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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규의 테라코타] 흙은 참 훌륭하다
2015년 겨울, 한애규 선생님 전시회에 갔었다.
어느 날 물 앞에 섰던 내 그림자를 그대로 떠온 듯한 '푸른그림자'시리즈 그리고 아련하게 아파오는 '이별시리즈'...
처음으로 작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물욕이 생각보다 강렬해서 슬쩍 알아보니 우와~내 것이 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그렇다면 내가 만드는 수밖에..헌데, 어떻게 ??
코앞에서 닫히는 문이 참 도리없었는데 올 겨울 한애규선생님의 테라코타 수업이 생겼다. (대박)
선생님 작업실이 있는 고양시 대자동은 독립문에서 버스로 30분 남짓 가는데 거기만 가도 시골 같다. 버스에서 내려 3~4분 걸을 때의 상쾌함이란..간단소풍이라도 나온 것 처럼 숨통이 틔인다.
수업은 환조 부조 그리고 흙판 위에 백색토를 바른 뒤 그림을 그려넣는 방식으로 자화상을 만드는 거다.
흙은 참 훌륭하다. 주무르고 누르고 떼어내고 붙이고 긁어내는 것을 쉽게 허락한다. 하여 몇 시간이고 흙을 주물러도 그닥 피곤함을 몰랐다,나는.
손이 무슨 발전기라도 되었던지 손으로 흙을 많이 주무른 날은 에너지가 충만했다.
그리고 자화상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만들어 들여다볼 것 까지 있을까 싶었던 나의 형상에 이상하리만치 몰입되었다.
우주의 근원인 흙으로 나를 빚어가면서 그래, 흙처럼 부드럽게 다뤄주마, 진작 이렇게 다룰 줄 알았더라면 더 사랑했을 나의 겉과 속.
그 신성함이 만지거나 닿는 흙의 촉감으로 부터 온다는 사실을 이제사 깨달았다.
* 이 후기는 겨울 학기 <한애규의 테라코타> 교실을 수강하신 김혜정 선생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