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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도시의 노마드 <마술치마의 춤>을 아세요?
지난 9월 28일 오후 일요일 선유도공원 춤파티.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서울댄스프로젝트의 <이웃들의 춤> 무대에서
참여연대 아카데미 <도시의 노마드>팀이 함께 공연을 했다.
이름하여 <마술치마의 춤>.
선유도 원형극장 무대에서 단 10분도 안되는 시간, 우리는 신나게 한판 걸지게 놀았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봄학기 <도시의 노마드> 1기,
여름 시민춤서클의 <워크숍> 가을학기 2기 참여자들로 구성된 17명의 시민춤꾼들(?)이다.
잘 추는 춤, 보여주는 춤이 아니다. 남 시선 의식하지 않고 내가 즐기는 춤.
구경하는 관객들도 거의 서울댄스프로젝트 <이웃들의 춤>에 출연하는 일반 시민들과 그 가족들이다.
춤을 추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즐겁게 놀아보자는 것 말고 다른 마음이 없다. 가볍다.
지난 8월초 여름밤의 열기 속에 참여연대 옥상에서 진행된 워크숍 마지막 날,
한 참가자가 입고 온 폭넓은 아이보리 망사치마에 모두들 한껏 필을 받아 <마술치마의 춤> 이름이 정해졌다.
치마 하나만 둘러입었을 뿐인데, 모두들 그 치마를 입고 만지고 뒤집어쓰며 한판 잘 놀았다.
그리고 각자의 일상을 살다
지난 9월 25일 목욜 밤 즉석에서 최경실 선생님이 안무하고 2시간 남짓 함께 연습해 해본 게 전부.
28일 선유도공원 2시 30분 공연을 앞두고 공원 귀퉁이에서 스마트폰 음악에 맞춰 단지 30분 연습.
우리가 실수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모두들 걱정하며 무대에 올라갔다.
우리팀이 첫 순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완전히 몰입한다.
무대에서 우리는 음악을 타며 천천히 땅을 밟고, 가을오후의 바람과 나무를 즐긴다.
햇살을 느끼며 여신이 되고 아이가 된다.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어깨를 더욱 들썩이게 한다.
이 공연을 위해 모두들 자신의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작은 일탈의 경험을 했다.
시장에서 빨간색 검은색 땡땡이 치마를 사본 남자가 다리털을 드러내고 춤을 춘다. 작년에 결혼한 새신랑이 장모님 치마를 빌려입고 몸을 흔든다. 여자들도 한국에서는 평소 입어보지 못한 탑 티셔츠를 과감하게 입어보고 섹시한 노출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검은 베일모자를 쓰고 오드리헵번이 되어본다. 가슴의 곡선이 훤히 드러나는 하얀 원피스를 입어본다. 늘 소매로 가리고 팔뚝을 가리던 검은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조끼만 입고 춤을 춘다. 인도풍의 의상으로 한껏 멋을 내고 여신이 되어본다. 살랑살랑 진분홍 플레어 스커트를 들치며 흰색 속치마를 보여주며 캉캉 춤을 춘다. 소녀시대같은 발랄함으로 섹시함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3천원 주고 산 밸리댄스 치마를 입고 허리를 흔든다. 관객쪽을 향해서 엉덩이춤을 미친듯이 흔들어댄다. 페르시아 여인처럼 베일을 두르고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그러다 완전히 어린아이가 되어 팔짝팔짝 뛰며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트린다.
여기엔 무언가가 있다. 평소의 나의 틀을 깨어보는 체험,
늘 TV에서 공연에서 전문 춤꾼이 추는 춤을 관객이 되어 바라보던 내가 주인공이 되어 춤의 무대에 서보는 경험,
때로는 아주 천천히 내 몸에 집중하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시간.
모르는 사람들과 완전히 하나 되어 신나게 놀아보는 공간의 체험. 장난을 치고 아이가 된다.
원없이 활짝 웃는다.
탁트인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춤을 출 때 서로의 몸짓이 함께 모이고 흘러가며 더 큰 에너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선유도 원형극장에서 <이웃들의 춤>에 출연한 다른 참여자들 무대를 즐기면서,
시민들이 춤추며 평소의 내가 아닌 나로 놀아보는 일상의 공간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밤이 되고 귀가 찢어질 듯한 음악에 수백명이 함께 춤의 열기로 빠져드는 시간, 왠지 눈물이 흐른다.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하는 마음이 스친다.
내 주변의 아픈 사람,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들이 겹친다. 왜 이러지.
인간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존재인데.
일상의 생활에서 겹겹이 입고 있는 공포와 경계의 갑옷과 무장을 해제하고
때로는 이렇게 막춤을 추며 몸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이 사회가 답답한 방향으로 흐를수록 지치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일상의 공간에서 언어의 세계를 떠나보는 경험, 슬픔 분노 기쁨을 함께 나누며 몸으로 표현하고 놀아보면 좋겠다.
때로는 엄숙하게 때로는 야수같이, 때로는 아이같은 발랄함으로...
내안의 감각을 깨우며 거리에서 시장에서 숲에서 강가에서 춤을 즐기는 <도시의 노마드>.
꿈과 함께, 바람과 함께, 시와 함께, 지구와 함께 춤추는 <도시의 노마드>는 이제 시작이다.
주은경(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
동영상보기 >> http://youtu.be/Pp-Pwigpf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