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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시민교육 현장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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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주은경 부원장의 "탐방기 - 스웨덴 민주주의의 힘은 시민교육에서 나온다", <시민교육>제3호(2010년 12월 간행)입니다. 시민교육에 참여하는 여러분과 함께 한국의 시민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모색하기 위해 이 원고를 느티나무 홈피 용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여러분의 일독과 의견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느티나무 편집자 주
주은경(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부원장)
2010년 8월 스톡홀름.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공동 주최로 <스톡홀름 미래정책
포럼>이 열렸다. 주제는 <민주 시민의식을 위한 시민교육과 활발한 참여>였다. 이 회의에서 필자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사례>를 발표하였고, 이를 계기로 스웨덴의 주요 시민교육 단체를 방문하고 인터뷰했다.
사회복지의 나라 스웨덴. 사민당이 1920년부터 2010년까지 90년 중에 65년을 집권할 만큼 강했고 노동조합 조직율이 80%에 달하는 등 노조와 정당의 두 역할이 튼튼히 뿌리박고 있는 나라. 지난 10월 총선에서 사민당을 포함한 3개 연합전선이 43% 득표에 그치면서 우파연합이 다시 정권 유지에 성공했지만, 사회복지 등 기본 시스템의 근간은 바꾸지 않는 나라. 그에 반해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율 10%에 불과하고 진보정당 의석수가 전체 299석 가운데 6석에 불과하며, 정권이 바뀌면 모든 정책기조가 흔들린다. 이렇듯 사회의 기본시스템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언론에서 민주주의와 복지문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러면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스웨덴은 어떤 나라일까. 시민교육은 물론 그 나라 민주주의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 나라의 현재가 있기까지의 역사적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는 오늘의 모습을 읽을 수가 없다. 특히 짧은 방문으로는 더욱 그렇다. 결국은 보는 사람의 문제의식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직접 인터뷰한 내용과 회의 참석, 자료 조사를 종합해 필자의 문제의식에 비친 스웨덴 시민교육에 대한 몇가지 단상을 나누어 보려 한다.
스웨덴 시민교육 지원시스템과 구조
필자가 스웨덴 시민교육단체를 방문하면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시민교육 시스템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성인교육 정부지원법’에 따라 다음 목적을 가지고 시민교육을 지원한다. “민주주의 강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각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발전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교육격차를 완화하고 교육 문화수준을 높인다.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인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만 시민교육은 정부통제로부터 자유롭고, 다양한 NGO부문과의 강력한 유대감으로 사회변화를 주도한다. 이렇듯 시민교육단체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독립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시민들은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제공받는다. 그것은 국민의 권리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 9백만 중 무려 약 1백만명이 시민교육에 참여한다.
필자가 방문한 스웨덴 성인교육위원회. 스웨덴 정부와 의회가 특정권한을 위임한 비영리단체다. 이 위원회는 정부보조금을 지원할 대상을 결정하고 이를 배분하며, 사업을 평가하는 비영리단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150개에 달하는 포크하이스쿨(시민학교, Folkbildning, Learning for Active Citizenship)과 9개의 스터디서클연합이 지원금을 받는다. 필자가 시민교육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입구의 벽에는 큰 나무가 세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민교육의 다양한 가치와 내용이 모여 커다란 나무를 만든다는 의미였다.
스웨덴 성인교육위원회 입구의 벽에는 시민교육의 다양한 가치와 내용이 모여 만든 큰 나무가 있다
이 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시민교육기관 가운데 먼저 <포크하이스쿨>. 18세이상을 위한 대안적 진로교육기관이다. 역사, 철학 등 인문학부터 문화예술, 체육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이 장기과정(2-3년)과 단기과정으로 제공된다. 모든 일반과정은 대학과 연계되어 과정을 마치면 상급학교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기숙학교다. 수업료는 무료다. 전국적으로 대도시 외에 중소도시(18%), 농촌지역(51%)에 분포되어 있다. 포크하이스쿨을 운영하는 기관의 성격도 다양하다. 사회운동과 연계된 단체가 104개, 광역지자체 41개. 전체 학생수는 장,단기과정을 합해 한 학기에 11만명이다. 회의에서 필자는 브레타 레욘 포크하이스쿨 전국위원장을 만났다. 47세의 매우 활력있는 여성. 그녀는 사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고(1998∼2006), 34세의 젊은 나이에 민주주의 장관에 임명된 바 있다. 그녀는 “직업교육 특별코스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교육이나 직업을 찾아 지역을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하거나 지역 내에서 더 나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전국 9개의 <학습서클연합단체>. 여기에 318개의 시민단체들이 소속되어 활동한다. 이 가운데 1912년 사민당과 노조와 연계해 노동자교육기관으로 태동한 ABF, 1940년 보수당 교육기관으로 태동한 메드보가르스콜란, 1967년 시작한 농민과 도시자영업자 계열의 SV 등이 대표적이다. 출발당시 각각의 정치색을 가지고 태동했지만, 차차 정치색은 옅어지고 모두 교양 문화 예술 체육 등의 강좌, 세미나, 학습서클을 운영하고 있다.

<표> 스웨덴 9개 학습서클연합단체의 구성
시민교육의 내용과 방법, 시민의 요구에서 출발한다
필자는 먼저 사민당계열의 ABF(노동자교육협회)를 방문했다. 현재 9만여 스터디 서클에서 75만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스웨덴 성인교육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가장 큰 학습단체이며, ABF 지부 외에 그 가치와 교육에 동의하는 이민,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규모의 교육단체들이 ABF 산하로 들어가 그 일원이 되기도 한다. ABF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기관이지만 노동운동의 가치를 공유한다. 민주주의, 다양성, 정의, 평등은 ABF의 바탕이다. 그런데 교육내용은 언어, 수공예, 문학, 환경문제, 국제문제, 컴퓨터 기술, 영화, 음악, 악기연주, 합창 등 다양하다.
홈페이지를 보면, 그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더욱 놀라게 된다. <애완견 키우기>, <지역 연극공연>, <포크송 가수와 함께 노래하기>같은 문화와 생활교육, <창의력 개발 공연>, <장애인연구소가 주관하는 삶의 경험과 개선을 위한 토론회>, <소비자단체가 주관하는 친환경적 소비와 물건을 제대로 고를 수 있는 소비행위를 위한 조언>, <환경연료문제>, <스웨덴 시각에서 본 라틴 아메리카>, <글쓰기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하여>, <스웨덴의 족보연구> <환경의 날 기념, EU가 환경을 해결할 수 있을까> <삶을 위한 경제> <2010년 스웨덴 선거결과 분석> <공정한 국제무역> 같은 사회문제강좌도 있다. <정년퇴직, 이렇게 준비하자> <환자와 저소득층이 국가보조금을 신청하는 방법> 등 1회성 강의부터 10회 이상의 강좌도 있다.
단체이름이 노동자교육협회인데, 이렇게 교육내용이 변화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일까. 필자가 ABF 본부에서 만난 스테판 스벤슨 ABF의 사무총장. 그는 “30년 전부터 노동자 중산층을 구별하지 않고 전체 국민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좌우 정치성향을 떠나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의 요구가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정치성향만 고집하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민당과 노조가 연계해 노동자 교육기관으로 태동한 ABF 사무총장이 초창기 노동자 도서관의 색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보수당계열의 시민교육단체인 메드보가르스콜란을 방문했을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ABF가 사민당과 협력한 노동자를 위한 교육으로 출발했다면, 우리는 노동자를 떠나 전체 국민을 위한 교육을 목표로 보수당 정권의 수상이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보수당과의 협력관계는 거의 없다”. 정치적 가치보다는 인본주의라는 사회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메드보가르스콜란은 정규학교도 운영하는 동시에 직업학교, 재취업교육, 회사의 외주 교육도 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경우에는 수강비가 있지만, 소외계층이 재취업교육을 받을 때는 정부보조금이 있어서 당사자는 수강비를 내지 않는다.
메드보가르스콜란 역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최근엔 정원가꾸기, 버섯따기, 블루베리 키우기, 자연관찰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 <디카와 포토샵>은 물론 <마음과 몸 - 웃음, 명상, 요가> <허리강화운동> 같은 건강프로그램, <항해자격증과정>,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요리와 재료구입>, <경제와 재무교육, 연금활용법>, <여성과 경제>, <재난구조방법>, <말하기, 발성법, 표현하기>, <이혼커플들이 2주에 1회 만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도 교육에 참가할 수 있도록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그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모든 것이 "참가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로부터 출발한다.
이 관점은 브레타 레욘 포크하이스쿨 위원장 역시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측 참가자가 “좋은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애써 만들어도 한국의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참가를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제기하자 “생각을 바꿔야 한다. 프로그램을 미리 만들어 강좌를 열지 말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판의식과 창의적 사고가 스웨덴의 시민의식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브레타 레욘 포크하이스쿨 전국위원장(전 민주주의장관)
그러면 이러한 스웨덴의 생활밀착형 자기개발 교육프로그램은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에서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를 비롯해 몇몇 시민교육단체가 대안적인 삶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인문학과 생활문화교육으로 그 폭을 확장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새로운 시도이고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것이 시민교육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도 한국의 시민교육계는 자유, 인권, 선거와 민주주의와 같은 주제를 다루지 않는 문화예술, 취미교육이 과연 민주시민교육인가에 대한 의문과 혼란이 크다. 이에 대해 스웨덴 시민교육 담당자들은 좌우를 불문하고 똑같은 답이 돌아온다.
“그 전에는 민주, 자유, 권리와 같은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민주주의 교육을 많이 했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의 자기 개발 욕구가 커져서 이런 분야는 공교육의 영역으로 넘겼다. 민주주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만을 가르친다고 민주주의교육은 아니다. 개인의 능력이 발전하는 것도 민주주의교육에 중요하다. 민주주의 교육은 모든 프로그램에 녹아 있다. 우리는 스터디 서클 자체가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볼링을 혼자 치는 사람과 서클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보자. 볼링서클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히 그룹의 민주주의적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되고 대화와 소통이 중요해지며 활동이 일어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교육이 아니면 무엇인가.”
신선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생긴다. 한국에도 배드민튼 모임, 조기축구회가 수없이 많다. 최근엔 도서관, 구청 등에서 많은 문화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교육은 민주주의 교육인가 아닌가. 필자는 이에 대해 선뜻 ‘그렇다’고 할 수가 없다. 형태는 똑같이 취미교실이라도, 그 교육이 작동되는 기관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처럼 시민교육이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의 힘이라는 공감대가 밑바탕에 튼튼히 깔려 있는가 아닌가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밑바탕은 무엇이 좌우하는가. 그것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고 역량이다. 한국에서 그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알콜중독도 시민교육으로 해결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단체중 또하나 주목할 학습서클단체는 NBV(절제운동교육연합). 16개 소속단체가 있는 NBV는 알콜중독과 마약중독자 교육은 물론, 이런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한 예방교육으로 주부 노인 재소자 등 다양한 대상에게 스트레스 관리교육을 하고 있다. 과거 이른바 ‘보드카 벨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유럽과 러시아의 알콜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스웨덴은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스웨덴교회의 영향력, 강력한 캘빈주의 전통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NBV 스터디컨설턴트 구닐라 포크는 정치가들이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1900년대 초에 노동자들은 늘 술에 절어 살았다. 노동강도가 너무 세서 술로 그날의 피로를 잊었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공장에 나갔다. 이런 생활의 반복을 자본가들은 오히려 좋아하고 부추겼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니까. 사민당과 노동조합은 이것이 큰 문제라고 인식했다. 노동자가 스스로 학습하고 토론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히 알콜 중독도 해결될 수 있었다.”
알콜중독 마약중독의 문제해결까지 시민교육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한국의 노동운동은 물론 전체 국민의 삶에도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한국은 금연운동만 정부가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국이 술집화되어 있는 한국 현실에서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해결하려는 정치가가 있을까? 의문이다.
이슬람도 자체의 시민교육기관을 구성한다
스웨덴 스터디연합단체 9개 가운데 기독교와 이슬람단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슬람시민교육기관 IBn Rushd. 회의에서 사례를 발표한 이 단체의 사무총장 야스리 칸은 말레이시아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컴퓨터 능력이 출중해 스웨덴으로 이민온 젊은이다. 이 단체는 2001년에 설립돼 2008년 학습서클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어린이, 청년, 중년, 노인 이슬람 이민자들의 스웨덴 적응을 돕는 한편, 스웨덴 사람들에게 이슬람 이민자들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도록 소통의 매개역할을 한다. 필자는 스웨덴 이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주도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요즘 한국에서도 수많은 다문화교육 프로젝트를 여러 정부 부처가 앞다투어 착수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당사자 운동이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실현하고 그들에게 정부지원금이 제공되는 날은 언제 현실화될까.
대화와 행동 - 학습서클의 교육방법
스웨덴에서 또하나 관심을 기울인 것은 학습서클 리더들에 대한 훈련과정이었다.
“민주주의는 유전이 아니다. 민주국가는 잘못된 사물을 분석하고 대담하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대화와 행동은 학습서클의 교육방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모든 학습과정은 참가자의 경험, 기술, 지식에서 출발한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며, 함께 한다는 느낌, 서로 돕겠다는 의지가 생겨야 한다. 학습서클 리더는 학습과정에서 참가자들 스스로 ‘왜 내가 이 일을 하며, 어떤 결과를 목표로 할지’ 명심하도록 해야 한다. 리더에게 질문이 집중되지 않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가자들간의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내가 만난 ABF 사무총장은 “자신의 단체에만 스터디서클 리더가 1년에 2만7천명이다. 이 가운데 풀타임스탭이 10년 전엔 1천2백명, 지금은 9백50명이다. 스터디서클을 더 많이 운영하기 위해서 풀타임 스탭의 수를 줄였다”고 한다. 자세한 스터디서클 리더 교육과정이 궁금했으나, 제한된 시간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안타까웠다.
대화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카드
정부와 엔지오의 협력관계 - 엔지오가 시민교육의 중심이다
“스웨덴 민주주의 발전에 시민교육의 역할은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평등이 스웨덴의 경쟁력이다”, “지식과 자기발전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며, 사회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민교육의 핵심 목표”라는 스웨덴의 사회적 합의. 이에 따라 정부는 시민교육 NGO의 역할을 대단히 존중한다.
회의에서 브린튼 망손 스웨덴 시민교육위원회 사무총장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육에서 NGO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며, 정부와의 협력에 대해 여러차례 힘주어 강조했다. 브리타 레욘 포크하이스쿨 위원장 역시 “무엇보다 비판의식과 창의적 사고를 장려하는 스웨덴의 교육제도가 시민의식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적극적 시민’이란 ‘비판적 시민’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NGO의 신뢰관계가 튼튼하고 다양한 시민교육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되 그 내용과 운영에 철저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스웨덴. 이에 반해 한국정부와 시민교육NGO의 관계은 어떤가.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에서 보듯이 획일성과 편협함을 고집하고, 촛불집회 참가 시민단체에는 교육프로젝트 지원을 배제했던 정부.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개혁과제로 민주시민교육의 전면적 실시를 들고 나왔다. 존중,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이 그 핵심인 민주시민교육마저 국가주도로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한편 서울시는 2012년 건축비 185억원을 들여 평생학습원을 짓는다고 한다. 이 역시 수많은 지역교육단체들과의 협조보다 서울시가 성인교육을 주도하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시민교육NGO의 현실
현재 대다수 진보적인 시민교육단체들은 정부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는다. 아니 거부한다. 참여연대는 모든 활동에서 정부지원금 0%는 물론이고,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 역시 100% 참가자들의 수강비로만 운영된다. 최근 정부 지원금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로 가장 많이 풀리고 있는 분야가 다문화교육임에도 부산의 어느 다문화단체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모든 학진프로젝트를 거부하는 인문학 학습공간도 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교육, 문화, 역사와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에 구청, 시, 그리고 정부산하기관의 지원금이 간혹 제공되고 있다. 예컨대 한살림 서울생협 중서부지구에서 주최한 <서대문 지역문화 강사 양성프로그램>은 서대문구청이 후원해 총 12강의 강의와 실습 4강이 총 3만원에 진행되었다. 서울성곽을 찾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내와 역사경관 보존 활동을 위한 KEYC의 도성길라잡이 교육은 문화재청 공모를 통해 역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어렵게 정부 지원금을 받아 교육을 하는 경우에도 사업비만 제공되지,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필자 역시 성공회대학교 사회교육원 기획실장으로 일하던 시절, 교육개발원 프로젝트를 신청해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시도했다. 참여자들이 매우 만족했고 시민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뿌듯함은 컸다. 하지만 사업비만 지원받고 인건비 제공이 없으니 일하는 사람은 완전 고갈되어 버렸다. 그 이후에는 아예 엄두를 내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일은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이래서야 지속, 반복적으로 좋은 교육을 생산, 진행할 수 있을까.
정부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느냐의 문제도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한 문화단체의 아카데미가 정부지원금을 잘못 관리해 재정파탄으로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정부 들어서는 특히 여러 부처의 막대한 각종 교육지원금이 실체도 불분명한 단체들에 지원되고 있다. 그것이 어떤 교육내용인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얼마나 성실히 보고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필자는 현재 한국의 시민교육 내용과 그 열정은 세계 어디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그 지속성, 반복성이 끊어지는 것이 문제다. 온힘을 기울여 한두번 프로젝트를 해봐야, 그저 그 때의 실행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시민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은 정부가 시혜적으로 주는 정부 돈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발전과 시민들의 당연한 자기 발전의 권리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당연히 쓰여야 하는 부문이다.
“교육은 개인의 미래를 위한 발판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개인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은 평등 가치를 높이는 데도 이바지한다. 누구든 세금으로 제공되는 무료 교육을 통해 시기가 언제든 그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스웨덴 성인교육의 기본 철학이다.”
포크하이스쿨 레욘 위원장의 이야기다. 필자는 한국의 시민교육이 중산층을 위한 시민교육 아닌가 하는 자문해왔다. 간혹 재소자 또는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 강좌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런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자체가 하도 귀하니 간혹 언론에 소개될 뿐이다. 대다수 영세상인들, 비정규직들은 저녁시간은 물론 오전오후 시간에 자기개발을 위해 교육에 참여한다는 건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지원금 없는 대부분의 교육비는 이들에겐 부담이 큰 돈이다. 돈과 시간이 있어야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부분적인 직업교육을 너머 자신이 원하는 시민교육에 참여할 때 정부세금으로 당연히 지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다.
마치며
짧은 일정,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스웨덴 시민교육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평소의 문제의식에 집중해 질문하고 조사했지만 이 글은 너무나 부족하다. 시민교육이 사회의 경쟁력과 발전을 가져왔다는 스웨덴. 시민교육에서 정부와 NGO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시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충실한 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시민교육 리더들의 훈련과정 등에 관한 한국 시민교육의 논의에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 <2010 한.스웨덴 민주시민교육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선거연수원
- <북유럽 평생학습 정책추진사례분석을 통한 한국의 평생학습추진 전략 수립 연구>, 한숭희 서울대
- “최고 복지국가 스웨덴, 시민교육이 큰 몫”, 한겨레신문, 2010. 8. 18
- 브리타 레욘 전 민주주의 장관 인터뷰, 여성신문, 2010. 8. 27
<홈페이지>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www.scips.se
스톡홀름포럼 회의자료 www.scips.se/?inc=program_2010)
스웨덴성인교육위원회 www.folkbildning.se
포크하이스쿨 folac.se 또는 http://folac.se/filer/fpe.pdf
ABF(노동교육협회)www.abf.se
메드보가르 스콜란www.medborgarskolan.se
이슬람시민교육기관 http://www.ibnrushd.se/ 또는 http://www.scips.se/11_Ibn%20Rushd.pdf
금주운동 교육연합 www.nbv.se
* 스웨덴어는 google을 통해 영어 번역화면을 볼 수 있다.
http://translate.google.co.kr/?hl=ko&tab=wT#sv|en|