물관, 일반대학의 시민대학, 도서관의 시민강좌가 거의 무료로 제공되는 상황에서, 세상의 가치와는 거꾸로 가는 것 같은 느티나무의 진행상황은 고무적이다.
참가자 가운데 약 3분의 1은 기존 참여연대 회원이고, 3분의 1은 교육을 계기로 새로 가입한 회원이었다. 한 학기에 2-3개의 강좌를 중복해서 수강한 사람들도 많았다. 직업과 나이는 물론 참여양상도 다양해졌다. 애인과 함께 참가한 직장인, 남편은 월요일, 부인은 수요일에 등록한 부부, 은퇴후 강의를 듣는 교사, 아이들 다 키우고 언니와 함께 강의를 듣는 60대 여성, 그리고 대학에서는 이런 내용을 배울 수 없다고 찾아온 대학생 등. 특히 20대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2. 느티나무는 무엇을 목표로
<앎의 즐거움, 모든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희망과 변화, 성찰과 소통>을 내세웠던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마을 가운데 우뚝 선 느티나무가 그늘 아래 쉬기도 하고, 웃고 울며 진실한 대화도 나누는 소통의 공간, 즐겁게 배우고, 성찰하고 소통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지난 해 뜨거웠던 촛불시위는 한국의 시민운동에 커다란 가능성과 과제를 던져주었다. 밤을 지새며 촛불을 밝혔던 시민들, 그리고 이전에 보지 못한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참여를 했던 쌍코, 소울 드레서, 마이쿡 회원들. 이들은 우리사회가 시장의 지배, 정권의 독주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이루어 나갈 소중한 주체들이다. 주체 없이 운동 없고, 학습 없이 변화는 없다. 그러면 이들은 무엇을 바라는 어떤 존재인가. 민주주의를 위한 주체의 복원을 위해 지금 필요한 시민교육은 무엇인가. 시민교육은 이 시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느티나무의 교육방향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시대를 사는 시민들은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쟁같은 삶을 살며 소비와 욕망의 노예가 된 듯 살아가지만, 그 내면엔 더불어 행복하고 즐거운 삶,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한 삶을 희망한다. 이들은 예전보다 그 요구와 취향이 훨씬 더 다양하고 적극적이다. 따라서 느티나무는 현재의 세상과 삶에 대한 해석과 전망, 인문학적 통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각과 소통을 위한 교육을 목표로 했다.
3. 어떤 내용, 어떻게 진행
느티나무의 교육방향은 크게 진보, 인문, 행복 등 세 부분이다.
첫째 진보의 부문. 왜 지금 우리가 이 상황에 놓여 있는지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시민운동의 진지를 꿋꿋히 세워나갈 힘과 동력, 식견과 자신감을 갖기 위한 <민주주의학교>.
둘째 인문의 부문. <뒤집어보는 종교 전쟁 평화>, <몸, 인문학의 창으로 바라보다> 등 삶의 문제들에 대해 실천적 사유를 제공하는 <인문학교>. 민주주의 관점으로 다시 읽는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즈의 영미문학, 데이비드 소로와 로자 파크의 인권문헌 등의 고전 텍스트를 직접 읽으며 삶과 사회에 대해 통찰력을 키우는 <고전세미나>.
셋째, 즐거운 삶을 위한 생활문화부문. <눈코입이 행복한 맥주이야기>, <세상을 블렌딩한 커피 이야기> 등 일상의 문화를 한 꺼풀 깊이 생각해보는 교육. 나아가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행복한가, 어떤 모습의 어른으로 성숙할 것인가를 함께 찾아보는 <생애의 발견>.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성찰과 치유를 위한 꿈작업>.
둘째, 셋째 영역은 주로 정치사회 이슈 중심으로 시민들과 소통해온 참여연대가 새로 시도한 교육영역이다. 이 영역 역시 강좌별로 20명에서 40명의 수강자가 세대와 성별을 너머 참여연대 회원은 물론이고 참여연대에는 전혀 발걸음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함께 배움과 대화가 이뤄지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동네주민들이 참여연대 현관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맥주>, <커피> 등의 강좌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민교육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턱을 낮추는 성과였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사로 수고해 주신 각계의 전문가들
4. 시민교육, “삶의 물음에 대답하라”
새로 문을 연 느티나무의 경험이 아직 1년이 채 안된 상황. 아직 부끄럽고 부족한 것이 많다. 여기서는 다만 앞으로 느티나무의 시민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몇가지 생각을 나누려 한다.
1)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
느티나무의 교육은 이른바 지식의 샤워, 지식의 쇼핑공간이 아니다. 참가자들이 수동적인 지식의 소비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유권자, 노동자, 주민, 학부모인 동시에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존엄한 존재다. 인생을 살아가며 시시각각 던져오는 삶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사회정치적인 문제와 개인의 삶, 내면의 고민이 분리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연결성을 짚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역사의식을 가지고 진정 자유롭고 기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인지, 중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 그런 교육을 해야 한다. 한때 뜨겁게 타올랐으나 지금은 소강상태에 있는 촛불이 미래의 비전을 찾기 위하여, 돈과 소비와 경쟁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자녀를 소신있게 키우고 싶지만 당장 아이 성적표앞에서 무기력하게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부모들이 어떤 교육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자녀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돈과 건강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인생을 위해 더 가치있는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 시대 영혼의 노숙자가 되어 가족에서도 직장에서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남성들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 우리의 역사와 내 조상 개인의 라이프스토리는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것은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에 관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2) 지성, 감성, 영성 그리고 실천이 통합되는 시민교육
배움도 교육도 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배우고 싶은지 어떻게 변하고 싶은지 교육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 문사철 등 인문학과 영화,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데 반해, 시민교육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치사회분야의 교육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안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정치사회, 이슈중심의 교육이 현실의 변화와 사람들의 궁금증과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계몽과 해석만을 내놓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 사람들이 관심많은 인문학 교육, 예술감성교육, 영성교육에 시민교육, 실천교육이 통합될 수는 없을까. 물론 각 분야 교육의 독립성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시민의 지식과 지성의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경제, 인권, 평화, 국제사회에 대한 분명한 지식과 이해, 이를 위한 시민교육에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지성,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감성과 영성, 나아가 실천을 조직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통합된 능력이 필요하다. 권력과 자본이 내 몸을 어떻게 규제해 왔는가를 이해함과 동시에 내 몸이 말하는 언어에 귀 기울이는 교육, 그림과 사진으로 만나는 역사 교육, 공공성에 관한 미술교육, 민주주의와 가족의 대화법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용산철거민의 아픔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쉽게 동참하도록 다양한 실천 방법 매뉴얼 만들기까지,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3) 배움, 성장의 기쁨을 나누는 우정의 공간, 배움의 공동체
입시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배움이 단순히 성적으로 환원되는 왜곡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 배움은 깨달음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기쁨이다. 이 배움은 만남과 소통으로 이어질 때, 즉 배움을 주고받을 때 그 기쁨의 에너지는 더욱 커진다. 세대간의 단절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나이 차이를 넘어 지성, 경험, 배움의 연결망이 뻗어나갈 때,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깊숙하게 스며 있는 무기력을 극복하고 생명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발견과 성장에 대한 설레임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배움이 세상과 나를 새롭게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 사회의 희망이다.
요즘은 단지 지식과 정보만을 원한다면, 책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러면 이 바쁜 세상에 왜 한시간, 심지어 지방에서 두시간이 넘는 수고를 마다않고 교육을 듣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가. 이들은 무엇을 원하기 때문인가.
물론 직접 강의실에서 들어야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자리에 만나서 공부하는 공간의 분위기, 내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상호 연계의 커뮤니티를 경험하는 것이다. “지식의 핵심은 관계, 연결, 공동체의식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폭넓은 관계를 형성하여, 새로운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 공공적인 상호연계의 커뮤니티를 경험하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이런 교육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긴밀히 대화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가 힘이 없어도 언젠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동료의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한길을 가는 우정의 공간이요, 배움의 공동체의 출발이 된다. 아직 느티나무의 교육방식이 이를 위해 충분히 세련되어 있지 못하지만, 이것이 노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나아가 이런 배움의 공간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어서기를 희망한다.)
5. 마치며 - 시민교육, 기쁨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권력과 자본의 잘못된 전횡과 강요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은 더 이상 분열되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선택이다. 촛불시위에서 우리는 저항이 ‘기쁨의 축제’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모든 것에 굴종해 고통스럽고 피곤한 삶을 살기보다 행동하고 저항하는 것을 선택하려는 사람들. 시민교육은 이런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 장차 더 큰 세상을 향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즐거운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비난, 분노, 저항을 한단계 뛰어넘어 기쁨과 행복을 추구할 때 적극적인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제 시민교육은 ‘과거의 고정된 틀, 엄숙주의와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공부,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나의 자유와 나의 인격, 나아가 사회의 인격을 높이는 공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삶, 행복, 활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배움이 바로 즐겁고 기쁜 나의 인생, 공동체와 사회의 아름다운 품격을 만들어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훨씬 더 강력한 사회변화의 에너지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이 신나고 재미있는 길에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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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디목
- Sep 05, 2010 (19: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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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장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삶의 물음에 많은 답을 얻었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직장에 들어오기까지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얻기도 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딱히 삶의 고민을 함께 할 공동체가 없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고민해봤자 그 얘기가 그 얘기고 신세한탄으로 흐르기 쉽고요...사설 상담소같은데 가는건 더욱 쉽지 않은 일이죠....느티나무에서 민주주의, 사회, 삶의 철학, 예술에 대해 강의를 들으며 유명한 강사분들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고...거기서 얻은 단초로 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고. 수강생들과 함께 얘기나누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접 체험하고요....말이 길었습니다만. 앞으로도 좋은 강의 많이 기획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